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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기후위기] ⑥'脫화력발전·친환경차 인프라 확충' 등 해결과제 산적

송고시간2020-1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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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소차 보급 속도 빠르지만,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

'독일·영국 47% vs 한국 7%' 신재생에너지 비중, 선진국에 크게 뒤져

주민 반발에 태양광 부지 확보 난항…"이익공유제 등으로 참여 끌어내야"

다가온 기후위기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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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ba_bXSFPl0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사상 최장의 장마와 빈번한 태풍, 폭염, 한파 등 이제 '기후위기'는 우리 곁에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더는 머뭇거리지 말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의 감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전기차,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을 대대적으로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선진국보다 훨씬 낮고, 친환경 차량 충전소 등의 보급도 크게 뒤처진 것이 현실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석탄발전을 수출하고 화력발전소를 짓는 등 '기후 악당'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정신 차리고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환경 후진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공원 언덕 위에 조성된 영덕풍력발전단지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공원 언덕 위에 조성된 영덕풍력발전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기·수소차 인프라 확충, 아직도 갈 길 멀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표적인 사업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송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운수업 7천250만tCO₂e(이산화탄소환산톤·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 자가용 8천424만tCO₂e 등 총 1억5천675만tCO₂e에 달했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7억280만tCO₂e)에서 수송 부문이 22.3%나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본다면 주행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차와 전기차의 보급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필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이 배출되지만, 내연기관차보다는 훨씬 적다. 2015년 수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연료 생산과정을 포함해 1㎞ 주행 시 이산화탄소를 130∼135g 발생시키지만,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0∼80g, 수소차는 15∼75g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보급은 국가별 자동차 시장 규모를 따져볼 때 그리 뒤처진 편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전 세계 순수 전기차 보급대수는 479만대이다. 중국 258만 대, 미국 88만 대, 일본 15만 대, 독일 14만 대 등이고, 한국은 8만4천 대가 보급됐다.

전기 자동차
전기 자동차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친환경 차량이 이용할 충전소 인프라는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2만9천781곳, 수소차 충전소는 38곳이다. 10월 말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가 13만568대, 수소차가 1만50대이므로, 충전소는 전기차 4.3대당 1곳, 수소차 264대당 1곳에 불과한 셈이다. 수소차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운전자들이 원하는 급속 충전소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급속 충전은 완전 충전에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완속 충전은 8시간이나 걸려 운전자들은 급속 충전소를 선호한다. 급속 충전소는 10월 말 기준 7천380개로 전기차 17.7대 당 1곳에 지나지 않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제주도 같은 관광지 등에 급속 충전소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충전소 부족으로 전기차 이용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수소차의 경우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전에 차량 보급부터 해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데, 차량 보급과 인프라 구축 속도를 맞춰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단지 등 전기차 사용자가 많은 곳에 충전소가 충분하게 설치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직장인 A씨는 "김포 쪽에 업무가 있어 충전소 위치를 찾아봤는데 마트나 주택 단지 등에 충전소 있는 곳이 거의 없어 불편을 겪었다"며 "아직도 충전소 설치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수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충전 인프라의 양적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주택 단지나 회사가 밀집해 있는 곳의 충전소에서는 이용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한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충전소의 양적 확산보다는 소비자의 이용 현황을 고려해 질적 효율성을 따진 배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 충전소

[고양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47% vs 한국 7%'…신재생에너지 비중 턱없이 낮아

단순히 전기차 보급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전기차의 동력인 전기 생산에서 석탄화력발전 비율이 높으면 그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 중 무려 44%를 차지하는 화력발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보급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공급이 사상 최대인 25.3%를 차지했다. '환경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지난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친환경 발전 비중이 47.3%에 달했다. 영국도 올해 1분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47%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에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10년 2.61%에서 2019년 6.5%로 소폭 높아졌을 뿐이다.

