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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팔까 말까'…조정대상 재지정에 술렁이는 부산 부동산

송고시간2020-11-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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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내년 집값 잡힌다" vs 부동산업계 "더 오를 것"

무주택자 "오를 만큼 오른 부동산 가격, 내 집 마련 언제쯤"

부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술렁이는 부동산업계
부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술렁이는 부동산업계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부동산 전망에 대한 전문가와 일선 현장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정부 규제에 대해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는 물론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구역 내에서도 동별로 반응이 갈린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근 집값 과열 현상이 벌어진 부산 해운대와 수영, 동래, 연제, 남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부산은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수도권에 비해 대출과 청약, 세제 등에서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 점이 부각돼 최근 주택시장이 과열됐고, 패닉바잉까지 가세하면서 가격이 들썩였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되고 주택을 사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어떤 돈으로 집을 사는지 밝혀야 한다.

◇ 부동산 가격 잡힐까…부동산업계서도 엇갈린 반응

전문가들은 과거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가격이 내려갔던 선례를 비춰봤을 때, 이번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지난 조정대상지역 지정 당시 규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양상을 보였다"면서 "거래 위축이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 내년 상반기 즈음 규제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하면서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반면 부동산업계 등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지난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조정대상지역 구역인 5개 구는 모두 과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가 이번 규제 때 재지정된 곳이다.

해운대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기다리면 규제가 풀리고 가격이 올라간다는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에 다들 매물을 내놓지 않고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조만간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매물이 일시에 잠겨 집 사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우려로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차후 매물이 줄어 거래량 자체가 줄어들 경우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대상지역에 자가가 포함됐다는 50대 다주택자 최모씨는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기반시설이 갖춰진 아파트 단지는 계속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팔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규제가 평생 유지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고층 건물
해운대구 마린시티 고층 건물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부산 해운대 수영 동래 연제 남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재지정됐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주택시장 열기가 급격하게 식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고층 건물 모습. 2020.11.20 kangdcc@yna.co.kr

◇ 무주택자 "재지정은 사후약방문…내 집 마련 언제?"

무주택자들은 이번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환영하면서도 너무 늦은 시기에 규제가 이뤄졌다고 토로했다.

무주택자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부산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부산 부동산 전망이 어떻게 될지를 묻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무주택자라고 밝힌 한 회원은 "조정구역 지정으로 아파트 분양 경쟁률에 거품이 꺼지게 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내 집 마련의 기대감을 높였다.

가파르게 상승한 매매 가격에 집을 구하지 못한 젊은 층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전셋집에 사는 이모(34)씨는 "규제 해제 1년 만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는데 이후 재지정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30대 정모씨 역시 "이미 가격이 오른 아파트의 경우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너무 비싸 도저히 살 수 없다"며 "일관성 없는 규제와 해제가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아 서민들은 집을 사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부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술렁이는 부동산업계
부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술렁이는 부동산업계

[촬영 박성제]

◇ 전문가들 "부작용 최소화 위해 핀셋 규제 고려해야"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격이 급격히 오른 동 단위 지역만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연제구에 사는 이모(65)씨는 "현재 사는 아파트의 경우 가격이 오히려 1년 전부터 하락했고 집이 수년째 안 팔리는 상황"이라며 "규제 지역에 연제구가 포함돼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아파트가 앞으로 더욱 팔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지정 대상 지역은 해운대 우동·좌동, 동래구 사직동·온천동, 남구 대연동, 수영구 망미동·남천동 등이다.

이곳들은 최근 가격이 급격히 올랐을 뿐 아니라 꾸준히 수요가 이어지는 곳이다.

반여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중개업자는 "해운대 안에서도 가격과 분위기가 천지 차이"라며 "가격이 많이 오르지도 않은 지역까지 대상 지역으로 묶이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강정규 원장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던 동들에 대해 규제를 풀어 침체 등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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