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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검찰총장이 대통령 피고 삼아 징계불복소송 가능?

송고시간2020-1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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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총장측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 언급하면서 일부 혼선

현행법 "행정소송 피고는 장관"…판례도 "검사 징계 취소소송은 장관 상대로"

尹측도 "피고는 장관" 인정…단, "취소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징계처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윤 총장 정직2개월 처분 (PG)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윤 총장 정직2개월 처분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정직 2개월의 중징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낸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한때 이번 소송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규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윤 총장의 소송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17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이므로 대통령을 상대한 소송은 맞다"고 밝혔다. 소장을 내기 몇시간 전에 밝힌 입장이었다.

검사징계위원회가 중징계를 의결했더라도 최종 집행은 대통령이 하는 만큼 소송의 상대방은 결국 대통령이라는 주장이었다. 검사징계법은 검사에 대한 징계 중 '해고와 면직, 정직, 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피고는 대통령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다. 청와대가 입장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법무부 장관은 징계 청구권자이고 징계 처분권자는 대통령이다. 당연히 행정소송의 피청구인은 대통령"이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국가공무원법상 대통령은 행정소송의 피고가 될 수 없는데도 윤 총장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엉뚱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상반된 주장도 나왔다.

[그래픽] 윤석열 총장 집행정지 신청·징계취소 소송 제기
[그래픽] 윤석열 총장 집행정지 신청·징계취소 소송 제기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저녁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윤 총장은 징계처분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
jin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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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법 "대통령은 피고 안 돼"…법원 판결도 "장관이 피고"

일단 법조문으로만 따지면 '대통령은 피고가 아니다'라는 청와대 입장은 사실에 부합한다.

행정소송법 13조는 '취소 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고 규정한다.

즉 검사징계위의 징계의결 내지 징계심의에 법적 하자가 있어 취소소송을 낸 것이라면 애초 징계를 청구해 징계위를 소집한 법무부 장관을 피고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사징계위가 의결한 정직 2개월 징계를 법에 따라 대통령이 집행한 그 행위 자체를 문제 삼더라도 대통령은 피고가 될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 16조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 대통령의 처분 또는 부작위의 경우에는 소속 장관을 피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이 제기하는 행정소송이라면 소송 대상으로 삼은 행정처분이 무엇이든 간에 피고는 해당 부처 장관이다.

사법부 역시 검사 임용 관련 소송에서 이 같은 법조문에 입각해 판례를 만든 바 있다.

대법원은 1990년 3월 '검사임용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국가공무원법 16조에 의하면 공무원에 대한 징계, 휴직, 직위해제, 면직 기타 본인의 의사에 반한 불리한 처분 중 대통령이 행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의 피고는 소속 장관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윤 총장 측도 이 같은 법조문과 법원 판결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번 소송의 피고를 대통령이 아닌 법무부 장관으로 지정했다.

답변하는 윤석열 총장 측 변호인
답변하는 윤석열 총장 측 변호인

[과천=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도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손경식(왼쪽부터)·이석웅·이완규 변호사가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15 superdoo82@yna.co.kr

◇ 尹측, 논란일자 입장 재정리…"피고는 장관…대통령의 집행처분을 따지겠다는 것"

대통령이 이번 소송 피고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윤 총장 측이 굳이 소 제기에 앞서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 등의 표현을 썼던 것은 '감봉 이상의 검사 징계 주체는 결국 대통령'이라는 검사징계법 조문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완규 변호사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검사징계법 23조에 따라 그 처분자가 대통령으로 규정돼 있으므로 취소 청구의 대상이 대통령의 처분인 것"이라며 "행정소송상 취소를 구하는 대상은 대통령의 처분이지만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형식상 피고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징계를 최종 집행하는 행위도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집행행위에 법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소송에서 따지겠다는 것이다.

검사징계법 제23조는 "징계의 집행은 견책의 경우에는 징계처분을 받은 검사가 소속하는 검찰청의 검찰총장ㆍ고등검찰청검사장 또는 지방검찰청검사장이 하고, 해임ㆍ면직ㆍ정직ㆍ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징계위에서 징계를 의결했더라도 집행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통령이 할 사항"이라면서 "대통령을 형식적 피고로 삼지 못하더라도 징계 집행 행위 자체를 소송에서 다툴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징계절차가 여러 단계로 구분돼 있고, 각 절차마다 권한을 가진 주체도 다양하지만, 각 절차가 모두 징계를 위한 일련의 행위이기 때문에 집행처분 뿐만 아니라 징계절차 전반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공무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의 피고가 될 수 없도록 한 국가공무원법 16조는 원활한 국정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며 "대통령이 형식상 피고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최종권한을 가지는 처분에 대해선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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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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