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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한은 총재?…거품론에 발목 잡힌 동학개미

송고시간2021-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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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투우장의 황소처럼 거침없이 질주하던 동학개미의 기세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거품론이, 국외에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이 악재가 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식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경고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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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85.90으로 장 종료
코스피 3,085.90으로 장 종료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투우장의 황소처럼 거침없이 질주하던 동학개미의 기세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거품론이, 국외에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이 악재가 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포식 동물의 먹잇감인 톰슨가젤에서 작년에 사자로 표변한 동학개미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라는 범접하기 어려웠던 하이에나를 밀어내고 초원의 지배자로 등극했고, 결국 코스피 지수를 3,000선 위에 올려놨다.

동학개미들은 괴력의 원천인 막대한 유동성을 발판삼아 파죽지세로 지난 11일에는 지수를 장중 3,200선까지 밀어 올렸다.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밀려 3,100선을 내주고 이젠 3,000선에 배수진을 쳐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 총대 멘 이주열, '빚투 쪽박' 경고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식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경고를 쏟아냈다.

이 총재는 "최근의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고 했고,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을 둔 투자 확대는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빚투에 골몰하다가는 쪽박을 찰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30∼40포인트의 조정을 받던 코스피 지수는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낙폭을 키워 2.03%(64.03P) 떨어진 3,085.90에 장을 마쳤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앙은행 총재라는 자리가 평소 말을 아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성격 자체가 과묵하고 진중한 이 총재로서는 작심 발언이자 시장에 대한 구두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와 소비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대로 끌어내리는 등 잔뜩 돈을 풀어놨는데 엉뚱하게 증시와 주택시장으로 유동성이 쏠리면서 통화정책의 약발이 자산시장의 버블만 키운 모양새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실물 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아주 고약한 상황이다.

한은 총재뿐만 아니라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물과 금융시장의 동행성이 약화한 상태라면 앞으로 어떤 부정적 충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실물 경제와 주가의 괴리가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총재의 발언과 관련 "금융시장 안정이 한국은행의 책무라는 점에서 실물과 자산시장의 괴리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중앙은행은 당연히 품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동학개미 3,000P 지켜낼까…관건은 금리

15일 코스피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2조1천여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장을 지탱했으나 기관(1조4천여억원)과 외국인(7천600여억원)의 매도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 개장이래 10영업일 간 개인투자자는 11조5천억원이 넘는 실탄을 쏟아부었으나 상승장을 추동하지 못한 채 3,100~3,200선 사이에서 기관, 외국인과 일진일퇴의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숨 가쁘게 치솟은 가격에 대한 부담감, 미국 10년물 장기국채 금리의 상승, 미국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면서 호재가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실적 시즌을 앞둔 경계감 등이 동학개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은 아니어서 조정을 받더라도 3,000선 밑으로 주가가 푹 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출 억제로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막힌 상태에서 탈출구는 증시밖에 없어 유동성이 받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3,000이 마디 숫자라는 것 외에 질적 의미는 없다고 본다"면서 "올들어서만 지수가 10% 올라 가격 부담은 있지만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이후엔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관건은 금리와 기업 실적으로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면 유동성 장세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고,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3,000선이 지켜지는 수준에서 실적 시즌까지 횡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신영증권 김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들어 600포인트가 오른 상태에서 60포인트 정도 빠졌다고 해서 추세를 바꿀 조정이라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향후 증시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에 쏠릴 수밖에 없으며 금리 상승이 가파르게 계속되면 단기와 중기 가릴 것 없이 증시 조정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의사봉 두드리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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