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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통 귀해진 멕시코…할아버지 위해 손녀가 머리카락 팔기도

송고시간2021-01-08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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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 사연 화제…집에서 치료하는 코로나 환자 늘면서 산소 수요↑

코로나 걸린 할아버지의 산소통을 채우기 위해 머리카락 판 아나 파올라 로메로
코로나 걸린 할아버지의 산소통을 채우기 위해 머리카락 판 아나 파올라 로메로

[멕시코 밀레니오 캡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가파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병상이 부족해진 멕시코에선 집에서 치료받는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산소도 귀해졌다.

산소통 충전을 위해 늘어선 긴 줄이 익숙한 풍경이 된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린 할아버지에게 필요한 산소를 사기 위해 머리카락을 판 10대의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멕시코 매체 밀레니오는 7일(현지시간) 멕시코주 톨루카에 사는 16세 아나 파올라 로메로의 사연을 일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 소개했다.

로메로 가족에게 코로나19가 덮친 것은 지난달이었다. 삼촌이 처음 확진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9명의 가족이 줄줄이 감염됐다. 로메로도 감염됐지만 다행히 독감 증상과 간헐적인 두통, 미각·후각 상실을 겪는 데서 그쳤다.

그러나 당뇨병이 있던 68세 할아버지는 상태가 심각해졌다. 입원하지 않고 집에 머무는데 산소포화도가 크게 떨어져 산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계속 충전해야 하는 산소통 비용은 가족에게 큰 부담이었다. 로메로의 가족은 산소와 약 등을 사느라 이미 4만 페소(약 220만원) 넘게 써서 빚까지 졌다.

로메로는 어른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허리까지 정성껏 기른 머리카락을 팔기로 하고, 페이스북에 머리 사진과 함께 사연을 올렸다.

지난 3일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로메로가 받은 돈은 2천500페소(약 13만8천원). 2년간 기른 머리를 판 돈으로 산 산소 실린더는 2시간 만에 바닥이 났다.

그렇지만 로메로는 "할아버지를 잃는 것보다 머리카락을 잃는 게 낫다. 머리는 다시 자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 자른 모습이 좋다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멕시코 무료 산소 충전소 앞에 줄 선 사람들
멕시코 무료 산소 충전소 앞에 줄 선 사람들

[EPA=연합뉴스]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로메로 가족만이 아니다.

멕시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48만 명, 사망자는 13만 명가량이다. 전날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3천345명, 사망자는 1천16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 이후 확산세가 더욱 빨라지면서 병상은 포화상태가 됐다.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는 사람과 차라리 집에서 치료받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산소통 수요도 늘었다.

수요가 늘자 산소통 구입이나 충전 비용도 2∼3배 올랐고, 그나마 보호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충전소에 가서 줄을 서야 한다.

산소 충전소 직원인 이반은 최근 AP통신에 "산소가 바닥 나서 팔지 못하는 날도 있다"며 "다들 조금씩이라도 산소를 가져갈 수 있도록 충전량을 줄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소통을 충전하는대신 공기 중의 산소를 농축해 발생시키는 산소발생기도 있지만, 서민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인 데다 코로나19 이후 값이 더 뛰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자체들은 곳곳에 무료 산소 충전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수도 멕시코시티 당국은 무료 충전소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여러 시간 줄 서는 일을 막기 위해 곧 무료 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6일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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