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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전통 연 보존에 일생을 바치다…배무삼 장인

송고시간2021-02-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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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1호 지연장(전통 연) 배무삼 장인은 일생을 전통 놀이인 연날리기 문화를 지키는 데 바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국의 연날리기 대회마저 취소된 올해 설을 앞둔 지난 8일 전통 놀이 문화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배 장인을 만나 인터뷰했다.

배 장인의 인생은 전통 연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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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연날리기 대회 실종된 이번 설날 안타까워"

피란 시절 연날리기 추억, 서른에 대회 참가하며 업으로 삼아

'배무삼 연'으로 일가 이뤄 "하늘과 바람을 보는 지혜 담긴 놀이"

배무삼 장인
배무삼 장인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올해 설은 연날리기 대회가 안 열립니다. 전통 놀이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1호 지연장(전통 연) 배무삼 장인은 일생을 전통 놀이인 연날리기 문화를 지키는 데 바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국의 연날리기 대회마저 취소된 올해 설을 앞둔 지난 8일 전통 놀이 문화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배 장인을 만나 인터뷰했다.

배 장인의 인생은 전통 연 그 자체다.

그가 일곱 살 때 6·25 전쟁이 발발해 부산으로 피란을 오면서 중구 보수동 피란민 마을에서 유일한 낙인 연날리기를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연날리기는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게 부는 겨울 동짓날부터 정월보름까지 주로 날리는데,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해가 질 때까지 연을 날렸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는 "1천300년 전 삼국사기 김유신 편에 연을 날렸다는 최초 기록이 있고, 최영 장군이나 충무공도 전쟁 중 연을 날렸다는 궁중 기록이 있다"면서 "과거 궁중 놀이였다가 조선 영조 때부터 민간으로 보급됐다"고 말했다.

전통 연 만드는 배무삼 장인
전통 연 만드는 배무삼 장인

[차근호 기자]

그는 서른이 되던 해부터 연 제작을 업(業)으로 삼았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가난한 생활에 어시장 일자리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중 한 방송사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다시 연을 만들게 됐다.

그는 "6·25 사변 이후 한동안 전통 놀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가 안정이 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연날리기 대회를 만들었다"면서 "저는 부산 MBC가 주최하는 제 3회 연날리기 대회에 1973년 출전한 뒤로 매년 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에 출전하며 민속보존예술협회 어르신들을 알게 돼 본격적인 전통 연 제작에 나섰다고 말했다.

배 장인은 "당시 '연 할아버지'로 불리던 한태정 씨가 제게 스승 같은 분이었고, 동래지역 어르신들에게 연을 배우며 아버지의 정을 느껴 전통 연에 대한 열정을 더 키웠다"고 전했다.

배 장인은 2014년 1월 '동래 연 보유자'로 부산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서울시 무형문화재였던 노유상 씨가 작고한 이후에는 전통 연과 관련된 전국 유일한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전통 연은 70가지가 있는데 크게는 사각형 모양의 방패연과 가오리처럼 생긴 가오리연 등 2종류로 구분된다.

'배무삼 연'
'배무삼 연'

[차근호 기자]

배 장인이 주로 만드는 것은 방패연으로, 배 장인 이름을 따 '배무삼 연'으로도 불린다.

방패연은 그리는 문양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리는데 '배무삼 연'은 양 귀에 빨강과 검정 모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 장인은 "세계 130여 국에서 연날리기가 각각의 기원을 두고 발전했는데, 중간에 구멍이 나 있는 방패연을 띄우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바람을 구멍으로 밀기도 하고 흘리기도 하면서 아주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연 보존을 위해서는 제도적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 장인은 "전국에 13개의 전통 연 대회가 있는데 일명 '연꾼'으로 불리는 참가자의 절반은 부산 사람"이라면서 "전국적으로도 전통 연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고 동호회 활동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장인의 작업실 모습
배 장인의 작업실 모습

[차근호 기자]

또 "하루 꼬박 작업해 한 개의 연을 만드는 데 비해 가격이 너무 낮은 상황이고, 시민들에게 교육하고 연을 전시할 공간도 부족해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배 장인은 "연날리기는 땅만 보고 사는 현대인에게 바람과 하늘을 보라는 지혜가 담긴 놀이"라면서 "전통 연을 만들고 문화를 보존하는데 제 남은 생을 모두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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