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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언제 가능?…"사업관리 사실상 실패"

송고시간2021-02-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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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구축사업 핵심 시설인 고에너지 가속장치 개발이 언제 가능할지 조차 알 수 없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사업을 맡은 사업단이 사실상 사업 관리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무현 포스텍 명예교수는 2일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추진 방향 온라인 토론회'에서 "중이온가속기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의 구축에서부터 성능을 확인하는 데까지 도달하려면 언제쯤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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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토론회서 질타 쏟아져…고에너지 가속장치는 완공 시점조차 불투명

중이온가속기 장치 설치 시작
중이온가속기 장치 설치 시작

[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구축사업 핵심 시설인 고에너지 가속장치 개발이 언제 가능할지 조차 알 수 없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사업을 맡은 사업단이 사실상 사업 관리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무현 포스텍 명예교수는 2일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추진 방향 온라인 토론회'에서 "중이온가속기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의 구축에서부터 성능을 확인하는 데까지 도달하려면 언제쯤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동안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의 가속기 구축사업 점검단 총괄 위원장을 맡아 장치 구축 진행 상황을 점검해 왔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heavy ion)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시설이다.

핵물리·물성과학·의·생명 등 기초과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대전 신동·둔곡지구로 지정하고, 1조 5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신동지구 내 13만㎡ 규모로 건설을 추진해왔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초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두 차례 계획이 변경된 데 이어 다시 세 번째 연장이 결정되면서 올해로 예정됐던 구축 완료 시점이 다시 미뤄졌다.

저에너지 가속장치(SCL3)의 경우 지난달 빔 실험을 수행하고 고에너지 가속장치는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통해 빔 인출을 달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점검 결과 고에너지 가속장치는 아직 설치조차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급 초전도 ECR 이온원 장치의 경우 최대 자기장이 3.0테슬라(T), 빔 인출 최대 전류량이 68마이크로암페어(㎂) 수준에 그쳐 당초 목표했던 자기장(3.5T)과 빔 세기(400㎂)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에너지 가속장치조차도 제작 공급 물량, 성능 시험 등 리스크가 남아있어 오는 9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이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초전도 ECR 이온원 장치 역시 업그레이드나 재 제작이 필요해 앞으로 3년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이탈리아 핵물리국립연구소, 일본 고에너지가속연구소(KEK), 미국 에프립(FRIB) 등으로 구성된 해외 자문단 점검에서도 고에너지 가속장치에 대해 '선행 연구개발(R&D)부터 충분히 수행한 뒤 장치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자문 결과가 나왔다.

조무현 교수는 "고에너지 가속장치 성능 확보, 제작·설치 일정 등 사업 기간 예측에 불확실성이 너무 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이 사실상 사업 관리에 실패했다는 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사업단은 사업 기간을 2025년까지로 4년 더 연장하고 예산도 1천444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기간을 늘리고 예산을 더 들이더라도 고에너지 가속장치 시제품과 초도품 제작 등 기술 확보 과정에서 지연이 생길 경우 사업 기간이 또다시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숙 전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연구위원은 "느리게 가는 것은 괜찮다. 과학자라면 양심을 걸고, 데이터에 입각해 사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않았던 것이 사업 관리 실패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017년 당시 일부 장치를 건설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사업 비용과 기간이 늘어났음에도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다"이라며 "10년 동안 중이온 가속기 구축을 해오면서 기술적인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는데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지적했다.

조용섭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저에너지 가속장치 개발을 외부업체에 맡겨 진행해오다 보니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고에너지 가속장치를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적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면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저에너지 가속장치 성능 시험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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