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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4촌도 결혼한다는데" 법에 가로막힌 사랑, 빗장 풀릴까[이슈 컷]

송고시간2020-1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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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srOakSzh48

(서울=연합뉴스) 2016년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동성동본인 성선우(고경표 분)-성보라(류혜영) 커플이 등장합니다.

1990년대 성인이 된 보라는 부모가 동성동본이란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자 곧 해당 법안이 폐지될 거라며 허락을 구하는데요.

"확실하대, 그 법 이제 없어진대."

실제 동성동본 금혼은 1997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2005년 민법이 개정되며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근친혼'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바뀌었는데요.

이 조항이 23년 만에 다시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됐습니다.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에선 혼인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8촌은 '나'의 부계를 기준으로 볼 때 고조할아버지가 같은 자손들인데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이 조항이 결혼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두고 공개 변론이 진행됐습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2016년 B씨와 혼인신고를 했는데요.

B씨가 A씨와 6촌 사이라며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자 A씨는 해당 법률 조항이 위헌이라며 2018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어느 범주까지 친족과 가족 개념으로 보는지가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적 전통과 우생학적 이유 등을 들어 혼인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타당하더라도 오늘날 8촌 이내 혈족의 인구 범위에 비춰 그 정도가 적절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청구인 측은 현대에 와서 친족 관념과 혼인 및 가족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화했음에도 해당 조항은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요.

또한 외국의 경우 3촌 이상(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혹은 4촌 이상(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방계혈족 사이 혼인을 허용한 나라가 다수여서 우리나라 근친혼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법무부는 우리나라에 여전히 혈족 중심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입장인데요.

8촌 이내 혈족과 혼인할 자유가 혼인 및 가족에 관한 질서를 유지하려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맞섰습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정서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국민이 '8촌 정도면 혼인할 수 있지, 남이지' 이렇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가족·전통문화를 해친다고 인식하느냐, 결국은 (이런 인식이)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느냐를 가늠하지 않고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이동진 교수는 "가족제도 등 전통 전승이 법 제도로 수용될 경우 논리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곧바로 위헌이라 하긴 어렵다"면서도 "근친혼 금지가 추구하는 공익 실체가 별로 분명하지 않다는 점은 위헌 여부 판단에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전학적 관점에서도 양측 견해는 갈렸습니다.

청구인 측은 6촌 내지 8촌인 혈족 사이 혼인의 경우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법무부 측 참고인은 유전질환 발병 가능성이 근친혼을 금지하는 주요 이유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최무림 서울대 의과대학 부교수는 "통계적으로 중동 등에서 4촌끼리 결혼하면 전체 유전자 중 약 6%가 동일한 형태(homozygous)를 띠게 된다"며 "만약 그 6% 안에 돌연변이가 있다면 유전 질환을 일으킨다. 그 정도가 6촌 간의 결혼이 되면 1/4인 1.5% 정도로 줄어든다. 이는 보통 한국인의 타인 간 혼인(비근친혼)과 별다른 차이가 안 나는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공개 변론 진행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옵니다.

간통죄 혹은 낙태죄 등 주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공개 변론이 이뤄졌기 때문이죠.

이은의 변호사는 "근친혼과 관련 이번이 첫 (헌법소원) 신청이라 보기 어려울 텐데 공개 변론을 하는 이유는 헌법재판소도 사회에 한 번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는 정도는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8촌은 얼굴도 모른다, 남이다", "요즘은 6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굳이 법으로 막을 이유가 있나".

"남으로 보기엔 너무 가깝지 않나", "고조할아버지면 제사 같이 모시는 집안도 있는데…".

'8촌 이내 혼인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알려지자 쏟아진 다양한 반응들.

전통 사회와 달리 친인척 교류가 소원하고 친족 관념도 변화한 현대 사회.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은정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주다빈

"외국은 4촌도 결혼한다는데" 법에 가로막힌 사랑, 빗장 풀릴까[이슈 컷]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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