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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노점서 번 돈 10% 기부"…31년째 봉사하는 정갑영씨

송고시간2021-02-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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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충북 증평에 사는 정갑영(63)씨는 21일 오랜 봉사활동의 배경을 이렇게 피력했다.

봉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은 듯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넉넉지 못한 형편 속에서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평소 '콩 한 쪽이라도 나눈다'는 신념으로 고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거나 불우이웃에게 생필품을 기부하는 등 봉사를 실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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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한 쪽 나누듯 기부 솔선, 14년간 초등학교 앞 교통신호등도 자처

지난해 충북도민대상 수상 "코로나19 조기 종식돼 봉사 활성화되길"

인터뷰하는 정갑영씨
인터뷰하는 정갑영씨

[촬영 천경환]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누구든 남을 도울 수 있고, 이러한 관심이 모아지면 따뜻한 사회가 되리라고 믿었어요."

충북 증평에 사는 정갑영(63)씨는 21일 오랜 봉사활동의 배경을 이렇게 피력했다. 봉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은 듯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넉넉지 못한 형편 속에서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평소 '콩 한 쪽이라도 나눈다'는 신념으로 고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거나 불우이웃에게 생필품을 기부하는 등 봉사를 실천해 왔다.

금전적인 기부에 그치지 않고 틈이 나면 교통 봉사와 자연재해 복구 등 몸으로 하는 봉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선행으로 그는 지난해 11월 자랑스러운 충북도민에 뽑혀 '제20회 도민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의 삶 깊숙이 봉사가 자리 잡은 것은 어린 시절 가난이 계기가 됐다.

열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이 된 그는 친척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생계를 꾸렸다.

경험도 밑천도 없던 그는 서른 살을 넘긴 뒤에야 지금의 아내를 만나 손수레 행상을 시작하면서 자립을 꿈꾸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전전하며 핫도그. 호떡, 오징어구이 등을 팔면서 온갖 모욕을 당하는가 하면 불법 상행위에 적발돼 노점을 뜯긴 일도 여러 번이다.

그럴수록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리고 형편이 나아지면 자신 같은 사람을 돕겠노라고 굳은 결심을 했다.

교통봉사하는 정갑영씨
교통봉사하는 정갑영씨

[정갑영씨 제공]

그는 길거리 행상을 하면서 집을 잃고 방황하는 치매 어르신, 불량배에게 희롱당하는 여학생 등 사회 구석의 어두운 모습도 숱하게 목격했다. 그러면서 소외계층에 더욱 애착을 가졌고, 나누는 삶을 계획했다.

그는 31년 전부터 노점에서 얻은 수익금의 10%를 이웃을 위해 저축하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된 날은 물론 궂은 날씨 등으로 벌이가 시원찮은 날에도 그의 손수레 모금함에는 차곡차곡 온정이 쌓였고, 그렇게 마련된 돈은 자신보다 못한 이웃에게 전달됐다.

20여 년 전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타들어 갈 때는 '양수기 보내기 운동'에 동참해 충북 괴산군에 200만원짜리 양수기 2대를 기탁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기부 바이러스는 주변에도 퍼져나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졌다.

그의 선행에 감동한 이웃들이 하나둘 기부의사를 밝히면서 여러 사람이 모여 '사랑나눔희망봉사회'라는 봉사단체도 조직했다.

이 봉사회를 통해 그는 14년 동안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등굣길 안전을 책임지는 교통 봉사대로 활동했다.

그는 "학교 앞을 쌩쌩 내달리는 차 때문에 횡단보도에서 오도 가지도 못하는 어린 학생을 보고 교통신호등이 되기를 자처했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 앞을 지켰고, 돌이켜보면 가장 흐뭇한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인터뷰하는 정갑영씨
인터뷰하는 정갑영씨

[촬영 천경환]

그는 교통봉사를 하면서 칭찬릴레이 운동도 전개했다. 아이들 스스로 착한 일을 한 친구를 칭찬하게 한 뒤 매달 칭찬왕 10명을 뽑아 도서상품권을 선물하는 행사다.

정씨는 "해맑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했으면 좋았는데, 여기저기 돌 볼 곳이 많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의 봉사 본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도 식지 않았다.

정씨는 방역봉사활동을 하는 '좋은친구들'이라는 사회적협동조합과 인연을 맺어 지난해 3월부터 매주 두 차례 놀이터, 공동화장실, 버스 정류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소독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는 "요즘 5인 이상 모이는 게 금지되면서 봉사할 곳을 찾는 것도 녹록지 않다"며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남은 생애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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