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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중국인 메스티소가…우리가 잘 몰랐던 동남아 역사

송고시간2020-12-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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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타이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7천여 개의 섬들로 구성된 필리핀과 중국의 관계는 국가 대 국가 간의 외교 교류가 아니라, 상인과 장인 그리고 생계를 위해 남중국해를 건너간 노동자들의 활동을 통해 시작됐다.

중국인 남성과 원주민 여성의 결혼으로 필리핀 내 메스티소 공동체가 만들어졌고, 이는 필리핀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를 거쳐 메스티소들은 필리핀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다.

메스티소는 원래 스페인 식민지 라틴아메리카에서 백인 스페인인과 현지 원주민의 혼혈 인종을 뜻했다. 점차 스페인인과 식민지 현지인 간 혼혈 인종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오늘날에는 크게 인종·민족 간 혼혈 인종을 가리킨다.

주로 푸젠과 광둥에서 온 중국인들은 스페인 사람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필리핀 여성과 결혼했다. 중국인들이 필리핀에 계속 체류하려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이 유리했는데, 교회 역시 충직한 중국인 메스티소를 환영했다.

중국인 남성들은 늙으면 메스티소 아이들을 남겨둔 채 아내가 있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 메스티소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주로 교역과 상업 일을 했는데, 사업가로서 번영을 누리면서 중산층으로 성장했다.

18세기 중반까지 중국인 메스티소는 지역 인구의 5%를 차지했으나, 수도 마닐라 거주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컸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24만 명으로 늘어났는데, 스페인 메스티소는 당시 1만 명에 불과했다.

필리핀에 중국인 메스티소가…우리가 잘 몰랐던 동남아 역사 - 1

영국왕립아시아학회 회원이자 케임브리지대와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미중 관계를 연구한 마이클 타이는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메디치)에서 이처럼 우리가 잘 몰랐던 중국과 그 주변 나라의 관계사를 다룬다.

저자는 필리핀과 중국의 이런 역사적 배경을 짚으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남중국해에서 비적대적인 접근 자세를 취하면서 미국이 아닌 중국과 손을 잡은 이유를 분석한다.

겉으로는 석유 공동탐사와 사회기반시설 구축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미국 중심의 패권을 반대하기 위함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수백 년에 걸친 접촉을 중시하면서, 미국이 과거 식민지 시절 필리핀인 수십만 명을 죽인 것에 반감이 있다,

책은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국가의 역사적인 맥락을 비롯해 오늘날 이슈가 되는 동·남중국해의 영토 분쟁과 중국의 급부상 등 현재사(現在史)까지 두루 살피면서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역사도 조망한다.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에 있던 옛 독립 왕국 '류큐'(琉球)와 중국 간의 외교 관계는 1372년 명나라 홍무제가 류큐 왕 사토에게 사절을 보내면서 시작됐고 류큐인들이 유교를 받아들여 공자의 가르침을 공부했다는 사실, 베트남 최초의 왕 데 민이 중국의 신성한 통치자의 자손이라고 밝힌 베트남 전설, 15세기에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대외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중국인 항만 관리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승동 옮김. 308쪽. 1만7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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