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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왕이 부장 금주 방한…가변적 한반도정세에 중국 긍정 역할해야

송고시간2020-11-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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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할 것이란 전망 속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약 1년 만에 한국에 온다. 왕 부장은 25~27일 방한 기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코로나19 세계적 확산 이후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한다. 주목되는 현안 중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말 방한 가능성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논의 테이블에 올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내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심각히 확산하는 상황이어서 연내 방한 성사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도 최근 세미나에서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이 우선순위에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강 장관과 왕 부장은 코로나19 대응 협력 문제, 미국의 행정부 교체 기간 한반도 상황 관리, 국제 정세, 양국 교류·협력 현안 등도 폭넓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왕 부장은 24~25일에는 일본을 찾는다. 왕 부장의 실질적인 방한 목적은 내년 1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앞서 미국 주요 동맹국들의 상황을 살피고 관계를 관리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웃 국가들인 한국, 일본을 상대로 협력 증진을 도모하면서도 양국과 미국 새 정부의 밀착을 견제하려는 포석을 내포한 외교적 행보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 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자국의 위상과 이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내 발언과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미국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도 대 중국 압박에 따른 양국 갈등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홍콩과 대만을 둘러싼 갈등과 아시아·태평양 경제기구를 놓고 벌이는 주도권 싸움이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군사·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으르렁거림이 여전할 것인데, 미국과 밀접한 동맹 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정부가 관세전쟁 같은 극단적인 방식은 쓰지 않을 것이지만, 미중 패권 다툼과 극심한 국익 경쟁의 중간에 끼이는 한국이 겪을 압력은 여전하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 바이든은 후보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폐지하고 다자주의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에 대응하는 다자 연합 전략을 구사한다면 그 틀 속에 한국 등 동맹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중국을 자극하게 된다. 때가 되면 거세질 미중의 동참 압력과 후유증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 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이 대표적인 전례다. 언제, 어떤 갈등이 터져 주변국에 손실을 줄지 예측이 쉽지 않다. 안보와 통상 지형 변화를 주시하며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충분히 대비해야 할 때다.

미국의 차기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비핵화 협상 방식에서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를 예고했다. 정상 간 담판 외교에 치중한 방식에서 원칙을 중시하는 실무 협상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게 돼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역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왕 부장은 한국 정부 인사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한 전략 변화를 앞둔 자국의 입장과 주장을 밝힐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대화,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사안에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접근을 돕거나 또는 북한을 지지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왕 부장의 방한은 달라질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에 대비하는 중국 정부의 속내도 파악하고 협조를 주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오랜만의 외교장관 대면의 자리인 만큼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일관된 추진에 새로운 모멘텀이 도출되도록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대선 결과 불복 등으로 초래될 미국의 정권 교체 혼란기 속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언급되는 시점이다. 정세 변화기에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 작지 않은 만큼, 왕 부장을 통해 이런 필요성을 중국 정부에 확인시키는 노력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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