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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줘도 상처 못지워" 공 대신 사람 친 프로선수들[이래도 되나요]

송고시간2021-02-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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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지난 16일 한국배구연맹(KOVO)은 학교폭력(학폭) 연루자에게 최고 영구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학창 시절 폭력을 행사한 선수들은 프로배구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다는 뜻인데요.

KOVO가 비상대책회의까지 열고 이런 대책을 발표하게 된 건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학폭 미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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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MrVH198fd9k

(서울=연합뉴스) "신인을 선발할 때 학교폭력과 관련한 서약서를 받고, 향후 서약서 내용이 허위사실로 확인될 경우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릴 계획입니다."

지난 16일 한국배구연맹(KOVO)은 학교폭력(학폭) 연루자에게 최고 영구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곧 학창 시절 폭력을 행사한 선수들은 프로배구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다는 뜻인데요.

KOVO가 비상대책회의까지 열고 이런 대책을 발표하게 된 건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학폭 미투'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에는 "칼로 위협했다"는 등 작성자들이 당했던 괴롭힘이 상세히 적혀 있었는데요.

가해자로 지목된 프로배구 리그 인기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죠.

그러나 충격적인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로부터 학창 시절 폭행당해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는 학폭 미투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과거 이 사건 등의 가해자였던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심경섭 선수가 구단을 통해 학폭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죠.

일부 프로배구 선수들의 학창 시절 학폭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엄정 대응하고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 선수의 피해사례를 통해 일부 스포츠 실업팀에서 감독과 주장 등이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는 비교적 많이 알려졌죠.

그러나 학교 운동부나 청소년 클럽팀에서 학생선수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 사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학생 선수가 지도자뿐 아니라 선배 혹은 동기들에게 다양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폭력을 저지르는 주체를 보면 지도자, 선배, 실력이 뛰어난 동급생"이라며 "실력이 곧 권력이 되는 구조 안에서 '운동은 맞으면서 하는 것'이라는 굳어진 인식이 배구계 학폭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 학생선수 5만여명 가운데 14.7%인 8천440명이 신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사례 역시 3천829건(6.7%)으로 집계됐죠.

신체폭력 가해자는 주로 코치였으며 성희롱·성폭력 가해자는 선배 선수가 많았는데요.

피해자 대부분은 "보복이 두려워서", "대처 방법을 몰라서" 등 이유로 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전직 운동선수들 역시 학생선수들 사이의 각종 폭력이 비단 배구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거 수영종목 선수였던 A씨는 "선배들이 '인사를 잘 안 한다' 등 사소한 이유로 트집 잡아 괴롭히고, 훈련 명목으로 기합을 줬다"고 말합니다.

A씨는 이런 사실을 지도자와 학부모들도 알고 있었지만, 기량이 좋은 선배 선수들을 기죽이지 않으려 이들의 가해를 묵인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구기종목 프로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B씨 역시 학창 시절 선배들의 '얼차려' 등 괴롭힘을 수없이 경험했다고 고백했는데요.

다만 B씨는 이번 배구계 학폭 미투 파문을 바라보며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을 지적했습니다.

폭력에 대한 인식이 시대와 함께 변했기 때문에 학폭 미투로 폭로된 일부 행위의 경우 피해자조차도 당시에는 그것이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꿈을 접거나 성인이 된 후에도 과거 기억에 괴로워하게 만드는 운동부 학폭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악습이죠.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학폭을 저지르면 운동선수로서 성공과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정도로 확실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또 당시 협회나 지도자 등 관리·감독의 주체였던 어른들 역시 연대책임 의식을 가져야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폭 미투 글 중 하나에 "너희 전 재산을 다 줘도 피해자들 받았던 상처 하나도 안 없어져"라는 절규가 담겼을 만큼 심각한 운동부 학폭 문제.

어린 학생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평생 멍들게 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하지 않을까요.

박성은 기자 김지원 작가 최지항 박소정

"전재산 줘도 상처 못지워" 공 대신 사람 친 프로선수들[이래도 되나요] - 2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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