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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비토권'에 발목잡힌 공수처장 후보 추천…새 길 모색해야

송고시간2020-11-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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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후보 추천이 끝내 불발됐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3차 회의를 열어 4시간반 동안 예비후보 검증 작업을 벌였으나,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 2명 선정에 실패한 것이다. 당연직 3명과 여야 추천 4명을 포함한 추천위원 7명이 세 차례나 표결에 들어갔으나, 어느 후보도 정족수인 6명을 넘지 못했다. 더욱이 여야 추천위원들이 올린 후보들이 모두 탈락하고 남은 다수득표자 4명을 상대로 한 표결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수득표자는 유일한 여성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와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한 후보 3명이었다. 그러나 이 표결에서도 전 변호사와 변협회장 추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각 5표씩을 얻는 데 그쳤다. 야당인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 2명이 계속해서 '비토권'을 행사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도 추천위 가동 초기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서로 정치적 편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대측 후보들을 수용할 리는 없겠지만, 비교적 중립지대인 변협회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었다. 결과는 역시나 였다. 새 길을 찾아야 한다.

공수처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더 지났다. 어렵사리 구성한 후보추천위의 활동도 사실상 종료됐다. 이대로라면 연내 공수처 출범은 어려울 듯하다. 어찌 보면 국민의힘의 시나리오대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공수처에 알레르기를 지닌 국민의힘은 출범을 어떻게든 저지하겠다는 일념 아래 그동안 다양한 전술을 써왔다. 처음엔 후보추천위원 선정을 보이콧하다가, 여론의 비판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독자적 개정안 발의, 라임·옵티머스 특검과의 연계, 공석인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이사 임명 연계, 초강성 추천위원 2명 선정과 '비토권' 행사 등에 이르렀다. 심지어 '괴물기관'이라며 공수처를 원천 부정하는 인사를 대놓고 후보로 추천하거나, 비교적 중립지대에 있는 후보들에게까지 비토권을 행사했다. 공수처 발족을 막을 수만 있다면 뭣이든 해보겠다는 태세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당연히 믿을 구석이 있어서다. 공수처법의 허점인 '비토권'이 그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다른 4당과의 공조를 통해 공수처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비토권을 준 게 결과적으로는 자충수가 되었다. 정공법이 아닌 법안 처리에 급급했던 민주당이 비판받을 대목이다.

추천위 활동이 무위에 그치자 민주당은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위해 즉시 공수처법 개정에 착수할 태세다. 이낙연 대표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려고 했던 공수처법이 악용됐다"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더 기다린다고 야당의 반대와 지연 행태가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소속 법사위원들도 "반개혁 세력의 공수처 난도질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가세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25일 국회 법사위에 이어, 빠르면 12월 2일 본회의에서 강행할 듯하다. 법사위에는 2개월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개정안 등이 계류된 상태다. 추천위원을 여야 교섭단체 각 2명씩에서 국회 4명 일괄 추천으로 바꾸고, 의결정족수도 6명에서 5명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국민의힘의 반발도 거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치주의 파괴, 수사기관 파괴, 공수처 독재로 가는 일을 국민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추천위 활동 정상화를 위한 국회의장의 중재를 촉구해 일말의 절충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도 마지막까지 타협의 끈을 놓지 않길 바란다. 타협하든 싸우든 코로나 국난극복과 민생 구제 예산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과 공수처 문제를 연계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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