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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판단 근거…휴대전화 메시지·권력 관계

송고시간2021-01-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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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주된 근거는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와 이를 본 참고인들의 진술, 두 사람의 불평등한 직장 내 권력관계다.

인권위는 이날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희롱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된 유력한 정치인이었고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이라면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에 있다는 점은 명확하고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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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메시지·신체 접촉 인정…"권력관계 명확한 조직문화서 발생한 성희롱"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주된 근거는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와 이를 본 참고인들의 진술, 두 사람의 불평등한 직장 내 권력관계다.

경찰·검찰의 잇단 판단 유보로 피해 사실 없이 피해자만 존재하는 사건이 될 뻔했으나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비교적 명확한 조사결과가 조사 착수 5개월여 만에 나온 셈이다.

'인권위는 제대로 응답하라'
'인권위는 제대로 응답하라'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25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1.25 jieunlee@yna.co.kr

◇ 인권위 "불평등한 권력관계…박원순, 성적 굴욕감 느끼게 해"

인권위는 이날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희롱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비서는 서울시장의 지근거리에서 속옷 관리나 대리 처방, 명절 장보기까지 사적인 업무까지 수행했으나 엄연히 직장 내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 있었으며, 박 전 시장의 말과 행위는 고용상 위법한 성차별이라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된 유력한 정치인이었고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이라면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에 있다는 점은 명확하고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지는 등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는 피해자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한편 인권위는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참고인의 진술이나 증거가 없는 일부 사례는 A씨 주장의 일관성·구체성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조사자가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서울시청에 만연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를 키웠다는 진단도 내놨다.

서울시는 A씨가 지난해 4월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을 당한 뒤에도 가해자(현재 구속)를 A씨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로 옮기고 아무런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범죄사실 축소·왜곡도 방치했다.

동료나 상급자들은 A씨의 고충을 들었으나 전보 대신 잔류를 권유한 것으로 인권위는 파악했다. 다만 이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까지 인지했는지는 판단을 보류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 경찰·검찰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법원서는 "틀림없는 사실" 인정

피해자 A씨가 서울시장 비서실 등에서 4년여 겪은 성폭력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한 기관은 경찰이다.

A씨 측은 지난해 7월 8일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고소 당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이뤄진 조사에서는 A씨 휴대전화의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과 박 전 시장이 비밀대화에 A씨를 초대한 증거 등이 제출됐다.

박 전 시장은 피해자 A씨가 조사를 마친 9일 실종됐고 10일 0시께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5개월여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으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으로 지난달 29일 수사를 마쳤다.

경찰은 '침묵'의 이유로 박 전 시장 사망으로 피의자 조사가 불가능했다는 점과 업무용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분석이 법원 결정에 의해 사망 경위 수사에만 한정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이어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 결과를 공개한 검찰도 성추행 여부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피소 당일 밤 임순영 전 젠더특보 등을 만나 'A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문자메시지의 존재 여부 및 내용은 본건 수사 대상과 무관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반면 법원은 비교적 명확히 성추행이 존재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이달 14일 A씨가 당한 또 다른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병원 상담 내용을 근거로 박 전 시장이 외설적인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나 속옷 사진을 보냈고, 이런 행동은 A씨가 다른 부서로 옮긴 이후로도 지속해서 이어졌음을 명확히 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런 판단이 성희롱·성추행 여부를 인정한 인권위의 부담을 다소 덜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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