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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체와 사투 벌인 1년…'녹초' 된 검사관들

송고시간2021-01-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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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인천보건환경연구원 1층 현관 유리문에 붙은 붉은색 안내문을 보고 멈춰 섰을 때 검체 검사를 담당하는 한 연구사가 2층 진단 검사실에서 내려와 문을 열어줬다.

연구사는 "외부인이 출입할 땐 간이 키트 검사를 꼭 한다"며 "우리 검사실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 인천 전체가 '셧다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3천409명(이달 12일 0시 기준) 가운데 56%인 1천920명이 이 좁은 검사실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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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초과근무만 100시간…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밤새

'세상에 급하지 않은 검체는 없다'
'세상에 급하지 않은 검체는 없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4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천환경보건연구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실 입구에 '세상에 급하지 않은 검체는 없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2021.1.14 son@yna.co.kr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출입 통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기관'

인천보건환경연구원 1층 현관 유리문에 붙은 붉은색 안내문을 보고 멈춰 섰을 때 검체 검사를 담당하는 한 연구사가 2층 진단 검사실에서 내려와 문을 열어줬다.

보안장치가 설치된 출입문이 열렸지만, 곧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면봉처럼 생긴 긴 막대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가 나갔고, 간이 키트 검사에서 한 줄이 떠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검체가 쌓인 검사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연구사는 "외부인이 출입할 땐 간이 키트 검사를 꼭 한다"며 "우리 검사실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 인천 전체가 '셧다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컨트롤(C)과 테스트(T)라고 적힌 부분에 붉은색 두 줄이 뜨면 양성 의심자로 분류돼 출입이 통제되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평(66㎡) 남짓한 2층 검사실에는 생물안전 작업대, 유전자 추출 장비, 유전자 증폭 장치, 멸균처리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각종 장비와 장치 사이를 지나다가 서로 마주치면 몸을 틀거나 한 명은 뒤로 물러서야 할 정도로 비좁았다.

인천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3천409명(이달 12일 0시 기준) 가운데 56%인 1천920명이 이 좁은 검사실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검체 확인하는 검사관
검체 확인하는 검사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4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천환경보건연구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실에서 한 연구사(검사관)가 검체를 생물안전 작업대에 올려놓고 감염력을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1.1.14
son@yna.co.kr

인천 10개 군·구 보건소와 병원 10여 곳에서 채취된 검체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검사실로 쏟아져 들어온다.

생물안전 작업대에서 '생물학적 불활성화' 과정을 거쳐 감염력을 없앤 검체는 유전자 추출 장비로 옮겨진다.

단백질을 녹여내 세포 조직 깊숙한 곳에 있는 유전자를 뽑아내면 검사관들이 증폭 장치를 통해 유전자를 분석한 뒤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년간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이 검사한 검체 수는 모두 16만4천916건이다.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가운데 가장 많은 검사를 했다.

매일 평균 1천∼1천500건의 검체 검사가 의뢰되는데 지난해 8월에는 하루에 2천587건을 접수한 날도 있었다.

밀려드는 검체에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신종감염병과 소속 연구사 17명은 지칠 대로 지쳐 녹초가 됐다.

지난해 1년간 이들의 초과근무는 한 명당 매달 90∼100시간에 달했다.

한 연구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해 10월 기본근무 시간에 230시간을 더 일했다.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에 보통 200시간 정도 일한다고 가정하면 두 배 더 근무한 셈이다.

검체 검사실
검체 검사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4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천환경보건연구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실 인근에서 연구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14
son@yna.co.kr

새벽에 긴급한 검사 의뢰가 들어올 수도 있어 매일 연구사 2∼3명은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 벌써 1년째다.

이 연구원의 한 간부는 직원들이 안쓰러워 눈물이 날 정도라고 했다. 그나마 지난달 경력직 7명을 포함해 신규 직원 12명을 충원하면서 한시름 놓았다.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이 된 아들을 둔 오성숙(42) 연구사는 국가직 공무원인 남편이 타지역으로 발령받은 2018년부터 주말부부 생활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부터는 주말에조차 남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18년차인 오 연구사는 14일 "출근하면 매일 새벽 2∼3시쯤 집에 들어가는데 온종일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해 등교도 못 할 때는 혼자 집에 두어야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밥을 못 챙겨줘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준다"며 "작년 한 해 배달 애플리케이션 '000'이 아들을 키웠다"고 쓴웃음을 보였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 연구원에 입사한 지 6년째인 엄선아(31) 연구사도 "부모님과 같이 사는데 항상 주무시는 새벽에 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얼굴을 뵐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평소 운동을 좋아해 수영과 필라테스를 했는데 작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남자친구와 결혼도 생각 중인데 올해는 못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검사관들이 끼니로 때우는 컵라면
검사관들이 끼니로 때우는 컵라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4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천환경보건연구원 대회의실에 컵라면이 쌓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담당하는 이 연구원 연구사들은 밀려드는 검체로 인해 시간이 부족해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다고 했다. 2021.1.14
son@yna.co.kr

검사실 옆 대회의실 한쪽 책상 위에는 각종 컵라면이 잔뜩 쌓여 있었고, 간이침대 7개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연구사들은 최근에 간이침대를 들여놓기 전에는 바닥에 온수 매트를 깔고 밤샘 근무 때 잠깐씩 눈을 붙였다고 했다.

엄 연구사는 "원래 컵라면이 천장 높이까지 쌓였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며 "밀려드는 검체에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하는 연구사들은 더 엄격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다"며 "감염 우려가 있어 외부 음식점에도 못 가고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시간대도 나눠 식사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검사실 입구에 놓인 책상 앞에는 '세상에 급하지 않은 검체는 없다'는 문구가 붙었다. 연구원 입구 유리문에는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로 악수를 나눌 그날까지'라는 글귀도 쓰여 있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검체 검사가 늦어지면 격리와 치료가 지연되고 그사이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난다"며 "힘들지만 사명감을 갖고 서로 독려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끝날 때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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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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