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이낙연…친문지지 결집 기대 속 역풍도 우려
송고시간2020-11-25 16:26
尹·공수처 선명 메시지…지지율 박스권 뚫을까
중도층 이탈 우려 공존…"당 대표 위치에선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해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이 대표가 최근 들어 발언의 수위를 과감하게 높이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25일 당 회의에서 국정조사를 언급한 뒤 페이스북에도 "윤 총장의 혐의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판사 사찰 의혹"이라며 "법무부와 함께 국회도 국정조사 등으로 그 진상을 규명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적었다.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결정을 발표한 직후 윤 총장을 향해 "거취를 결정하라"고 사퇴를 촉구하는 등 최전선에서 총대를 메는 모습이다.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서도 "20년 넘게 기다린 시대적 과제"라며 법 개정을 불사해서라도 연내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강경 태도는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공수처가 출범하고 나면 20% 초반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이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 대표 주변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지지층을 의식했다기보다는, 윤 총장 사안의 경우 이 대표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이 대표가 중시하는 '공직자의 본분'에 어긋나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기 때문에 발언이 선명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선명한 메시지가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총리 재임 시절 '사이다 발언'이나 조국 사태 당시의 소신 발언으로 대권주자 지지도를 높여나갔던 이 대표로선 양날의 칼을 쥔 형국이다.
당 관계자는 "국민과 당 강경 지지층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게 대표의 일이기도 한데, 현재 행보는 일반 국민이 기대하던 '이낙연다움'과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총리 재임 시절과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지금은 민주당을 대표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안뿐 아니라 제정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외한 공정경제 3법 등 15개 미래 입법 과제를 반드시 연내 처리한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인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내년 3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이후 재보선 국면에 들어서기 전 최대한 입법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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