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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생후 16개월 영아학대사망사건 경찰 재수사 불가?

송고시간2021-01-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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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생후 16개월 영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의 1차 수사를 바탕으로 검찰은 양모의 학대 혐의에 대해 '영아학대치사죄'(대법원 양형기준상 기본양형 4~7년)를 적용해 기소했는데, 왜 처벌 수위가 더 무거운 살인죄(기본양형 10∼16년)를 적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김 청장은 "현행법 체계에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 특별한 변동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재수사는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답했고, 이에 변호사 출신인 김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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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발언 따져보니…형소법상 기소된 사건 '중복수사'는 불가

'보강수사' 가능하나 송치한 사건은 검찰 요구받아 하는게 보통

 답변하는 김창룡 경찰청장
답변하는 김창룡 경찰청장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후 16개월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7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생후 16개월 영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의 1차 수사를 바탕으로 검찰은 양모의 학대 혐의에 대해 '영아학대치사죄'(대법원 양형기준상 기본양형 4~7년)를 적용해 기소했는데, 왜 처벌 수위가 더 무거운 살인죄(기본양형 10∼16년)를 적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특히 누차의 학대 의심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까지 겹쳐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을 재수사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으며, 이 청원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정치권도 경찰을 질타하며 재수사 필요성을 거론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형동 의원은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 긴급현안 질의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경찰이 사건을 재수사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현행법 체계에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 특별한 변동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재수사는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답했고, 이에 변호사 출신인 김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재수사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법적 가능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만큼 관련 법 조문과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봤다.

◇형사소송법에 기소된 사건 '중복 수사' 불가 규정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상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하기 어렵다'는 김 청장의 발언은 사실에 가깝다.

여기서 '재수사'의 개념이 중요하다.

우선 경찰이 수사를 거쳐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이어 공소 제기(기소)까지 이뤄진 사건을 경찰이 새로운 사건번호를 받아 다시 수사한다는 의미라면, 이는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르면 공소제기가 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됐을 경우 판결로써 공소기각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사기관이 같은 사건을 중복해서 수사·공소 제기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형사소송법상 이미 공소제기 된, 같은 사건을 다시 수사할 수는 없다"며 "법률상 공소 기각 대상이어서 수사를 시작할 권한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곳에선 행복하길'
'그곳에선 행복하길'

(양평=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아동학대 사망사건 피해 아동 묘지에 사진이 놓여 있다. 2021.1.6 ondol@yna.co.kr

◇'보강' 취지 재수사 가능…단, 송치·기소된 사건을 검사 요구 없이 경찰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비현실적

그러나 김 의원이 지칭한 경찰의 '재수사'는 전후 맥락상 경찰이 같은 사건을 새로운 사건으로 다시 수사한다기보다는,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지칭한다고 봐야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살인죄 적용 등 미흡했던 부분을 경찰이 다시 수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미의 재수사는 법률상 금지돼 있지 않다. 실제로 검찰 송치 이후 추가 증거 확보 등을 위해 경찰이 보강 수사를 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익명 인용을 요구한 검찰 고위직 출신 모 변호사는 "모든 사건은 늘 수사할 게 남아있기 때문에 당연히 추가로 수사할 수 있다"라며 "검찰에 넘겼다고 경찰이 더 수사를 못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이번 사건에서도 필요하다면 경찰이 국내외 의사 소견을 듣거나 주변인 탐문을 더 해서 검찰에 그 내용을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미 검찰 송치가 이뤄진 사건과 관련, 검찰의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의 독자 판단에 따라 보강 수사를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공식적으로 폐지됐지만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이후에도 검찰의 관여를 받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에 따르면 검사는 송치사건의 공소 유지에 관해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김 청장이 현 상황에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더 수사 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이런 법조문을 감안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검·경 수사 관행에 비춰봐도 송치후 기소까지 이뤄진 사건에 대해 경찰이 독자 판단에 따라 보강수사를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단 검찰에 송치했으면 검찰이 공판을 준비하면서 판단에 따라 미흡한 점이 있으면 경찰에 요청해 보강 수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검찰에 막 송치했는데 경찰이 또 전면에 나서서 수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이 송치되면 검찰에 사건 관련 권한이 온 것으로 본다"며 "검찰에서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데 경찰이 스스로 보강 수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의 경우, 경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는 있으나 형소법 취지와 관행에 비춰 볼 때 검찰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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