봉화군 봉성면 태양광 발전 시설
봉화군 봉성면 태양광 발전 시설

[봉화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아직은 전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일부 국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확률이 큰데, 지금 같은 추세라면 한국은 더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데는 급격한 산업 발전이라는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한국은 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전력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전력소비량 증가 속도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빨리 늘리지 않는 이상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 수가 없었다"며 "최근에 와서야 전력소비량 증가 속도가 낮아지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후나 국토 여건이 선진국에 비해 불리하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산지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해 미국이나 호주처럼 태양광을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는 넓은 토지를 찾기 쉽지 않다. 사계절이 뚜렷해 일조량과 풍량의 변동이 크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여건과 더불어 한국이 가진 강점도 분명히 있다. 전자, 기계, 소재, 전력 설비 등에서 우리 제조업이 세계 선두권에 있다는 것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필요한 설비의 제조에 있어 최적화한 산업구조를 갖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용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매우 잘할 수 있는 나라"라며" 태양광, 2차 전지 등의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 있어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일방적 해상풍력 추진 반대한다"
"일방적 해상풍력 추진 반대한다"

(세종=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난 10월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방적 해상풍력 추진반대 어업인 결의문 및 서명부 전달' 관련 기자회견에서 수협 해상풍력 대책위원회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0.20 mon@yna.co.kr

◇전국 곳곳서 주민들 "태양광 반대"…"이익공유제로 주민 참여 끌어내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막는 또 다른 주된 원인으로는 '지역 수용성' 문제가 꼽힌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수용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측과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산신재생에너지가 충남 서산시 양대동에서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자 주민들은 '태양광이 친환경이면 느그 집에 설치해라', '친환경 가면 쓴 태양광발전 결사반대', '주민 무시하는 태양광 절대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반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천198㎡(362평) 부지에 1천100억원이 투입된 태양광 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해녀가 뿔났다' 한동·평대 해상풍력 반대
'해녀가 뿔났다' 한동·평대 해상풍력 반대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지난 9월 24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한 제주도의회 심의를 앞두고 지역주민들이 제주도의회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9.24 dragon.me@yna.co.kr

정부가 10년 이상 노력해온 해상풍력 사업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그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순천지역 풍력발전단지 조성 반대대책위원회는 "어업 활동에 지장을 준다"며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최종 승인된 제주지역 최대 규모의 한림해상풍력발전 개발사업도 주민과 토지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지자체들이 이러한 반발을 의식해 지나친 태양광 입지 규제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23곳에서 태양광 입지 규제를 시행 중이며, 그 대부분은 도로·주택 이격 거리 규제이다.

지자체들은 조례를 통해 태양광 발전시설이 도로와 주택으로부터 짧게는 수백m, 길게는 1km까지 떨어지도록 했다. 결국 도로나 주택 인근에 설치되지 못한 태양광 발전은 산비탈 등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올해 여름 기록적 장마가 있었을 때 일부 지역의 산사태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환경 훼손 논란도 벌어졌다.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로 훼손된 산림 면적은 5천14㏊(50㎢)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한다고 한다.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역 수용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 확대를 제언했다.

이철용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도록 해 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역 수용성 문제를 이미 겪은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이러한 이익 공유 시스템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국가로 평가받는다. 영국에서도 1970∼1980년대에 소음 등 문제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이에 영국은 '마을 풍력 제도'를 도입해 마을 주민들이 풍력발전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덴마크의 경우 풍력발전 인프라에서 일정 거리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그 운영 수익의 20%를 갖도록 한다.

유승훈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얻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민들에게 나누지 않고서는 지역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이에 드는 재원은 국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만큼 국민은 추가적인 전기요금 납부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지역 주민에게 흘러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 직속 범국가 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도 지난달 내놓은 중장기 국민 정책 제안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에 환경비용을 50% 이상 반영하는 등 환경 비용과 연료비 변동을 연계한 전기 요금 체제를 확립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패널이 이격거리 규제 때문에 말 그대로 산으로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지자체의 지나친 입지 규제를 단속하고, 신재생에너지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규를 만드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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