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그후 5년] ③실재하는 기후변화…대응 안하면 큰 피해
송고시간2020-11-29 08:00
온실가스가 초래한 온난화, 폭염·홍수 등 극한 날씨로 존재 입증
온실가스 감축에 큰 비용 들지만…안 할 때 피해보단 적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지구온난화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개념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 실체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기후변화는 이미 폭염, 가뭄, 태풍, 홍수 등 여러 모습으로 세계 각국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2100년까지 기온 상승폭을 2℃, 더 나아가 1.5℃까지 줄이기로 한 파리 협정은 그것이 가능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선택한 목표다.
◇ 기후변화는 허구 아닌 실재…폭염·홍수로 존재 입증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들며 지구온난화가 소설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무자비한 한파가 기록을 죄다 갈아치울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된 거냐"라며 지구 온난화를 주장하는 이들을 조롱한 사례는 유명하다.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원리는 간단하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열을 가둔다. 그런데 우리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지구 대기층의 이산화탄소량이 산업혁명 이전 양의 2배에 다가가고 있다.
그 결과 또한 명확하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최근 발간한 'WMO 지구기후보고서(2015∼2019)'에 따르면 2015∼2019년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올랐다.
해수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0.8도, 앞선 5년보다는 0.1도 더 따뜻해졌고, 그 결과 전 지구 평균 해수면 높이는 1993년 1월 처음 측정했을 때보다 90㎜ 올라갔다.
이러한 평균 온도 및 해수면의 상승은 수치상 미세해 보여도, 태풍과 홍수, 폭염 등 극한의 날씨를 초래한다.
우리나라 또한 올해 여름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인한 대규모 홍수라는 엄청난 재해를 겪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미 그 원인을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짚었다.
북극과 러시아 북부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이상 기후가 야기됐다는 것이다.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습기를 더 많이 머금고, 그 증가량은 기하급수적이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공기는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막대한 비를 쏟아낸다. 비 내리는 날 수가 줄어 가뭄이 오면서도 일단 내리기 시작하면 홍수가 날 수 있는 것이다.
2018년에는 무시무시한 폭염과 폭설이 우리나라를 덮쳤다.
2018년 1월 말과 2월 초 사이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영하 4.8℃로, 1973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낮았다. 바로 그해 여름에는 장기간 폭염이 지속돼 일 최고기온을 경신(41℃·홍천)하는 등 기온 변화는 극에 달했다.
기상청은 당시에도 그 원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꼽았다.
전 지구적으로 살펴봐도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열여덟번의 해 가운데 열일곱번이 2001∼2018년 사이에 몰려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2∼3m에 불과한 몰디브와 투발루 등은 2100년이면 수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인류가 좀더 안락한 삶을 누리겠다는 목적으로 산업화를 가속화한 것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기후변화 대응, 비용 들지만…대응 안 할 때 피해보다는 적어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 발생 원인의 86%를 차지한다.
석탄 중심의 현행 에너지 체계를 아예 바꿔야 하는 문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는 이미 친환경차와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돌입했다.
그러나 석탄 발전에 최적화된 경제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 국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도 전 세계 11위에 올라 있다.
1인당 배출량은 14t 정도로, 평균 6t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되려면 1인당 2t까지 배출량을 낮춰야 하는데 그 비용은 우리가 결국 책임져야 할 몫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최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생산 구조로 전환할 방법의 하나로 전기세에 환경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시안에 따르면 환경비용(환경 경영을 위한 투자액, 오염 예방 비용 등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소요되는 비용)을 50% 전기세에 적용할 때 올해 월 5만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은 2030년 월 5만7천700원을 부담하게 된다.
환경비용 100%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2030년에 월 7만5천원까지 전기 요금이 늘어난다.
이러한 비용 부담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이 정부 초안대로 추진될 경우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3개 업종의 전환 비용만 4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야기할 피해가 이를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인류가 감수해야 하는 피해보다 훨씬 더 크다는 데 있다.
KEI 연구에 따르면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누적 피해 비용은 3천12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계획대로 이행하면 1천667조원으로 피해가 46% 감소한다.
미국 연방기관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기후변화 보고서'를 2018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2015년 이후 4천500조 원 이상의 물적 피해를 야기했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탄소중립은 이미 전 세계가 설정한 목표이고, 이를 위해 모든 경제 및 산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늑장을 부린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2020~2040년 세계 에너지 전망'에서 향후 20년 이내 글로벌 전력 수요에서 재생에너지가 90%를 차지하는 반면, 석탄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인도의 태양광 발전 원가는 약 40원, 영국 해상 풍력 발전 단가는 약 86원으로, 우리나라 석탄 발전단가인 80원대와 같거나 오히려 더 저렴해졌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당일 '파리 협정'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연합(EU)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여부에 따라 관세를 매긴다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채여라 KEI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 피해 비용은 1.5℃ 이상의 온도 상승 후 급격히 증가하며, 추가 감축 노력이 없을 경우 2050년 이후 피해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피해 비용과 비가역적인 대규모 피해 발생 확률을 고려한다면 선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bookmani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11/29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