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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란 동결자금 키 쥔 미국…이란과 핵합의 복귀협상이 변수

송고시간2021-02-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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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계좌에 묶인 이란 70억달러, 미국이 동의해야 활용 가능한 구조

미, 이란과 협상때 카드로 활용 가능성…동결해제까지 시간 걸릴수도

이란 "한국과 동결 자산 이전·사용에 합의"
이란 "한국과 동결 자산 이전·사용에 합의"

(서울=연합뉴스) 21일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에서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장이 회담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한국 내 동결자금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1.2.23 [이란 정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한국에 동결된 이란 원화자금의 활용방안에 대해 한국과 이란이 의견 접근을 이룬 가운데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이 자금의 활용을 현실화하려면 대이란 제재를 통해 이란의 원화 계좌를 동결시킨 미국의 해제 조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이란은 동결자산 활용 방안에 동의가 있었다는 점에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구체적인 금액이나 향후 절차를 놓고서는 주안점이 사뭇 다르다.

이란은 현지시간 23일 한국이 동결된 이란 자산을 풀어주는 데 동의했다면서 첫 번째 조치로 10억 달러를 돌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대변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면서도 "실제 동결자금의 해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10억 달러 등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런 상황은 한국과 이란이 동결자금 활용 방안을 합의해도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적 제약 탓이다.

한국은 2010년부터 IBK기업은행 등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지급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문제 삼아 달러 계좌 결제를 막는 제재를 가하자 원화 계좌 활용에 나선 것이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던 2018년 미국이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바람에 이 계좌를 통한 거래도 중단됐다. 한국이 이란에 지불해야 할 대금 70억 달러가 동결됐고, 이란 정부는 그동안 이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결국 원화 계좌를 풀어주는 미국의 조처가 뒤따라야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우라늄 농축률 60%까지 상향 가능" 밝힌 이란 최고지도자
"우라늄 농축률 60%까지 상향 가능" 밝힌 이란 최고지도자

(테헤란 EPA=연합뉴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2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의회 의원들과 면담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핵무기 미보유 원칙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의 농축률을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제공. 판매 금지] sungok@yna.co.kr

미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인지는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JCPOA) 복귀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시절인 2015년 이란이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 등과 체결한 핵합의는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제재를 완화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다며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원화 계좌를 동결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조처였다.

하지만 핵합의 복귀를 공약으로 내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분위기가 다소나마 전환됐다. 미국 입장에서 동결 자금 해결은 이란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이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합의 탈퇴 후 불이행으로 돌아선 합의사항의 준수를 주문하며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역내 불안정 활동까지 포함한 협상을 벌이자고 요구한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부활한 제재의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양국 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동결자금 해제 문제 역시 미국이 이란과의 밀고 당기기 속에서 전체 협상 판도를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외교가의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미국이 협상 유인을 위해 동결 자금 문제를 선제적으로 풀어줄지, 아니면 협상 개시 후 보상책으로 제시할 것인가 하는 점이지만, 현재로선 후자 쪽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관측이 높다.

미국 내 이란과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보수 진영의 비판론이 적지 않은데다 이란이 핵합의 불이행 강도를 점점 높이는 상황에서 당근책부터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동결 해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란에 핵합의 준수 촉구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
이란에 핵합의 준수 촉구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은 이란이 핵합의(JCPOA)를 준수하면 자국도 핵합의에 복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AP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3개국(E3) 외교장관과 화상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이란이 핵합의를 엄격히 준수한다면 미국도 똑같은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블링컨 장관이 지난 4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연설하는 모습. sungok@yna.co.kr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이 핵사찰 축소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할 것을 재차 촉구하며 이란을 압박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이란의 동결자금 의견접근에 대해선 실제 자금 이전은 없었다면서 "다른 나라와 양자 협상에 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구체적인 방향 제시는 피했다.

또 "우리가 이 문제를 한국과 폭넓게 논의한다고 여러분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거나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도 협의가 진행 중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를 두고서는 동결자금 문제가 결국 이란과 핵합의 복귀 문제를 둘러싼 협상 진행 추이와 맞물려 결정할 사안이라는 인식을 담은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또 한국과 협의를 언급한 것은 한국과 이란이 독자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국은 이란의 발표 이후 한국이 미국과 협의 없이 동결자금을 보내기로 이란과 합의했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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