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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철거냐 존치냐…전직 대통령 기념물 두고 커지는 갈등

송고시간2020-1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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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1rsPPjYVDo

(서울=연합뉴스) 목 부위가 3분의 2가량 잘려 나간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5·18 관련 단체 회원을 자처하며 쇠톱으로 이 동상을 훼손한 50대 남성은 결국 구속됐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내 전두환, 노태우 동상 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인데요.

전씨 동상의 임시 보수작업에 들어간 청남대 측은 이 동상이 세워진 '전두환 대통령길'도 일시 폐쇄하고 관람객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5·18 단체 요구에 따라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검토했던 충북도는 정확한 방침이 설 때까지 완전 보수는 미루기로 했는데요.

내부적으로는 동상을 그대로 두는 대신 안내판을 설치하고 관련 단체를 설득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그러나 철거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

'5·18 학살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이 동상과 관련해 세 가지 처리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동상을 제거하거나 현 동상을 눕혀 놓는 방안, 몸의 일부분 또는 전신을 15도 숙여 놓는 형태로 현 동상을 변형하는 방안 등입니다.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직접 철거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요.

반면 보수 단체는 동상을 존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

반년 이상 이 문제를 두고 내홍을 겪었던 지자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데요.

사법적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의 기념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은 비단 청남대뿐만이 아닙니다.

하루에 고작 10여 명이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관 '덕실관'이 대표적.

경북 포항에 있는 이 시설은 포항시가 지난 2011년 건립한 것으로 매년 시설 운영비, 인건비 등 5천여만 원을 투입하고 있는데요.

해마다 관광객 수가 줄어들어 올해는 1만 명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자 기념관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여부를 두고 논쟁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덕실관에 혈세 지원을 중단하라는 포항시민연대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30일 현재 약 1천800명이 동의했습니다.

3년째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생가터 표지판이 훼손과 철거, 재설치가 반복되는 수난을 겪었는데요.

서울의 한 공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도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죠.

이에 대해 누리꾼들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의 흔적을 싹 지워야 한다는 의견부터 무조건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댓글도 눈에 띄는데요.

잘못된 역사도 역사인 만큼, 이를 후손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삼자는 목소리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10월 진행된 관련 토론회에서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기념하는 것은 다르다"며 "싫든 좋든 두 전직 대통령 이름과 사진이 교과서에 실리는데, 이는 기억하기 위한 것이지 기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동상 밑에 두 사람의 과오를 기록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설명.

동상 등 눈에 직접 보이는 상징물이 더 큰 경각심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동유럽 공산 정권이 몰락하자 독재자 동상 처리를 놓고 고심했던 헝가리의 경우 '기억의 공원'을 조성, 이들 동상을 따로 수용하기도 했는데요.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만약 스탈린 동상이 남아 있다면 다음 세대가 눈으로 보며 스탈린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고 나쁜 행동을 했는지 떠올릴 수 있다"며 "이는 다음에 비슷한 선동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짚었는데요.

반면 동상은 다른 기념물과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동상은 뜯어내고 그 자리를 사진 등으로 대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동상은 숭앙의 이미지가 강하고 과거를 미화하는 의미가 있는 만큼 없애는 게 맞고 생가 등은 보존해 그 인물을 평가하는 전시를 하는 식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는데요.

김 교수는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것, 철거 운동이 일어나는 것 모두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홍요은 박서준 인턴기자

[이슈 컷] 철거냐 존치냐…전직 대통령 기념물 두고 커지는 갈등 - 2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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