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호 환자 치료 병원장 "이런 세상 상상 못 해"

강종구 기자 기자 페이지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을 맞이하지만, 확산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우한 거주자가 작년 1월 20일 '국내 1호 확진자'로 판정받은지 1년 가까이 흘렀고 국내 누적 확진자는 7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첫 확진자를 치료한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지난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첫 환자를 받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사태가 확산할 줄 몰랐다"며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버티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다음은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

-- 국내 1호 환자를 맞이했을 때 치료에 부담은 없었나.

▲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정보가 많지 않아 치료법을 선택하기가 쉽진 않았다. 하지만 인천의료원은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 지정 격리 병상이기 때문에 사스·에볼라·메르스 등 해외 감염병의 '1호 의심 환자' 치료 경험이 많다. 병원 내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치료법을 택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이 변했다. 1호 환자를 받을 때 이런 변화를 예상했는지.

▲ 전혀 그렇지 않다. 메르스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이지만 실제로 유행한 건 3개월, 길어봐야 6개월이었다. 바이러스 전파가 여름이 되면 약해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여름쯤 되면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서로의 만남이 통제되고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는 이런 세상이 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 코로나19 발생 후 1년이 지난 현재 인천 누적 확진자가 3천500명에 달하는데 인천의료원이 1천300명을 치료했다. 인천 전체 확진자의 3분의1 이상을 인천의료원에서 담당한 셈인데 의료진 부담이 극심했을 것 같다.

▲ 연말에 3차 대유행이 왔을 땐 정말 힘들었다. 예년에도 연말은 간호사 이직이 많은 시기인데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니 많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났고 의사도 40여명 중에서 3명이 그만뒀다. 손발을 맞췄던 간호사들은 떠나고, 새로 뽑은 간호사는 경험이 없고, 확진자는 날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 그런 악조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 남은 분들이 헌신적으로 뒷받침해준 덕분에 버틸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의료진은 사명감이 남다르다. 현장 가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옆에서 보면 눈물이 날 정도다. 엄동설한에도 선별진료소 파견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원 요청 오면 나이 많으신 분들이 내가 가겠다고 서로 자원한다. 보건소에서 지원 인력 요청이 오면 인력을 못 구해서 고민한 적이 없을 정도다. 다행히 올해 들어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 의료진 부담도 다소 줄어들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경영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 가장 우려되는 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반 환자가 다 끊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병원 기능을 예전처럼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은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지만, 원장 입장에서는 이후 돈 벌 궁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현재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는데,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 사실 전쟁으로 치자면 공공의료 종사자는 단기사병이나 용병이 아니고 정규군이다. 정규군은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단 한 번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해 훈련을 계속하지 않나. 우리도 감염병 확산이 터지고 나서 인프라를 확충할 게 아니라 평소에 인력을 보충하고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예전 정부나 현 정부나 공공의료를 강화한다고 하는데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미미하다.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선진국은 7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이제는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과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1년간 좌절과 회한의 시간 속에서 환희와 감동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 환자와 국민들의 응원이 가장 큰 기쁨 아니겠는가. 병원 로비에 가면 한 개 벽면 전체는 환자와 시민들이 보내 준 감사 편지와 응원 편지로 장식돼 있다. 재난의 순간이 닥치니 공공의료의 존재 가치가 새삼 부각되고 있는데 그것도 감사드릴 일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탄탄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춰 나간다면 더한 바람이 없겠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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