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임기초 허니문 끝났나'…바이든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중동

송고시간2021-02-19 01:2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핵합의 복귀 놓고 미-이란 거친 힘겨루기…예멘·이라크선 테러

아프간 철군 진퇴양난…'우방' 사우디·이스라엘과도 관계설정 과제

국무부 방문해 외교정책 연설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국무부 방문해 외교정책 연설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워싱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정책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부처 방문인 국무부에서 한 연설을 통해 전 세계 미군의 주둔 태세를 다시 검토하고 이 기간 독일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leekm@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초반 외교 정책에서 중동이 골칫거리로 등장한 모양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 이래 근 한 달간 이란과의 해묵은 갈등이 계속되는 데 이어 이라크, 예멘 등에서 테러와 우방국 적대행위가 발생하며 바이든 행정부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역대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늪으로 통했던 중동 문제에서 바이든 대통령 역시 허우적거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바이든이 처한 중동 현안의 핵심에는 이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은 중국, 러시아, 북한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외교 과제의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 복귀를 공언했지만 과정과 방식을 놓고 거센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로버트 말리를 이란특사로 지명하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란은 핵합의 탈퇴 후 미국이 복원한 제재의 해제를 핵합의 복귀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한다. 그러면서 핵합의에서 금지하거나 제한한 각종 핵활동의 재개와 확대를 통해 대미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핵합의를 다시 준수해야 미국도 핵합의에 복귀하겠다고 요구하면서 기존 핵합의에 없던 탄도미사일, 역내 불안정 행위 등까지 새로운 협상 대상이라고 맞선다.

미국의 핵합의 복귀 촉구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미국의 핵합의 복귀 촉구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테헤란 EPA=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17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귀를 촉구하며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보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제공. 판매 금지] sungok@yna.co.kr

이런 가운데 예멘과 이라크에서도 바이든의 외교적 부담을 더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멘에서 2015년 말부터 시작된 정부군과 후티반군 간 내전을 종식하겠다며, 아랍연합군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로의 무기 판매 중단 등 공격적 작전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티반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조치에 대해 예멘 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이유로 철회하고, 유엔 중심의 평화 협상 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예멘 특사까지 임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올리브 가지에도 불구하고 후티반군은 예멘 내 군사작전을 강화하는가 하면, 최근 사우디의 공항까지 공격해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에서도 지난 15일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으로 민간인 1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8명, 미군 1명이 부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무장단체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은 이전에도 있던 일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벌어진 일이라 미국은 "격분했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책임자 규명을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 후티 반군과 이라크 무장단체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인식돼 있어 외신에선 협상력 제고를 위한 이란의 적대적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 프랑스, 독일, 영국 외교장관과 화상 회담을 하고 이란 대응 문제를 상의했다.

[그래픽] 이라크 내 미군기지 로켓포 피격
[그래픽] 이라크 내 미군기지 로켓포 피격

15일(현지시간) 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에르빌에 있는 미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으로 민간인 1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sunggu@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미국이 2001년 시작해 최장기 해외 전쟁으로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인지도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 사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2월 반군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통해 오는 5월을 철군시한으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주도한 동맹군이 철수할 만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7~18일 참여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지만 최종 결론은 도출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 이스라엘과도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사우디와 관계를 재조정할 의향이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상대는 실권자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니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라고 언급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 10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았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와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예멘전에 투입되는 무기의 사우디 판매 중단 선언에 이어 트럼프식 사우디와의 관계에 변화를 주겠다는 일종의 엄포로 여겨졌다.

2016년 3월 부통령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2016년 3월 부통령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근 한 달 만인 17일에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첫 통화를 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달리 밀착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틀 만에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

또 이란 핵합의 복귀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부정적 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해법을 둘러싼 시각차가 묻어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의 중동에 관한 고민이 이미 쌓이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정책에서 일종의 재설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골칫거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의 이란 최대압박 정책과 인권을 탄압하는 아랍 독재자들에 대한 약한 대응을 비난했다며 "최근 벌어진 일들은 백악관이 희망했던 유예기간이 이미 끝났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