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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눈뜬장님·병신'…"인권 개선의 길 아직 험난"

송고시간2020-12-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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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권사무소, 2020년 호남·제주 주요 인권사건 결정례집 발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세계인권선언 기념 주간을 맞이해 4일 올해 처리한 주요 인권 사건에 대한 결정례집을 발간했다.

광주인권사무소는 2005년 개소 이후 15년째 총 8천여건의 진정 사건을 접수·처리했지만, 해마다 발표되는 주요 인권 사건의 사례를 보면 인권 개선의 길이 아직도 험난함을 실감케 한다.

올해 광주인권사무소 관할 지역인 광주, 전남·북 등 호남권과 제주 지역의 주요 인권 진정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촬영 정유진]

◇ "돈 없는 장애인은 결혼 비자도 못 받나요?"…국가·지자체 진정 사건

청각·언어 장애인 A씨는 외국인 배우자의 결혼 비자를 발급받으려 했지만, 소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A씨는 장애 탓에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소득 기준으로 체류 자격변경을 불허하는 것은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진정을 냈다.

광주인권사무소는 조사에 착수했지만, 법무부의 체류자격 불허 행위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하거나 인권 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장애인의 임금소득이 비장애인과 비교해 50~60% 정도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결혼 동거 목적 사증 발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광주인권사무소에는 여러 지자체 시설에 장애인 화장실이 남녀 공용으로 돼 있고, 장애인 편의 시설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있다는 115건의 집단 진정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각 자치단체장에게 시설 개선 등을 권고했다.

이 밖에도 직원들에 폭언하고, 피해 직원들을 가해자와 분리 조치하지 않은 모 시립도서관 팀장과 관장에는 각각 특별인권교육 수강과 주의 조치가 권고됐다.

'인권경찰' 숙제 받은 경찰(CG)
'인권경찰' 숙제 받은 경찰(CG)

[연합뉴스TV 제공]

◇ "공채시험 중 화장실 못 가게…인권침해!" 공공단체·경찰 인권침해 사건

모 공공기관은 공개채용 시험 도중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금지했다.

'부정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항변을 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화장실 이용 제한으로 얻는 다른 응시자의 수험권 보호라는 명분은 막연하고 제한적이지만, 생리적 현상을 억제해야 하거나 시험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응시자의 피해는 중대하고 구체적이어서 헌법적 권리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경찰에게는 단독 조사 금지 규정이 실질적으로 준수될 수 있도록 직무 교육하라는 권고가 내려지는 사건도 있었다.

모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진정인들은 단독 조사를 받으며 경찰관에게 "딸이 있지 않나? 가족들 생각하라"는 등 자백 강요와 협박을 들었다고 진정을 냈다.

경찰관의 부적절 언행 부분은 자체 불문 경고를 받아 인권위 구제조치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단독조사 준수 여부는 쟁점이 됐다.

경찰은 진정인의 주장과 달리 다른 참여경찰관이 참여 조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관의 부적절한 언행 비위가 인정된 것은 참여경찰관이 감시자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며 "이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사법경찰관을 참여하도록 하는 입법 취지가 유명무실해 사실상 단독조사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금시설 인권(CG)
구금시설 인권(CG)

[연합뉴스TV 제공]

◇ 장애인 수용자에게 "다리 병신"…구금시설 인권 진정

구금시설은 올해 광주인권사무소에 접수된 진정 사건 중 가장 큰 비율(30%)을 차지한 기관답게 결정례집에도 4건이나 사례가 담겼다.

B 교도소 관계자들은 장애인인 B씨에게 "다리 병신"이라고 말해 장애인 인권 교육 등을 권고받았다.

C 교도소 측은 행정심판 답변서를 보내며 진정인의 죄명, 형기, 입소일 등까지 기재해 보내 사생활 비밀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D 교도소는 내부에 반입되는 신문을 구독 취소하는 과정에서 수감 중인 진정인의 범죄사실을 신문사에 알리는 결과를 초래해 주의 조치 받았다.

E 교도소는 교정 기관 내 성추행 피해 사건을 조사하며 신고자를 공개 장소에서 조사해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받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TV 제공]

◇ "성폭력 피해자 일단 보호해야!" 학교·사인 간 인권 진정 사건

한 대학은 대학 내 성폭력 사건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를 미흡하게 해 기관경고 조치 등을 받았다.

진정인은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교수에게 상담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고, 교내 인권 센터도 가해자와 분리 조치를 하지 않고, 조정절차를 고지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이 혐의없음 불기소 결정으로 결론 났지만, 인권위는 대학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규정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진정인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진정인에게 공개토론회 출석을 요구한 점, 진정인 조력자들을 비난한 점 등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관계자는 지체장애인 직원에게 비장애인과의 업무량을 비교하며 "학교를 떠났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평등권을 침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 직원에게 "눈뜬장님이냐"고 발언한 장애인표준사업장 회사의 대표, 시각장애인에게 실탄 사격장 이용을 거부한 업주 등이 인권교육 등의 권고를 받았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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