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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편집 알고리즘에 맡겼더니…'가짜 단독'에 속았다

송고시간2021-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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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 도입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가짜 단독 기사'에 속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용자 취향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이 '많이 본 기사' 위주의 생산·소비를 낳고 있으며, AI가 비슷한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편집이 '진짜 단독 기사'의 노출을 막는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방송통신연구'에 기고한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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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지 임직원 15명 인터뷰한 논문 "유사 단독·SNS 베끼기로 대응"

"AI가 '진짜 단독' 배제…이용자 취향에 기반한 알고리즘 탓"

네이버 뉴스 AI 편집 (CG)
네이버 뉴스 AI 편집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 도입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가짜 단독 기사'에 속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용자 취향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이 '많이 본 기사' 위주의 생산·소비를 낳고 있으며, AI가 비슷한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편집이 '진짜 단독 기사'의 노출을 막는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방송통신연구'에 기고한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네이버는 2019년 4월부터 뉴스 편집에서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고 AI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AI Recommender System)를 운용하고 있다.

에어스는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봤을 때, 같은 뉴스를 본 다른 이용자들이 주로 클릭한 뉴스들을 AI로 자동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에어스 도입 이후 네이버 연예 뉴스의 생산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로 인해 나타난 연예 저널리즘의 변화는 무엇인지 연구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2∼8월 연예 뉴스 생산자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연예 매체 및 종합지·경제지 기자와 언론사 임원, PD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 이 위원은 "뉴스 생산자들은 네이버 발표 등 최소한의 정보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유추해 여러 전략으로 '알고리즘 속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며 "포털 메인에 오르고자 분투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고 촌평했다.

단독 경쟁 [네이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단독 경쟁 [네이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언론사들의 알고리즘 속이기 첫 번째 전략은 '가짜 단독 기사' 만들기였다.

심층 취재한 기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키워드만 신경 쓴 기사가 늘어났고, 이는 연예지뿐 아니라 종합지·경제지 등 지면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한 연예지 부장은 "네이버에서 '단독' 기사에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했으니, 조금만 새로운 내용이 있어도 제목에 '단독'을 붙이는 매체가 늘어났다"며 "서로 질세라 '단독'을 붙이면서 악순환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과거에는 기자가 발로 뛰어 발굴·취재한 심층적인 내용이 있어야 '단독'이라는 합의가 기자들 간에 있었다면, AI 편집 이후로는 '단독'의 기준과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단독'이 아닐 경우 '공식', '전문' 등 어떻게든 꺾쇠를 붙이는 '유사 단독' 장치도 늘어났다.

연구에 참여한 기자들은 "단독 남발이 너무 심하다", "논란 사안의 쟁점을 들여다보기보단 제목으로 중계하듯 이어가게 된다"며 이런 현상을 하나 같이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실적으로 포털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이를 나서서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가짜 단독 남발' 전략이 네이버 알고리즘을 속이는 데 성공하고 있어서 한두 언론사의 노력으로는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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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알고리즘 속이기 두 번째 전략은 '조각 기사 늘리기'였다.

이 연구위원은 "전문 편집자가 배제되고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편집하면서, 이미 공개된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하는 기사가 늘어났다"며 "양질의 기사라고 보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클릭하기에 알고리즘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인·연예인의 SNS를 베껴 쓰는 기사가 과하게 늘어났다고 연구 참여자들은 토로했다.

한 경제지 부장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의 사건이라든가, 연예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BJ처럼 애매한 사안을 어디선가 '단독'이라고 쓰면 네이버 톱으로 간다"며 "안 쓰고 싶어도 안 쓸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에어스 도입 이후 네이버는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묶어서(클러스터링) 분야별 톱에 올리는데, 이런 편집 방식이 '진짜 단독 기사'의 메인 노출을 되레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순 보도자료 기사여도 보도 건수가 많으면 포털 메인에 오르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복사 붙여넣기식으로 빠르게만 작성하는 기자가 늘어나고, 똑같은 기사를 포장만 달리하는 '가짜 단독'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1월 25일 오전 네이버 뉴스 IT/과학 섹션 모습. 기업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옮긴 기사들이 헤드라인에 올라 있다.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가 많으면 AI 알고리즘이 주요 기사로 인식해 '클러스터링'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짜 단독 기사'가 되레 포털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네이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월 25일 오전 네이버 뉴스 IT/과학 섹션 모습. 기업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옮긴 기사들이 헤드라인에 올라 있다.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가 많으면 AI 알고리즘이 주요 기사로 인식해 '클러스터링'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짜 단독 기사'가 되레 포털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네이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연구위원은 "AI 편집의 기본 전제가 저널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에어스가 이용자 취향·반응 기반 알고리즘인 탓에 독자가 많이 보는 뉴스 중심으로만 기사가 생산·소비되고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심층 취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포털 사이트가 저널리즘 행위자로서 알고리즘의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개·합의해야 한다"며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 가치가 구현되는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 매체도 '저품질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알고리즘 속이기'보다는 뉴스 가치를 더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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