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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냐, 버티기냐'…코로나19 위기 속 이탈리아 연정 갈림길

송고시간2021-01-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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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험난한 길을 걸으며 간신히 버텨온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운명이 이르면 12일 밤(현지시간) 결판난다.

연정은 이날 밤 9시 30분 긴급 내각 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회복 계획안'을 논의·의결한다.

중도 좌파 '민주당', 반체제 '오성운동' 등과 함께 연정의 세 바퀴 가운데 하나인 '생동하는 이탈리아'(Italia Viva·IV)가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수립했다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갈등의 핵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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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밤 280조원대 코로나19 경제회복 플랜 관련 내각회의

승인 둘러싼 연정 내홍 정점…전·현직 총리 강대강 대치

이탈리아 연정 위기의 중심에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오른쪽)와 주세페 콘테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탈리아 연정 위기의 중심에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오른쪽)와 주세페 콘테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진짜 연정 위기로 가느냐, 기사회생하느냐'

험난한 길을 걸으며 간신히 버텨온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운명이 이르면 12일 밤(현지시간) 결판난다.

연정은 이날 밤 9시 30분 긴급 내각 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회복 계획안'을 논의·의결한다.

여기에는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에 할당한 2천90억 유로(약 28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지원 기금의 구체적인 사용 방안이 담겼다.

경제 회복 계획안은 그동안 연정 내부를 뒤흔드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해왔다.

중도 좌파 '민주당', 반체제 '오성운동' 등과 함께 연정의 세 바퀴 가운데 하나인 '생동하는 이탈리아'(Italia Viva·IV)가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수립했다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갈등의 핵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실의 민낯을 드러낸 공공 보건·의료에 대한 기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좀 더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IV 주장의 요지다.

IV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지난 수 주간 계획안을 이대로 강행한다면 연정을 떠나겠다고 공언해왔다.

연정은 비교적 여유 있는 과반 의석을 점하는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는 간발의 차로 과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IV가 이탈하면 과반이 무너지는 구조다.

이탈리아 상원에서 발언하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탈리아 상원에서 발언하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9월 렌치 전 총리 계파가 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IV는 연정 3당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지만 연정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쥔다.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와 다른 두 정당은 위기를 피하고자 IV 주장을 대폭 반영한 3천억 유로 규모의 수정안을 이날 회의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하지만 IV는 강경일변도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렌치 전 총리가 IV의 '몽니'로 중차대한 국가 정책이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을 의식해 일단 이날 내각 회의에서 경제 회복 계획안 의결에 협조한 뒤 곧바로 IV 소속 장관 2명을 사임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각에서 소속 장관을 뺀다는 것은 더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상 연정 붕괴로 가는 시나리오다.

콘테 총리 역시 IV가 연정을 떠나면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라고 한다. IV 지지 없이 의회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서는 IV의 연정 이탈을 가정해 ▲ 콘테 총리의 유임과 함께 민주당과 오성운동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정 구성 ▲ 총리 교체를 통한 기존 정당의 연정 유지 ▲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과 같은 중립적 총리를 내세운 거국 내각 구성 등의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임기를 2년가량 남겨둔 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라는 최악의 상황도 거론되나 그 가능성은 낮다.

현재의 여론 구도상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극우 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으로 정권이 넘어갈 개연성이 커 여권 누구도 이를 반기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총선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정계 안팎에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아랑곳없이 정국 혼란을 촉발한 렌치 전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렌치 전 총리의 '벼랑 끝 전술' 이면에는 판을 크게 흔들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려는 숨은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는 2014년 39세 나이의 역대 최연소 총리직에 오르며 이탈리아 정치권에 '젊은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2016년 정치 개혁의 하나로 추진한 상원의원 수 감축 국민투표에 패하자 사임했고 이후 이렇다 할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IV 역시 창당 이후 줄곧 3% 안팎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원외로 밀려나 당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렌치 전 총리의 정치적 생명도 끝이 날 가능성이 크다.

뻔히 예상되는 내리막길을 바라만 보기보다는 차라리 연정을 뿌리부터 흔들어 입지를 확대하거나 연정 붕괴 후 새로운 연정에 참여해 또 다른 기회를 탐색하겠다는 렌치 전 총리의 야욕이 이번 연정 위기의 본질이라는 시각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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