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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코로나19 백신 선택권, 한국에만 없다?

송고시간2021-01-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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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정부가 다음 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행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개인이 접종 백신을 선택할 수 없다는 소식에 반발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을 비롯해 여러 관계부처로 이뤄진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28일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백신이 순차적으로 공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접종 백신을 선택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을 전한 기사 댓글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국처럼 백신 선택권이 없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 "선택권이 없다니 접종할지 말지 고민된다"는 등 우려를 표하는 내용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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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프랑스·스위스, 정부 홈페이지서 "백신 선택 불가" 안내

美, 선택제한 없으나 의료기관 상황에 달려…골라서 맞을 수 있을지 불투명

코로나19 예방접종 종합계획 발표하는 정은경 청장과 부처 관계자들
코로나19 예방접종 종합계획 발표하는 정은경 청장과 부처 관계자들

(청주=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 왼쪽부터)을 비롯한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경찰청 송민헌 차장, 박주경 국방부 백신수송지원본부장이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8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정부가 다음 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행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개인이 접종 백신을 선택할 수 없다는 소식에 반발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을 비롯해 여러 관계부처로 이뤄진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28일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백신이 순차적으로 공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접종 백신을 선택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다양한 백신이 순차적으로 공급되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빨리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접종하려면 백신 종류보다는 접종 순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소식을 전한 기사 댓글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국처럼 백신 선택권이 없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 "선택권이 없다니 접종할지 말지 고민된다"는 등 우려를 표하는 내용이 잇따랐다.

그러나 추진단은 "미국, 유럽 등에서도 개인의 백신 선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동교 질병청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도 이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추가 질의에 "외국 상황을 계속 파악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선택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미국, 유럽 등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주요국에서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이 주어지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英·佛·스위스 "백신 선택 불가"…세계 접종률 1위 이스라엘서도 사실상 선택권 없어

영국의 백신 접종
영국의 백신 접종

2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여러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유럽의 상황을 살펴봤다.

이중 정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개인의 백신 선택권에 대한 내용을 고지한 영국, 프랑스, 스위스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들 모두 개인이 백신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방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백신을 접종할지 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백신 대신 특정 백신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해, 개인에게 백신을 선택할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영국 공영 BBC 방송도 28일 백신 관련 기사에서 "어떤 백신을 접종할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데이터'(이하 통계 출처 동일)에 따르면 27일 기준 영국에서는 745만명이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두 종류 중 한 가지 백신을 최소 한 차례 접종했는데, 결국 이들 모두 의료진이 '놓아주는 대로' 접종한 것이다. 최근 의약품건강관리규제청(MHRA) 승인을 받은 모더나 백신 접종도 곧 이뤄질 전망인데, 역시 선택은 불가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두 종류의 백신을 접종 중인 프랑스 역시 개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프랑스 보건부는 홈페이지에 백신 관련 자주 묻는 질문(FAQ)을 정리해 게시하면서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두 가지 백신중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스위스 정부의 백신 선택 질문에 대한 안내
스위스 정부의 백신 선택 질문에 대한 안내

"현재로써는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 없다(빨간 밑줄)"고 안내돼 있다.

스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위스 보건부는 홈페이지에서 '한 개 이상의 백신이 승인을 받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 없다"고 답했다. 스위스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두 종류가 승인을 마쳤다.

또한 스위스 정부는 "각 개인에게 적합한 백신이 결정된다"면서 "백신을 공급하는 전문가들이 그 효능과 견뎌낼 수 있는 정도를 고려해 어떤 백신이 적합한지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현재 전체 인구(878만여명·올해 기준)의 약 33%인 285만명이 최소 한 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했는데, 이들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 사실상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이스라엘은 화이자로부터 800만회 접종분을 구매했으며 지난달 20일부터 이 백신으로 대규모 접종을 시작했다.

26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모더나 백신도 곧 도착할 예정이지만, 이스라엘은 그때까지 화이자 백신으로 성인 인구 대부분의 접종을 마칠 계획이며, 남는 백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美, 선택권 제한 않지만 "접종기관 상황에 달려"…선택 가능성 불투명

미국 백신 접종 풍경
미국 백신 접종 풍경

2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한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는 시민 [A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천69만명이 백신을 접종한 미국의 경우 유럽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화이자 혹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백신 선택권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실질적으로 원하는 제약사의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연방 보건부와 질병통제센터(CDC)의 관리·감독에 따라 백신 접종 실무를 맡은 주 정부가 대체로 '백신 선택 가능 여부는 의료기관의 상황에 달렸다'는 취지로 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세 개 주,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주 정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백신 선택 가능성 관련 질의에 대한 안내문이 모두 비슷한 내용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백신 선택권 안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백신 선택권 안내

캘리포니아 주는 백신 선택권에 대해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어떤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지 담당 의료기관에 확인하라"고 안내한다.[출처: https://covid19.ca.gov/vaccines/]

미국 내 인구 1위인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주 정부 홈페이지에서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어떤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지 담당 의료기관에 확인하라"고 설명했다.

텍사스주는 "당신의 건강 관리에 대해 늘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당신의 상태와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이야기하라"고 안내했다.

플로리다주도 마찬가지였다. 플로리다주 지역 언론 마이애미헤럴드는 지난달 백신 배분을 담당하는 주 정부 재난관리부를 인용해 "접종하게 될 백신은 당신이 방문한 의료기관이 보유한 물량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관할 병원·의료 기관별 백신 종류와 물량도 제각각이어서, 경우에 따라 한 종류의 백신만 보유한 곳도 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플로리다주는 지난달 말 "모더나 백신 36만7천회 분을 들여왔다"고 발표하면서 "앞서 처음으로 배분한 화이자 백신을 지급받지 못한 병원 227곳에 이를 배분했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미국에서는 정부가 개인의 백신 선택권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실제 골라서 맞을 수 있을지는 병원·의료기관의 상황에 달려있는 것이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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