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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극단선택 왜 많을까…'부모·만성질환' 영향 커

송고시간2021-01-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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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정부와 전문가들이 나서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자살 사망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에는 부모의 자살 생각이 자녀의 자살 생각 위험을 2배 이상 높이고, 평소 앓던 만성질환에 따라서도 자살 생각 위험이 최대 4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고려대 안암병원·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공동 연구팀(남가은·허연 교수)이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은 신체·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국내 만성질환자들이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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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많을수록 자살 고위험군…부모 자살생각, 자녀 대물림도 확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연간 자살률(2019년 통계청 집계 기준)은 2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평균(11.3명)에 견줘 2.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정부와 전문가들이 나서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자살 사망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17년까지 감소세로 돌아섰던 자살률은 2018년 이후 다시 2년 연속 증가세로 반전했으며, 국내 전체 사망원인으로는 자살이 암·심장질환·폐렴·뇌혈관질환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부모의 자살 생각이 자녀의 자살 생각 위험을 2배 이상 높이고, 평소 앓던 만성질환에 따라서도 자살 생각 위험이 최대 4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내 자살률을 낮추려면 이런 부분에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도움의 손길(GIF)
도움의 손길(GIF)

[제작 김유경.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만성질환 많을수록 자살 생각 커져…신부전·천식 등 고위험군

고려대 안암병원·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공동 연구팀(남가은·허연 교수)이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은 신체·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국내 만성질환자들이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연구팀은 2013년, 2015년,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19세 이상 성인 1만6천59명을 대상으로 동반한 만성질환의 유형·개수와 자살 생각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동반한 만성질환의 개수가 많을수록 자살 생각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반한 만성질환이 5개 이상인 환자의 경우 만성질환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 견줘 자살 생각을 가질 위험이 2.78배에 달했다.

여러 만성질환 중에서는 신부전(콩팥병)을 앓는 환자의 자살 생각 위험이 건강한 대조군의 4.43배나 됐다.

신부전은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는 병원을 찾아 투석기(인공 신장기)와 투석막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혈액투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와 함께 천식, 아토피피부염, 뇌졸중, 관절염도 같은 비교조건에서 자살 생각 위험을 각각 2.1배, 1.77배, 1.59배, 1.31배 증가시키는 것과 유의한 관련성이 있었다.

남가은 교수는 "자살과 만성질환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보건 이슈이지만, 그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자살 예방정책에 있어 만성질환자 중에서도 여러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는데 더 주의가 더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서울 한강 한강대교 보도 난간에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2020.9.10 seephoto@yna.co.kr

◇ 부모 자살 생각, 자녀에 대물림될 위험 2배…여고생은 3.3배↑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통합정신의학회지'(Comprehensive 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청소년의 자살 생각이 부모의 자살 생각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07년, 2013년,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부모가 있는 12∼18세 청소년 2천324명을 대상으로 부모-자식 간 자살 생각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조사 대상 부모의 16.1%가 최근 1년 이내에 자살 생각을 한 경험이 있었고, 자살 생각을 한 부모의 자녀 중 18.4%가 역시 최근 1년 내 자살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살 생각을 하지 않았던 부모의 자녀 중에는 이런 비율이 8.9%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성별, 연령, 건강행태, 사회경제적 수준 등을 보정할 경우 자살 생각을 한 부모의 자녀가 자살 생각을 할 위험이 자살 생각을 하지 않은 부모에 견줘 2.01배 더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성별로는 같은 비교 조건에서 여학생의 자살 생각 위험이 3.20배에 달해 더 큰 연관성을 보였다. 또 이런 영향은 고등학생에서 최대치(3.26배)를 나타냈다.

장성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소년의 자살 생각에 부모의 자살 생각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려면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기존 요인을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가족, 특히 부모의 정신건강 및 행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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