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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추징금 미납' 전두환 연희동 본채 압류불허 판결 아쉽다

송고시간2020-11-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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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납 추징금 징수를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집을 압류한 검찰의 조치는 일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20일 전 씨 측이 검찰의 압류에 불복해 제기한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일부 받아들였다. 부인 이순자 씨 명의의 본채, 비서관 명의인 정원, 며느리 명의인 별채 등 3곳으로 구성된 연희동 집 가운데 본채와 정원은 압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재판부는 봤다. 별채는 불법 수익인 뇌물에서 유래한 불법 재산이므로 압류하는 것이 적법하지만, 본채와 정원은 그렇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연희동 집은 전 씨가 실소유자일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누구라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집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고 그 중 본채와 정원은 불법 재산이라고 볼 근거가 없어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법에 따른 판단이라곤 하나 국민 정서와 괴리된 탓이다.

이번 사건은 2018년 12월 전 씨 측이 검찰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내며 시작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전 씨가 미납한 추징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연희동 집을 압류했다. 잘 알려진 대로 전 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2천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여태껏 991억 원이나 미납한 상태다. 보통사람들은 가벼운 과태료만 처분받아도 스트레스를 받고 또 체납하면 문제가 안 될까 벌벌 떠는데 전 씨는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어 이렇게 큰 금액을 내지 않고도 버젓이 생활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제는 그런 전 씨가 지방세 고액 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이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5년 연속이란다. 지방소득세 등 4건을 체납했는데, 체납액은 9억7천400만 원으로 작년보다 5천여만 원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 씨는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노출됐고, 12·12 군사반란 발생 40년째 되던 작년 12월 12일에는 압구정동의 한 고가 중식당에서 호화 오찬을 하는 것이 확인되어 공분을 산 바 있다. 다만 그로 인해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만큼이나 그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5·18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는 이야기 또한 허무맹랑한 것임을 세상이 다 알게 된 것은 수확이었다.

이날 판결 직후 검찰은 "법원의 결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이의 신청을 받아들인 부분에 적극적으로 항고하고, (압류)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검찰은 정의를 세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서 추징금 징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없이 과거를 뉘우치며 반성하는 것이 필요한 이들이 오히려 떵떵거리며 거리를 활보하고 당당하게 사는 꼴을 시민들이 보게 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 전 씨 자신과 가족, 그리고 관계자들도 민심을 헤아려서 전 씨의 추징금 미납과 세금 체납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더 보여야 마땅하다. 검찰에 따르면 연희동 집은 전 씨의 장남이 2013년 9월 10일 전 씨의 실소유 재산임을 인정하고 환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장남의 다짐은 말뿐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반론하기 어려워 보인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건 역사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내팽개치는 것임을 깨달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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