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전자발찌 뗀지 얼마나 됐다고' 성범죄 연예인의 소통이라니[이래도 되나요]

송고시간2020-11-25 07: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btnqh6YWJp4

(서울=연합뉴스) "이제는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합니다."

미성년자 성폭행 및 추행죄로 2015년 만기 출소한 고영욱이 지난 12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올린 글의 일부 내용입니다.

이 글이 게시되자 '성범죄자가 다시 나오는 게 말이 되냐', '시간이 흘러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 있다' 등 누리꾼들 반발이 거셌는데요.

출소 후 3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해 '전자발찌 1호' 연예인이란 꼬리표가 있음에도 활동 재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그러자 성범죄자 계정이란 누리꾼들 신고로 인스타그램 측은 해당 계정을 개설 하루 만에 차단했는데요.

비판 세례에 대해 고영욱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을 빌려 '전과가 있는 사람은 세상 밖에 나오지 말라'는 식의 얘기에 "힘이 빠졌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음주운전, 마약, 도박 그리고 성범죄까지.

지난 몇 년간 불미스러운 범죄를 저질러 구설에 오른 이들이 끊이지 않았던 연예계.

지금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대중 반응을 살피며 자체적으로 정한 자숙기간 뒤 방송에 복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죠.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복귀가 쉽지 않았지만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지상파 방송보다 부담이 덜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곤 했습니다.

2017년까지 음주운전 3회로 지탄받은 가수 길은 지난 1월 종편 예능에 잇달아 출연해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작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가수 박유천은 5월 한 종편 예능에서 사과한 뒤 최근 앨범을 내고 해외 활동도 준비 중입니다.

앞서 2016년 전 여자친구 불법 촬영 의혹으로 KBS 예능에서 잠정 하차했던 가수 정준영은 무혐의 처분을 받자 3개월 만에 방송에 돌아오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그는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결국 징역 5년 형을 받고 복역 중입니다.

이 같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들의 방송 복귀나 활동 재개 때마다 대중 반응은 싸늘합니다.

지난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한 '범죄 전과자의 방송 퇴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78.3%가 방송 퇴출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엔 전과가 있는 이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는데요. 대신 각 방송사가 내부 규정과 심의를 통해 일정 기간 출연을 정지하는 식입니다.

이에 지난해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 범죄 전과가 있는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인권, 직업권 침해다'란 찬반 의견이 분분한 끝에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죠.

전문가들은 범죄 경중이 사안별로 다르지만 물의를 빚은 모든 이들의 방송 출연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와 방송사들의 사업 영역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성범죄 등 중대 범죄 행위를 했을 경우 복귀하기 어렵다는 제재가 있어야 연예인들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유홍식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례로 성범죄나 아동 착취 등 심각한 범죄에 우리 사회가 민감성이 굉장히 높아져 방송 사업자들이 복귀시키진 않을 것 같다"며 "만약 복귀시킨다면 이를 강력하게 지적하고 사회적으로 문제 삼는 기반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근래엔 뉴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사회 정서상 방송 복귀가 어려울 경우 SNS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얼굴을 내미는 이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고영욱 사례까지 생겨나자 국회에선 이들이 방송가, SNS에서 활개 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며 제재 촉구 목소리가 다시 나왔는데요.

특히 이들의 유튜브, SNS 활동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 SNS 등의 계정은 개인 선택에 의한 공간으로 플랫폼 운영 해외 사업자들이 규제하지 않는 한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는데요.

인스타그램의 경우 이용약관에 '유죄가 확정된 성범죄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실제 인스타그램은 고영욱을 비롯해 다른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국내 일부 유명인들 계정을 잇달아 폐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유명인의 콘텐츠를 대중이 선택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개인 채널을 만들 순 있지만) 결국 활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만한 대중의 반응이 있어야 의미 있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여론에 의해 그런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판단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교수도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선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종의 사회적 규제를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는데요.

미디어의 파급 효과가 커지면서 사회적 책임도 무거워진 스타들. 자신이 누리는 영향력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이은정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주다빈

'전자발찌 뗀지 얼마나 됐다고' 성범죄 연예인의 소통이라니[이래도 되나요] - 2

mimi@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