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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양심' 팡팡이 폭로한 진실 통제의 비극

송고시간2020-12-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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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봉쇄 두달간 기록 '우한일기' 출간…"상식·객관성 없는 사회, 사람을 죽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해 세계로 퍼져나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 전체를 1년 가까이 고통과 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코로나19를 제대로 알리거나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글로벌 팬데믹을 유발해 세계인에 큰 피해를 줬다는 비판을 받는다. 중국 정부는 사태 초기 전염성과 증상이 심각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자국민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특히 중국 당국이 최대 명절인 춘절 분위기를 망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엄청난 수의 중국인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사이에 한국, 일본 등 이웃 나라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으로 쏟아져 나왔고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퍼졌다.

이 기간 우한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뒤늦게 방역에 나선 중국 당국은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를 통째로 완전히 봉쇄했고, 시민들은 집에 갇힌 채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전체주의 사회인 중국에도 '양심'은 존재했다.

예컨대 의사 리원량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인지하고 최초로 경고했다가 오히려 중국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당시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에 대해 "사람 간에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계의 대표적인 '워치도그'가 리원량이었다면 예술계에는 '중국 신사실주의 대표작가'로 불리는 팡팡(方方)이 있었다.

'중국의 양심' 팡팡이 폭로한 진실 통제의 비극 - 1

팡팡은 우한이 봉쇄된 지 사흘째부터 우한의 참상과 중국 정부의 진실 은폐 및 왜곡, 관리들의 안이한 대응과 시민들의 절규를 매일 낱낱이 기록해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올렸다. 우한 봉쇄가 62일 만에 풀린 지난 3월 24일까지 60건의 글이 연재됐다.

연재 초기에 팡팡의 글은 중국 내부는 물론 세계 각국에 충격을 줬다. 곧바로 중국 정부는 검열에 나서 그의 글들을 차단했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그의 원문을 댓글로 이어 완성하는 '댓글 릴레이'를 벌이기도 했다.

팡팡이 쓴 이 글들을 모두 엮어 15개국에서 출판한 단행본이 바로 '우한 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가 조유리의 번역으로 펴냈다. 예상대로 중국에서는 이 책이 출간되지 못했다.

팡팡의 기록이 가치 있는 것은 글에서 목숨을 걸고 당국자들의 책임을 일관되게 추궁한 동시에, 당국의 서슬 퍼런 탄압과 친정부 지지자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알렸다는 데 있다.

당시 '우한 일기'를 지지한 학자들은 당국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고초를 겪었으며, 팡팡 본인도 고발당했다.

무엇보다 그는 상식이 사라진 사회, 정부와 권력자들이 거짓과 선동을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비극이 언제든 재발한다는 사실을 거듭 지적한다.

"상식이 부족하고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된 사회는 말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심지어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팡팡은 또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 때문에 피해를 본 민초들의 삶을 낱낱이 보여줬다. 부모가 모두 격리되자 집에서 굶어 죽은 뇌성마비 아이, 증상이 있어도 치료도 못 받는 사람들, 장례도 못 치른 채 비닐에 쌓여 화물트럭에 실려 나가는 수많은 시신 등 중국 정부가 은폐하려던 우한의 참상을 생중계했다.

앞서 중국 문호 옌롄커는 지난 3월 '대산문화'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코로나19 대신 언론과 민심을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한편, 팡팡과 리원량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바 있다.

옌롄커는 '우한 일기'에도 추천사를 써 격려했다. 그는 "땅바닥에 쓰러진 작가와 문학의 얼굴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팡팡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에서 "정부는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않고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말을 통제했다. 이 코로나19의 지옥은 '거짓말'에서 비롯됐다고 팡팡은 결론지었다"고 했다.

팡팡은 도시 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2010년 중국 최고 권위의 루쉰문학상을 받았다. 정부의 거짓말에 맞서며 우한의 참상을 알린 그는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됐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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