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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주문화](3) 제주신화 속 신들의 이름엔 어떤 비밀이?

송고시간2021-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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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제주신화를 접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독특한 신들의 이름 때문이다.

1만8천에 이를 정도로 그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낯선 이름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신들의 이름에 얽힌 비밀(?)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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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할망? 삼신할머니? 뭐라고 불러야 맞을까 '알쏭달쏭'

도·할망·마누라 제주 신들의 이름엔 다양한 존칭어 붙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신화를 접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독특한 신들의 이름 때문이다.

제주신화와 관련한 다양한 책들
제주신화와 관련한 다양한 책들

(제주=연합뉴스) 제주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시중에 나온 또는 도서관에 비치된 관련 서적을 참고할 수 있다. 사진은 다양한 제주신화 관련 서적. 2021.2.14

1만8천에 이를 정도로 그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낯선 이름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신들의 이름에 얽힌 비밀(?)을 풀어보자.

◇ 삼승할망? 삼신할머니?

자식 갖기를 원하는 여성에게 아기를 점지해주고, 출산을 도와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산육신(産育神)이 '삼승할망'이다.

'삼승할망'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여러 사전에서 찾아보면 '삼신(三神)할머니의 제주 방언(제주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삼신할머니'는 표준어이고, '삼승할망'은 제주어로 봐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삼신할머니와 상승할망의 유래를 엿볼 수 있는 '서사무가'(敍事巫歌, 무당이 부르는 이야기 형식의 노래)를 살펴보자.

관련 서사무가로 우선 우리나라 전역에 '제석본풀이'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또 고대 서사무가의 원시적 형태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제주에는 '삼승할망 본풀이'가 전해 내려온다.

본풀이는 '신의 근본(本)을 풀어낸다'는 의미다. 신의 탄생과 성장 과정, 위기, 신으로 좌정하기까지의 내용 등이 본풀이 속에 담겨있다.

제석본풀이는 부잣집 외동딸인 '당금애기'가 승려와의 인연으로 삼형제를 낳은 뒤 자신은 삼신이 되고, 삼형제는 사람들의 수명·자손·운명·농업 등을 관장하는 제석신이 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들 삼형제가 삼신이 됐다는 이본(異本)도 있다.

그래서일까.

삼신과 삼신할머니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삼신'(三神)은 '아기를 점지하고 산모와 산아를 돌보는 세 신령'이라고 하고, '삼신할머니'에 대해선 '삼신이 할머니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삼신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제석본풀이의 내용상 어머니인 '당금애기'가 삼신할머니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전에서는 아들 삼형제가 삼신을 뜻하는 것인 양 '세 신령'(三神) 이라고 하고 있어 혼동을 준다.

단순히 한자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이름을 붙였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다.

삼승할망 연극 포스터
삼승할망 연극 포스터

(제주=연합뉴스) 지난 2009년 공연한 제주꽃놀래연구소의 제주신화 1인극 '오영순의 삼승할망 이야기' 포스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제주에서 전해지는 삼승할망 본풀이는 명진국 따님아기가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삼승할망이 된 내력을 풀어준다. 지혜로운 명진국 따님아기가 꽃 가꾸기 경쟁에서 동해용왕 따님아기를 이겨 삼승할망이 되고, 경쟁에서 진 동해용왕 따님아기는 죽음의 신인 저승할망이 됐다.

제주민속학자이자 제주대 명예교수인 고(故) 현용준 선생은 '제주도 신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통해 '삼승할망'의 어원에 대해 흥미로운 견해를 냈다.

그는 '삼승'은 순우리말 '삼'과 '승'이 합쳐진 말이라고 설명한다.

