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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뛰는 배우들…코로나19로 곪았던 출연료 격차 문제 터져"

송고시간2021-01-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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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뮤지컬 업계는 지난 1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우 정영주는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코로나19로 생계 문제에 봉착한 배우들의 상황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정영주는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배우들의 생계 보장이 되지 않는 임금 체계의 문제는 뮤지컬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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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장 "연습비로는 생계유지 못 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상위 1%의 배우가 고액의 출연료를 받을 때 후배 배우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임금 격차로 뮤지컬 시장의 균형은 이미 깨져있었다."

뮤지컬 업계는 지난 1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배우들은 공연이 중단된 텅 빈 무대를 뒤로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택배, 배달, 대리기사 등 돈벌이를 찾아 떠났다.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우 정영주는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코로나19로 생계 문제에 봉착한 배우들의 상황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배우 정영주
배우 정영주

[브이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습 기간 두 달간 아르바이트 병행하며 생계유지"

정영주는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배우들의 생계 보장이 되지 않는 임금 체계의 문제는 뮤지컬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터를 잃었죠"라고 운을 떼며 "공연을 올리지 못하니 출연료는 0원이고,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서 택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날 새벽 2시에 후배한테 전화가 왔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대리기사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졸려서 잠을 깨려고 전화했다고 하더라"라며 씁쓸해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뮤지컬 공연은 두 달 가까이 '셧다운' 상태다. 좌석을 두 칸 띄어 앉아야 하는 방역지침으로 좌석 점유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대다수의 제작사가 공연을 중단했다.

공연을 준비하던 배우들은 아무런 안전망 없이 거리로 내몰렸다. 캐스팅 직후 출연료의 10∼20% 수준의 계약금만 받고 연습 기간을 버텨온 이들은 공연이 중단되면서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정영주는 "배우들은 보통 공연 전에는 계약금을 받은 뒤 공연이 올라가면 출연료를 나눠 받게 된다"며 "조연이나 앙상블 등 작은 배역의 배우들은 계약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두 달 정도 되는 연습 기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의 레벨이 나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레벨 차이가 몇 배, 몇십 배 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역할의 비중뿐 아니라 남녀 배우의 차이도 극명하다"며 "뮤지컬이 개인 콘서트도 아닌데 한두 달 연습하는 동안 조·주연에 대한 균형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연료를 평준하게 나눠 주는 제작사가 많지 않고, 이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배우도 없다"며 "연습비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표준계약서는 나와 있지만,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촬영 안철수]

◇ "무대는 한 사람만으로 안 만들어져…출연료 격차 논의해야"

정영주는 이런 임금 격차가 가져온 불균형에 대해 고임금을 받는 배우들은 문제의식이 약하고, 저임금을 받는 배우들은 이를 개선할 힘이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프로덕션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를 30∼40% 삭감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한 후배가 있었다"며 "대다수 배우들이 출연료를 자기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유명 배우의 고액의 출연료가 공개된 이후부터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비슷한 몸값을 요구하며 이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올랐다"며 "이런 방식의 출연료 책정은 동료 배우는 물론 제작사에도 좋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층이 있는 배우들이 있지만, 뮤지컬 무대는 한 사람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연부터 막내 앙상블까지 모두가 만드는 무대인데, 어떻게 관객들을 누굴 보러 오는 관객으로 나눌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영주는 무엇보다 이런 문제가 안에서 곪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고 이를 개선하려고 나서지 않는다는 점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출연료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자는 이야기에 차라리 반대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출연료에 관한 토론도 하고 다양한 의견도 들으면 좋겠는데 대다수 배우는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협회에 제작사, 배우, 스텝 등 모든 분야가 함께 있는 것도 이런 논의를 활성화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협회 내에 있는 배우 분과를 하나의 협회 같은 조직으로 독립시켜 개선책을 마련해야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팬데믹 상황이 오더라도 이번처럼 처참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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