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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28) 세계 제패 23년 호텔요리 달인 김봉곤 장인

송고시간2021-01-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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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부산 롯데호텔에서 조리 분야를 총괄하는 김봉곤 팀장은 23년 동안 요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장인이다.

세계 요리의 흐름을 파악해서 호텔에 적용할 수 있는 요리를 내놓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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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청년, 대학진학 대신 제과점 취업…주경야독 박사학위 취득

부산롯데호텔 조리사로 독일 대회 금메달…부산시 최고장인 선정

신메뉴 개발 20건 요리 출품 50건…후배 기술 전수 주력

"지금도 영어·요리 공부…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긍정 사고 중요"

김봉곤 부산롯데호텔 조리팀장
김봉곤 부산롯데호텔 조리팀장

[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요리사라는 직업을 좋아하고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면 어떤 요리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부산 롯데호텔에서 조리 분야를 총괄하는 김봉곤 팀장은 23년 동안 요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장인이다.

그는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조식 영업을 담당하는 레스토랑에서 그날 제공하는 음식을 점검하고 고객을 맞이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부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호텔을 찾는 귀빈(VIP) 현황과 행사를 확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점심 영업이 시작되면 영업장별로 고객에게 나가는 음식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위생 상태도 직접 챙긴다.

김 조리장은 오후 휴식 시간에 짬을 내어 영어 공부와 요리 공부를 한다.

세계 요리의 흐름을 파악해서 호텔에 적용할 수 있는 요리를 내놓기 위해서다.

오후 3시부터는 영업장 주방장들과 요리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등 새로운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인다.

요리는 그에게 천직이 됐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다양한 색깔의 요리가 나온다는 것이 요리의 가장 큰 묘미입니다."

김봉곤 부산롯데호텔 조리팀장
김봉곤 부산롯데호텔 조리팀장

[촬영 조정호]

그의 요리 실력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대회에서도 인정받았다.

2008년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본점에서 열린 '롯데호텔 체인 라이브 대회'에서 부산 대표로 출전해 1등을 차지했다.

같은 해 싱가포르 국제요리대회에 참가해 에피타이저 부문에서 3등(동상)을 했고, 10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요리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받았다.

특히 4년마다 열려 '요리올림픽'으로 불리는 독일 대회는 전 세계 50개국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참여하는 권위 있는 요리대회다.

한국 요리사로는 16년 만에 이룬 그의 쾌거에 주위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최고 요리사가 되겠다'는 집념과 끈기, 인내의 결과물과 다름없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안다.

김봉곤 요리 장인
김봉곤 요리 장인

[본인 제공]

그는 은행 대출을 받아 대회 참가비 1천만원을 건네준 아내와 아픈 아들을 생각하며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국제대회를 준비했다.

일과를 마치고 42층 연회 주방에서 새벽 2시까지 하루 평균 3시간씩 연습을 했다.

"당직 지배인이 '힘내라'는 한마디는 너무나 값진 응원이었습니다. 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말도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음식은 아예 먹지도 못했습니다."

국내와 달리 국제요리대회는 엄청난 체력 소모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극복해야 했다.

그가 최선을 다해 요리대회에 참가한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발달장애 아들에게 세계 최고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김봉곤 요리사의 아들'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알리고자 했다.

김봉곤 요리 장인
김봉곤 요리 장인

[본인 제공]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금메달 입상자에 이름이 호명됐습니다.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참았던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 팀장은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집안일을 돕기 위해 밥 짓고 빨래하고 집 안 청소하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고교 3학년 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 대신 제과점 취업을 선택했다.

군 제대 이후 해운대 해수욕장에 갔다가 특급호텔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을 보고 호텔 조리사를 꿈꾸기 시작했다.

3급 호텔에서 요리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1997년 신입사원으로 부산롯데호텔에 합격했다.

합격 통지를 받은 김 팀장 부부는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졸 학력인 그는 대졸 동료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회사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하루 12시간 동안 묵묵히 요리 기술을 연마했다.

하루 30분씩 요리 관련 서적과 영상, 잡지를 보면서 공부를 했고 2004년 최연소 조리기능장을 취득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했던 학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동원과학기술대 호텔외식조리과에 입학해 주경야독의 시간을 보냈다.

요리에 대한 열정은 최고 학위를 받게 했다.

동의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6년 호텔 관광 외식 경영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자 주위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봉곤 요리 장인
김봉곤 요리 장인

[본인 제공]

그는 요리에 남다른 실력을 보여 각종 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조리 총책임자 추천으로 2001년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은메달을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열린 각종 요리대회에 출전해 창의적인 요리 솜씨를 선보인 김 팀장의 대회 성적은 금메달, 최우수, 금상, 은상 등 그야말로 화려하다.

부산롯데호텔에서 23년 동안 근무하면서 신메뉴 개발 20건과 공정 개선 4건, 요리대회 출품 50건, 논문 3편 등을 기록했다.

조리기능장 이외에도 양식 자격증, 한식 자격증, 일식 자격증, 제빵 자격증 등 5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샤롯데 봉사단, 교육청 학부모 봉사단, 밥퍼 운동본부 등을 통해 틈나는 대로 봉사활동도 했다.

김 팀장은 2020년 12월 부산시가 우수 산업기술인에게 주는 '최고 장인'(요리 부문)으로 선정됐다.

산업현장에서 15년 이상 종사하면서 실력과 덕망을 고루 갖추고 기술발전에 이바지한 기술인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주어지는 상이다.

김봉곤 요리 장인
김봉곤 요리 장인

[본인 제공]

그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특급호텔 조리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 자세'에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서비스산업 종사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코로나19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백신 접종 이후 소중한 일상이 돌아올 시점을 고대하며 요리 연구를 매진하고 있다.

"이제는 외식문화를 선도해나갈 후배 조리사들을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김 조리장은 요리만 보고 달려온 숙련기술인으로서 남은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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