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기지로 보이스피싱 예방…경찰, 표창장 수여
송고시간2021-02-24 11:56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집수리 자금인데, 무슨 보이스피싱이에요?"
24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70대 노인 A씨와 경찰관의 떠들썩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내 돈을 내가 인출하겠다는데 막아선 경찰관이 A씨는 답답한 듯 했고, 경찰관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고가 의심돼 고집을 꺾지 않았다.
"5천만원 거액을 어디 쓰려고 현금으로 찾느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A씨는 "집수리 비용이다"는 답만 반복했다.
"혹시 누가 경찰관이 묻거든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습니다?"
경찰관의 날카로운 질문에 A씨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순간의 망설임을 놓치지 않은 경찰관은 끊임없이 A씨를 설득했고, 피해자로부터 전날 있었던 대화를 기록한 수첩을 받아냈다.
수첩에는 A씨가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고 메모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A씨는 명의도용 피해를 막기 위한 보안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말에 속아 새마을금고에 예치해둔 5천만원을 인출하려 했다.
A씨는 해당 새마을금고의 은행원의 기지가 아니었으면 소중한 예금을 잃을 뻔했다.
은행원 B씨는 노령의 피해자가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려 하자 보이스피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인출을 미뤄, 112로 신고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이 은행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이 직원은 "할 일을 했을 뿐이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500만원 이상 고액 인출을 하는 경우 112 신고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금융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계속 진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금융기관 종사자와 시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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