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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그후 5년] ② "한국은 신기후체제서 벤치마킹 대상"

송고시간2020-1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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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목표 세웠으면 이행 과정에 신경 써야"

파리협정 당시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최재철 인터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간담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5.11.20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파리위원회 상정과 채택, 총회 속개, 최종 문안 상정과 채택까지 불과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가 '지금은 이뤄진 일도,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다'는 만델라 대통령의 명구를 인용하자 그제야 실감이 나더군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 협정'이 체결될 당시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로 활약한 최재철 국제박람회기구 협력대사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같이 회고했다.

파리 협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2년 교토 의정서가 선진국들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이었다면 파리 협정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또한 참여할 수 있게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新)기후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최 대사는 "교토 의정서는 당시 공화당 정권이었던 미국이 불공평하다며 탈퇴하는 등 여러 난항이 있었다"며 "파리 협정은 일부 국가가 참여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을 두지 않고 참가국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동 프레임워크"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들과 협상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내부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 또한 지난한 과정이었다.

최 대사는 "당시 우리나라는 목표를 설정하는 데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 정점이 언제 일어나는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부처간 알력 다툼을 하면서 맨날 '예전에는 어쨌더라'는 그런 얘기만 했다"며 "애초 논의됐던 4개 안도 목표치가 너무 낮아서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이상이 돼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후 다른 국가들과 협상 과정에서 '목표에 법적 구속력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는 '그러면 목표 설정이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설득해 법적 구속력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협정이 체결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최 대사는 특히 과거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개발도상국의 지위에서 파리 협정 때는 중견 국가로 위상이 올라간 한국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많은 개도국이 일본·독일 등은 이미 멀리 앞서갔다고 차별화하면서도 한국이 한다고 하면 관심을 가졌다"며 "한국이 벤치마킹 대상이자 교량국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한국이 중견국가로서 어떻게 하면 탄소 집약적 경제 구조에서 탄소 중립 사회로 갈 수 있을지 대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정책을 펼 때 외부의 시선과 국익 및 국격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최 대사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이 수년 전에 정점을 찍은 유럽 국가들과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한국이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최 대사는 "1.5도 감축 목표는 협상 채널에서 보면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유럽연합 국가들은 대부분 국민 소득이 3만불을 넘었고, 13∼14t까지 올라갔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6t 정도로 내려왔다. 한국은 1인당 배출량이 여전히 14t 정도 되고 아직 정점에 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넷제로'(온실가스 배출량 '0')를 달성하려면 1인당 배출량이 2t 미만이 돼야 하는데 6t에서 2t으로 줄이는 것과 14t에서 2t으로 줄이는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책임 분담(burden sharing) 측면에서 너무 도전적이지 않은지, 그런 지적이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최재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최재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그럼에도 최 대사는 일단 목표를 잡았으면 이를 향해가는 이행 과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30년 NDC를 BAU 대비 감축에서 절대치 감축 방식으로 바꾼 것은 큰 진전"이라며 "2050 넷제로를 한다고 해놓고 2030년 감축 목표는 변경 없이 냈을 때 그것이 실현 가능할지 외부에서 보면 다 안다. 행동의 대칭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DC는 국가감축목표를, BAU는 현행 정책 이외에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조처를 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미래 배출량 전망치를 뜻한다.

아울러 그는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대사는 특히 한국전력이 사실상 독점하는 에너지 시장의 구조가 빨리 개편돼야 한다며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한전의 독점 체제를 타파하지 않으면 2050 순배출 제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현재 2023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를 추진 중이며, 여러 지자체가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대사는 한국 유치가 유력하다고 전망하면서 "2023년은 2035년 NDC 목표를 내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해이기 때문에 시민사회 등이 단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도시에서 개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 협정에서도 지자체와 기업, 시민사회 등 국가 외 주체들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며 "총회 때 5년마다 국제사회 차원의 종합적 이행 상황을 점검(Global Stocktake)하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우리부터 여러 가시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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