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집행유예'에 땅 치며 통곡한 5·18 유가족
송고시간2020-11-30 17:30
시민들 "너무 가벼운 판결" 지적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법정 구속을 요구하던 5·18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은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에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5·18 당시 자녀나 남편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은 30일 전씨의 사자 명예훼손 혐의 선고 공판이 시작되자 법원 후문에 있는 왕복 4차선 도로 중앙을 점거했다.
재판을 마친 전씨가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귀가하는 이동 동선을 가로막기 위해서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1시간여 동안 도로 한 가운데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던 오월 어머니들은 재판부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형량으로 정했다는 소식을 듣자 "원통하다"며 울부짖었다.
이들은 "아들을 잃은, 남편을 잃은 엄마의 마음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며 "법도 사법부도 우리에겐 없는 셈이다.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하느냐"며 주저앉아 땅을 내리쳤다.
이어 "온 국민이 보고 있는데 이런 엉터리 판결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격양된 이들은 전씨가 길을 지날 때 40년 묵은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내려 했지만 정작 전씨가 탄 차량은 반대편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씨가 출석할 때 타고 온 승용차가 법원을 빠져나가자 일부 시민들은 해당 차량을 가로막고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퍼부었지만, 이 차량에 전씨는 타고 있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도 양형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법원 정문 앞에서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던 시민 김현수(54) 씨 역시 "시민들의 염원과 감정과는 너무 동떨어진 가벼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씨가 반성하거나 뉘우침이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관대하게 판결해줄 필요가 없었다"며 "재판부가 비호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자신은 5·18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소개한 시민 김금림(53) 씨는 자유 발언 시간에 연사로 나와 울먹이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전씨를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직도 광주에는 가족들의 절절한 아픔이 남아있다"며 "용서하지 말자. 용서를 구하지도 말자"고 호소했다.
경찰이 이중으로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전씨에 대한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일부는 비난의 화살을 경찰로 돌렸다.
5·18 관련 단체 관계자는 "전씨를 비호하는 모습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며 "우리에겐 코로나19로 밀집하지 말라더니 경찰은 전씨를 보호하기 위해 더 밀집해있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경찰의 과잉보호를 항의하기 위해 광주경찰청을 항의 방문했지만, 경력이 출입문을 막아 대치 중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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