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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코로나 백신 '부작용 면책', 국제적 공통현상?

송고시간2020-12-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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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복지 "제약사 요구 거부 어렵다"며 언급…해외사례에 관심

영국·미국·일본 등 면책권 부여 기조…브라질은 예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연구 시설 모습.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연구 시설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정부가 지난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제약사 '부작용 면책'은 코로나 사태에 관한 한 일종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로 볼 수 있을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일 브리핑에서 "(해외 제약사들이) 광범위한 면책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국제적으로 거의 공통된 현상"이라며 "우리만 이것을 기피한다거나 거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제약사들은 통상의 다른 백신 개발에 걸리는 기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며, 각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 부작용 발생 책임을 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 정부가 제약사들의 면책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도 이날 "대부분의 나라가 면책 조항이 담긴 표준계약서로 선구매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해 '부작용 면책권'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K-방역이라더니 남들처럼 백신 구매도 못 하고 이제 와서 백신 부작용 면책이라고 남 탓을 하느냐", "면책을 조건으로 헐값에 백신을 계약한 것이 아니냐"는 등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이에 연합뉴스는 제약사들의 부작용 면책 요구가 '국제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는 박 장관의 발언을 검증하고, 백신을 선주문한 주요 국가의 대응 방식을 확인했다.

◇주요 제약사들, 면책 요구…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구매 국가 대부분 수용"

우선 백신 개발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면책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구매 계약을 체결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작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았다고 이 회사 고위급 임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 경영진 일원인 러드 도버는 "4년 내 백신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할 때 회사가 온전히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는 독특한 상황인 만큼 계약을 체결하면서 '면책 (indemnification)'을 요구하는데, 대부분의 국가가 위험을 떠안는 것을 수용한다"며 "그것이 곧 그들의 국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듀크대 국제보건혁신센터(GHIC)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일본,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호주, 인도네시아, 멕시코, 칠레, 이집트,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등과 총 25억260만회 접종 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선주문 물량 중 가장 많다. 한국도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2천만 회 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른 제약사들도 아스트라제네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면책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유럽제약산업협회연맹(EFPIA) 내 한 분과인 '백신 유럽(Vaccines Europe)'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제약사들이 EU에 면책권을 요구하며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백신 유럽'은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얀센, 머크, 노바백스, 화이자, 사노피, 타케다, 애보트, 큐어백 등의 제약사를 대표한다.

정부가 도입 결정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정부가 도입 결정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와 다국가 연합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4천400만 명분을 사실상 확보했다.
사진은 정부가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왼쪽부터)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얀센. 2020.12.8 [AFPㆍ로이터 자료사진] hkmpooh@yna.co.kr

◇초반 미·영·일 등 주요국들 면책 수용 흐름이나 브라질의 '예외사례'도 존재

일단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로 제약사들의 면책 요구를 받아들이는 양상이다. 최악의 신종 감염병 유행 속에 국제 백신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 경향이 강해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일반인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이 제약사의 백신 부작용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했다.

미국 보건부도 지난 3월 '공공준비·비상사태 대비법(PREP·Public Readiness and Emergency Preparedness Act)'에 따라 코로나19 관련 의학적 조처에 대한 면책권을 부여한다고 선포했다.

이 법은 공공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처 등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해당 의약품, 기기 등을 개발·제조한 기업·개인에 책임을 면제해 준다. 단, 고의적인 위법행위(willful misconduct)는 면책 범위에서 제외된다. 미국은 과거에도 이 법에 따라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지카 바이러스 백신 등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한 바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부작용에 따른 제약사 등의 책임을 면제하고, 정부가 대신 보상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8월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면책권 요구를 수용한 것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0일 브라질 보건부 차관을 인용해 브라질은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에 면책을 부여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 이노비오사와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 연구원은 "면책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될 것"이라면서도 제조사와 해당 국가 간의 개별 협상을 거쳐 체결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면책 요구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유행, 짧은 개발 기간, 접종 필요성 등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2009년 신종플루 백신 계약 당시에도 제약사들로부터 비슷한 면책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백신 이상 반응시 보상 시스템 마련 예정…감염법예방법에 근거 조문

한편, 우리 정부도 향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관련법에 따라 보상할 수 있도록 절차를 준비할 방침이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피해보상제도가 있다"며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도 이 사례를 따라 세부적으로 보상 시스템을 갖춰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에는 필수·임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나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됨에 따라 생산된 예방·치료 의약품을 투여받은 사람이 그 예방접종 또는 예방·치료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할 경우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켜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켜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런던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런던 가이즈 병원 백신센터에서 린 윌러 씨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은 이날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일반 접종을 시작했다. leekm@yna.co.kr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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