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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이 지라시?…역사왜곡 논란 부른 사극 속 한마디[뉴스피처]

송고시간2020-12-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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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퓨전 사극이지만 본격 코미디 드라마"라는 연출진의 의도가 적중했습니다.

이유는 드라마가 몰고 온 역사왜곡 논란 때문입니다.

'코믹 판타지'에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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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0Or-ATbmWw

(서울=연합뉴스) "퓨전 사극이지만 본격 코미디 드라마"라는 연출진의 의도가 적중했습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요즘, 웃음이 빵빵 터지네요."

"진짜 깔깔깔 웃어요."

배우 신혜선의 첫 사극 도전으로 주목받은 tvN 주말극 '철인왕후' 얘기인데요.

자신을 "버려보고 싶었다"던 신혜선의 '저세상 텐션' 연기, 주연 배우가 주고받는 '티키타카' 식 대사, 웃음 포인트 있는 경쾌한 전개가 몰입감을 높입니다.

이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면서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죠.

그러나 철인왕후에 쏟아지는 호평만큼이나 이 드라마를 향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데요.

이유는 드라마가 몰고 온 역사왜곡 논란 때문입니다.

철인왕후의 배경은 조선시대 철종 재임 시기.

드라마는 청와대 셰프인 허세남 장봉환(최진혁 분)의 영혼이 철종(김정현)의 비(妃)인 철인왕후 김소용(신혜선)의 몸에 깃들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캔들을 그립니다.

이런 배경으로 드라마에는 역사적 인물인 철종, 철인왕후, 순원왕후, 신정왕후 등이 등장하죠.

'코믹 판타지'에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

가장 문제가 된 장면은 현대 남성의 영혼이 깃든 중전이 철종을 향해 독백하는 부분.

"주색으로 유명한 왕의 실체가…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 괜히 쫄았어."

이 대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국보 제151호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깎아내렸다는 비판을 받았죠.

또 메이킹 영상 속 "언제까지 종묘제례악을 추게 할 거야"란 중전 대사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을 이른바 '술자리 게임'으로 이용했다며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역사 속 인물 희화화 논란도 일었습니다.

신정왕후 조씨가 미신에 심취한 설정이나, 중전에게 회임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장면은 풍양조씨 종친회의 강한 항의를 받았습니다.

순원왕후는 상궁에게서 얼굴 리프팅을 받는 등 '안티에이징'에 목매는 사람처럼 표현되고, 중전이 철종에게 손찌검하거나 중전과 궁녀가 겸상하는 장면 등이 지나치게 궁중 예법을 거슬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극 중 기생집 이름 '옥타정'이 지난해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진 클럽 옥타곤을 연상시킨단 비판도 있었는데요.

이처럼 논란이 뜨거워진 데는 이 드라마가 중국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를 리메이크한 탓에 원작을 쓴 중국 작가의 혐한 성향 이력이 더해진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자 방송 초반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7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철인왕후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글이 올라왔는데요.

이에 tvN은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사과하고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한 내레이션을 삭제했습니다.

또 공식 홈페이지 인물관계도에서 '안동 김문', '풍양 조문'을 '안송 김문', '풍안 조문'으로 수정했죠.

인터넷 게시판 등에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허구란 점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는 옹호론과 "왕조 능욕", "애초에 가상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비판이 갈렸는데요.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사극이 지금 가진 생각을 시간의 옷을 입혀 보여주는 것이라 본다면, 역사적 사실과 표현하는 부분에서 좀 더 고민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퓨전 사극이어도 실존 인물을 썼을 땐 역사왜곡이 되지 않는 납득할 만한 설정들이 필요하다"며 "철인왕후는 코미디면서 파격적인 이야기가 담겨 시대적 배경만 조선시대로 삼고 인물이나 설정은 가상으로 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사극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2013년 MBC TV 드라마 '기황후'는 모국인 고려에 해를 끼친 기황후와 방탕한 충혜왕을 실제와 다르게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앞서 2009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천추태후'도 역사적 기록을 무시한 채 천추태후를 잔다르크에 빗대는 등 무조건 선한 역으로 그려 '천사태후'란 비아냥을 들었죠.

특히 요즘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K 드라마' 인기가 각국에서 높아져 역사 왜곡과 과도한 희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데요. 실제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언급한 대목은 해외에서 '타블로이드'로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고 있어서 아무리 코미디여도 변형할 경우 해외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잘못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 속 허구의 경계.

국내뿐 아니라 최근 영국에서도 왕실을 다룬 드라마 '더 크라운'이 인기를 끌자 문화장관이 넷플릭스 측에 '픽션'(허구) 고지를 요구했는데요.

허구라는 이름으로 역사적 사실을 비틀고 섞는 설정이 어디까지 수용될 수 있는지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박소정

조선왕조실록이 지라시?…역사왜곡 논란 부른 사극 속 한마디[뉴스피처]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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