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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25) 산골 아이에서 최고 단조 기술인으로…조도환 태웅 이사

송고시간2020-12-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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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조도환 이사는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오전 8시부터 공장 내 작업장을 둘러보며 당일 작업 준비 상황을 살폈다.

조 이사는 단조 분야에서만 40년간 일은 해온 숙련기술인이다.

쇠를 달구어 호미와 낫, 칼 등을 만드는 옛대장간 모습과 지금의 단조 공장에서 대형 쇳덩어리로 플랜트, 조선, 기계, 풍력발전 등에 필요한 각종 형상을 만드는 작업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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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40년 단조 설계·절단·열처리·가공 기술 숙련

글로벌기업 풍력설비·항공우주 부품도 조 이사 손 거쳐야

"원가절감·작업시간 단축 중요…끈기 갖고 기술 습득해야"

조도환 태웅 이사
조도환 태웅 이사

[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단조에서 한번 실수는 수억원대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작업 순간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 있는 태웅 단조 공장.

조도환 이사는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오전 8시부터 공장 내 작업장을 둘러보며 당일 작업 준비 상황을 살폈다.

조 이사는 단조 분야에서만 40년간 일은 해온 숙련기술인이다.

단조는 철을 녹여 만든 금속재료(쇳덩어리)를 대형 프레스로 두드려 일정한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단조 공장을 쉽게 표현하기 위해 '현대식 대장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쇠를 달구어 호미와 낫, 칼 등을 만드는 옛대장간 모습과 지금의 단조 공장에서 대형 쇳덩어리로 플랜트, 조선, 기계, 풍력발전 등에 필요한 각종 형상을 만드는 작업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1천200도 가열로
1천200도 가열로

[촬영 조정호]

단조 제조공정은 쇳물로 만든 원재료를 사전에 준비된 설계도에 맞춰 최적의 크기로 절단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필요 없는 부분으로 떨어져 나간 금속은 고철이 되기 때문에 절단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최초 설계단계에서 구상을 잘해야 하는데 조 이사의 40년 경력이 이때 진가를 발휘한다.

다음 공정은 원재료 금속을 가공하기 전에 화덕 역할을 하는 대형 가열로에 넣고 1천200도로 달군다.

열을 받아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어리는 망치와 집게 역할을 하는 단조프레스로 옮겨진다.

단조 프레스 공정
단조 프레스 공정

[촬영 조정호]

태웅 단조 공장 한가운데 최대 1만5천t의 힘으로 두드리고 압력을 가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단조프레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금속을 두드리며 원하는 형상으로 성형이 이뤄진다.

열처리와 기계가공을 거쳐 검사와 포장·출하 공정을 끝으로 모든 단조작업은 완료된다.

단조 과정을 거치면 금속재료 조직이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부러지거나 파손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조 이사는 벌써 정년퇴직을 했을 나이이지만 태웅에 없어서는 안 되는 보배 같은 존재다.

영업부에서 제품 수주를 하기 전부터 먼저 협의하는 사람이 바로 이 회사 최고 베테랑인 조 이사다.

단조 제조에는 명확한 공식이 없다.

조도환 태웅 이사
조도환 태웅 이사

[촬영 조정호]

특히 규모가 크고 난이도가 있는 주문 제품을 만들 때는 수많은 작업을 하면서 터득한 단조 숙련기술인의 계산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아침 작업 현장을 둘러보고 준비 상황을 점검한 조 이사는 직원들에게 당일 해야 하는 작업을 지시한다.

"지금도 단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없습니다. 결국 독학을 해 단조 기술을 익혔습니다."

직원들이 작업을 하다가 난관에 봉착하면 그를 찾아온다.

조 이사는 직접 현장에 가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40년간 익힌 단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풍력 단조 제품
풍력 단조 제품

[태웅 제공]

태웅은 GE, VESTAS, SIEMENS 등에 풍력 설비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에는 아마존, 테슬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 중인 우주여행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부품 납품기업으로 선정됐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날 때 받는 엄청난 압력과 고열에 견딜 수 있는 부품을 제작해 납품하는 등 회사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도 숙련 기술인 조 이사의 역할이 컸다.

1953년 경남 산청 지리산 산골에서 태어난 조 이사는 7살 때 마을 훈장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생계를 위해 부산으로 이사를 한 조 이사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등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을 했다.

1980년 울산에 있는 한국프랜지에 입사해 단조 제조 보조역할을 하면서 단조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에는 사람 손으로 쇳덩어리를 옮기고 망치질을 했습니다.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죠. 월급은 시간당 500원이어서 잔업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들었습니다."

가정을 꾸린 그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돈을 벌겠다며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장사도 해봤지만 신통찮았다.

조도환 태웅 이사
조도환 태웅 이사

[촬영 조정호]

단조 공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기에 기능공으로 1987년 태웅에 입사했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했다.

해외업체로부터 풍력 설비 400개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작업공정이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2개월 만에 제품을 만들어 내 주위를 놀라게 한 일도 있다.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치면 그는 직접 작업 현장에 가서 제품을 척척 만들어 낸다.

그의 손을 거치면 어려운 단조 작업도 술술 풀렸다.

태웅 단조 공장 내부
태웅 단조 공장 내부

[태웅 제공]

"어떻게 하면 깎아 버리는 부분을 줄이고 작업단계를 최소화해 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면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원가 절감, 작업 시간 감축과 직결됩니다."

조 이사는 대학을 다니지 않았지만, 금속공학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현장 경험을 접목해 최고의 단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금속 재료에 관한 연구를 한 것은 많지만 단조 도면 작성, 단조 작업 온도, 금형 등에 관한 연구와 전문 서적이 없어 기술 습득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지금도 도면 작성, 도면 보는 방법, 금형 원리, 온도 등을 직접 현장에서 기록을 남기면서 직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끈기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며 "어렵더라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고민을 하다 보면 해법이 보이게 된다"고 청년 기술인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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