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2020 의인열전] ① 화염 휩싸인 병원 화재 현장서 6명 구한 신복수씨

송고시간2020-12-14 07:3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고흥 윤호21병원 큰불 나자 45m 고소 작업차로 출동 '헌신적 구조'

119 의인상 수상…"또 이런 일 발생하면 두말없이 달려 갈 것"

[※ 편집자 주: 2020년은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 속에서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건·사고들이 여느해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같은 사건·사고 현장에서 의인들의 희생과 선행도 적지 않았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과 이웃의 목숨을 구한 이들의 활약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위로를 주고 따뜻한 공동체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곤 했습니다. 연말을 맞아 작은 영웅들의 당시 활약과 소회 등을 들어보는 의인열전 7편을 소개합니다]

(고흥=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좀 더 빨리 갔으면 더 많이 구했을 텐데…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7월 10일 새벽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 화재 현장에서 6명의 귀중한 목숨을 구한 신복수(59) 고흥 스카이 사장은 여전히 그날을 잊지 못했다.

밤새 내린 장대비로 몸을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을 무렵, 신 사장은 함께 일하는 후배 이은수(57)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읍내에 있는 윤호21병원에서 큰불이 났는데 자신의 카고 크레인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내용이었다.

45m 길이의 고소 작업차(스카이차)를 보유한 신 사장은 재빨리 옷을 주워 입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구조 당시 설명하는 신복수(왼쪽), 이은수씨
구조 당시 설명하는 신복수(왼쪽), 이은수씨

[연합뉴스 자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차게 쏟아지는 폭우를 헤치고 막상 도착해보니 병원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시뻘건 불길은 건물 전체를 삼키며 1층 응급실부터 7층 위 옥상으로까지 치솟고 있었다.

병원 앞에는 벌써 화마에 목숨을 잃은 시신 2구가 놓여 있었다.

매캐한 연기속에서 진화 작업을 하다 유독가스를 마신 소방대원 2명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때 어둠속에서 옥상 난간에 한 사람이 매달린 채로 "살려달라'며 외치고 있었다.

신 사장은 지체하지 않고 45m 길이의 스카이차를 펼치기 시작했고 119 소방대원 2명을 태워 곧바로 구조작업에 나섰다.

소방대원들은 먼저 6층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던 3명을 구한 뒤 이어 8층에서 간호사 1명을, 7층에서는 창문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2명을 잇달아 구했다.

구조작업 중인 고소 작업차
구조작업 중인 고소 작업차

[이은수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발을 동동 굴리며 구조 장면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스카이차에 실려 환자와 의료진이 잇달아 내려오자 탄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당시 현장에서는 응급실에서 올라온 불길에 고압선이 터지고 빗줄기는 더 굵어지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암흑 속에서도 신 사장과 후배 이씨는 소방대원들을 도와 날이 밝을 때까지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된 사람들은 인근에 있는 택시회사 주차장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받은 뒤 병원에 후송됐다.

병원에서 구조된 사람은 모두 66명인데 이 가운데 47명이 스카이차와 소방대의 사다리차를 통해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날 불로 끝내 4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신 사장과 이씨가 급히 현장으로 달려와 구조 활동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소방청은 지난 9월 신 사장과 후배 이은수 씨에게 헌신적인 구조활동에 보답하는 의미로 '119 의인상'을 수여했다.

신 사장은 "처음 전화를 받고는 비도 많이 내리는데 무슨 불인가 싶어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아수라장이었다"며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먼저 사람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새벽 4시에 도착해 정신없이 구조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며 "좀 더 빨리 갔으면 더 많이 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무척이나 안타까워 했다.

화재 이후 신 사장은 스카이차를 몰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게 그을린 벽면은 말끔하게 단장됐고, 깨진 유리창도 새 유리가 끼워져 화재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사고가 있고 나서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신 사장은 "구조 당시 소방관들도 '스카이차가 없었다면 큰일 났을 것 같다'며 고마워해 보람을 느꼈다"며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끔찍하고 눈물도 나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minu21@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