'삼'은 '三'이 아니라 '삼기다'('생기다'의 옛말)에서 온 말로, '아기를 잉태시키다'의 의미를 가진 말의 어근이라고 봤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원형백과 역시 '삼신'의 어원에 대해 '삼줄'(탯줄) 등의 사례로 미뤄 '삼'이 포태(胞胎, 아이나 새끼를 뱀)의 뜻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용준 선생은 이어 '승'은 '이승'(지금 살고 있는 세상, 이 세상)과 '저승'(죽어서 영혼이 가는 세상, 저 세상)의 '승'에서 나온 말이라고 봤다.

즉, '삼승'은 '아기를 잉태시키는 세상', '아기를 점지해주고 키워주는 세상'이란 뜻이라는 것이다.

'조근조근 제주신화1'의 저자 여연은 '삼승은 아이를 열다섯 살까지 키워주는 나라(세상)다. 어머니의 태에서 나온 아기가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삼승할망이 키워주는 곳'이라며 '의료시설이 없었던 예전에는 아이가 크면서 이런저런 질병으로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람들은) 열다섯이 지나면 비로소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삼신할머니와 삼승할망은 역할은 같지만,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인 제석본풀이와 삼승할망 본풀이에서 각기 나온 말이다.

허남춘 제주대 국문과 교수는 "두 이야기에 나오는 삼승할망과 삼신할머니 중 어느 쪽이 정설이라고 정립되지 않은 채 각기 다른 두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다만, 이야기의 구조상 삼승할망 본풀이가 더 오래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나락 만나락' 제주 탐방로 궤네깃도 조형물
'신나락 만나락' 제주 탐방로 궤네깃도 조형물

(제주=연합뉴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신화역사공원에 조성한 '신나락 만나락-제주 신화·전설 탐방로'에 설치한 궤네깃도 이야기 조형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알쏭달쏭 신들의 이름

독특하게도 제주 신들의 이름에는 반복적으로 붙는 말들이 있다.

일종의 존칭어인데, 다양한 존칭어가 붙어 이름을 낯설게 만들곤 한다.

우선 제주의 신 중 송당본향당에 좌정한 제주 당신(堂神)의 어머니 '백주또'(금백주할망), 백주또와 소천국 사이에 태어난 막내아들 '궤네깃도', 해녀들의 수호신 '요왕또', 한라산에서 솟아난 산신인 '하로산또' 등을 보면 이름 뒤에 '도' 또는 '또'가 붙었다.

제주어사전으로 '도'를 찾아보면 '신(神) 또는 신령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제주도 무속과 서사무가 한국 신화의 민속학적 연구'(장주근 저작집간행위원회)에는 이것이 제주에서만 볼 수 독특한 표현 방식이라며, 신들의 이름에 붙는 신명 어미 또는 존칭 어미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신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또' 역시 도를 발음하는 과정에서 된소리로 발음한 것이 굳어져 전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제주신화 자체가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의 노래 속에 담겨 구비전승된 '서사무가'이다 보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에 대한 존칭어로 제주에는 익숙한 말이 또 있다.

바로 '할망', '하르방'이 그것이다.

제주에서는 '할망'을 '여신'의 의미로 사용한다.

'삼승할망'이라 할 때 '할망'은 단순히 '할머니'라는 뜻이 아닌 '굿'과 같은 의례에서 존대의 의미로 신을 높여 부르는 칭호라는 것이다.

그래서 열다섯에 죽어 신으로 좌정한 여신에게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랑과 농경의 신 '자청비'에게도 '할망'이라고 부른다.

남신의 경우 '하르방' 또는 '영감'이라고 높여 부르기도 한다.

이외에 신에 대한 존칭으로 '마누라'라는 표현도 있다.

마누라는 흔히 '남편이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로 알고 있지만, 남성신과 여성신에게 모두 존칭의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천연두(마마)를 앓게 하는 마마신인 '홍진국 대별상 마누라'와 '서신국 마누라' 등이 그 예다. 두 마마신은 때로는 부부로, 때로는 형제로 표현되는 데 이들 모두에게 '마누라'라는 신의 존칭이 붙는다.

얼핏 들으면 알쏭달쏭한 이름이지만, 그 뜻을 알면 조금이나마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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