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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평생 간호사한테 주사 맞았는데"…불법이었나?

송고시간2021-02-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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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간호사가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을 계기로 백신 접종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사협회의 불법 부당한 위협으로 정당한 입법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의사면허 정지 추진과 동시에 의사의 불법파업으로 의료체계 유지가 어려운 긴급한 경우에 간호사 등에게 임시로 예방주사나 검체채취 등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주장했다.

김홍국 경기도청 대변인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 파업 등으로 백신 접종에 문제가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간호사도 의사 없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손질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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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이 백신접종 협력 거부까지 거론하자 이재명 "간호사에 접종 허용해야"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사 독점권한…의사처방 없이 백신접종 불가능

미·영·독 등 의사 지휘·감독 전제로 간호사에 일부 의료행위 허용

최대집 의협회장
최대집 의협회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1.2.21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간호사가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을 계기로 백신 접종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사협회의 불법 부당한 위협으로 정당한 입법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의사면허 정지 추진과 동시에 의사의 불법파업으로 의료체계 유지가 어려운 긴급한 경우에 간호사 등에게 임시로 예방주사나 검체채취 등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중범죄자 의사면허 취소법'에 반발해 코로나19 백신접종 협력 거부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하게 나오자 의사 대신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하자고 나선 것이다.

김홍국 경기도청 대변인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 파업 등으로 백신 접종에 문제가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간호사도 의사 없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손질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의 주장에 시민들은 오히려 "보통 간호사가 주사를 놓지 않냐"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의사가 직접 주사를 놓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왜 간호사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불법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거나 "요즘은 진료도 치료도 간호사들이 다 하는데 간단한 백신 접종도 당연히 간호사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밀양 코로나 백신 시작
밀양 코로나 백신 시작

(밀양=연합뉴스)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기관인 희윤요양병원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은 박일호 밀양시장. 2021.2.26 [경남 밀양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image@yna.co.kr

◇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사 독점권한…의사 처방 있어야 백신 접종

현행 의료법은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의사만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27조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법 2조 2항이 의사와 간호사의 임무를 명확히 구별하고 있다.

의사의 임무는 의료와 보건지도 등으로 포괄 규정한 반면 간호사의 임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와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한 보건활동' 등으로 제한했다.

즉 진료와 진단서 및 처방전 발급 등 독자적인 의료행위는 모두 의사의 임무에만 해당하고, 간호사는 이런 업무를 하는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접종 자체도 의사의 독점적 임무에 해당하고, 간호사는 의사를 보조해 백신을 주사기를 통해 환자에 투여하는 역할 만을 할 수 있다.

파업 등으로 의사가 처방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백신접종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는 중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소속 간호사는 "백신도 의사의 처방 없이는 간호사가 마음대로 주사할 수 없다"며 "사실상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는 대형병원의 전담(PA) 간호사들도 의사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실습하는 간호사들
백신 접종 실습하는 간호사들

[대구=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현태 기자 = 2월18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경북간호사회 강당에서 거점 전담병원, 감염병 전담병원, 중증 환자 치료 병상, 생활치료센터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실습을 하고 있다. 2021.2.18 mtkht@yna.co.kr

◇일부 간호사들 사실상 의사역할 부분적 대행 관행…'백신접종 역량 충분' vs '백신 접종도 환자상태에 대한 의사 판단 필요'

그렇다면 간호사들은 실무에서 백신접종과 같은 간단한 의료행위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다시 말해 이 지사의 주장처럼 법을 개정해 간호사의 독자적인 백신 접종을 허용한다면 그것을 수행할 만한 충분한 의료 경험과 전문성을 간호사들이 갖췄냐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시행된 전문간호사(Advanced Practice Nurse, APN) 제도에 따라 의료현장에는 총 13개 분야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전문성을 검증받은 전문간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13개 전문분야 중에는 백신접종과 밀접한 감염관리 분야도 있는데, 한국간호교육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감염관리전문간호사는 전국에 총 403명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 병원 내 감염 예방계획을 수립·실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비록 활동 반경이 병원 내로 한정돼 있지만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았기 때문에 백신접종 등 감염병 예방과 관련해선 상당한 수준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전문간호사처럼 합법화된 제도는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부족한 의사를 대신해 사실상 의료행위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간호사들도 있다. 소위 'PA(Physician Assistant·의사보조·이하 PA) 간호사'로 불리는 이들이다.

간호국이 아닌 의국에 소속된 PA 간호사들은 간단하게는 처방 대행부터 수술보조, 진단서 작성, 시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는 게 일선 간호사의 설명이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지만 전공의가 부족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PA간호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국내 8개 대학병원을 조사한 결과 PA 간호사 수가 총 717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간호사는 "전공의들의 파업에도 병원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PA 간호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보통 PA간호사들은 백신접종 정도의 역량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도 개별 피접종자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의 전문성에 입각한 판단이 필요하고, 의료사고 소송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간호사가 전적으로 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 또한 필요하다는 등 의사들의 반론도 SNS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떤 간 큰 간호사가 환자 죽으면 감옥에 가고 적어도 4억∼5억(원) 쯤 변호사비와 배상액이 드는 일을 하나"라며 "정부가 배상할거라구? 정부가 민사보상까지 해주겠나"라고 비판했다.

간호사들이 독자적으로 백신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대한의사협회에도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식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래픽] 코로나19 백신 주요 이상 반응
[그래픽] 코로나19 백신 주요 이상 반응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5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에는 접종 부위가 붓고 발열, 피로감,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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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의 의료행위 허용여부 해외는?…미국·영국 등 의사의 감독 또는 지휘하에 일부 허용

결국 간호사가 백신접종을 의사없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려면 전문간호사에게 의료행위 일부를 허용하거나,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해 보인다.

그중 PA 간호사 합법화는 지난 2014년 추진된 바 있지만, 의사단체와 전공의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간호사들도 성급한 합법화 시도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한 간호협회 관계자는 "PA 간호사는 현재로서는 실제로 불법이기 때문에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를 합법화하는 방안까지는 아직 내부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가 지난 2011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PA 간호사의 의료행위가 의사의 지휘·감독을 전제로 합법화 돼 있다.

미국에서는 PA 간호사에게 의사의 감독을 전제로 병력 청취, 신체 진찰, 검사 처방, 질병 진단, 환자 상담, 수술 보조, 약물 처방 등의 의료행위가 허용된다. 2010년 기준으로 약 7만4천명의 PA 간호사가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도 PA 간호사 의사의 지휘·감독 하에 병력 청취, 진찰, 진단, 검사결과 분석 등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독일과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의사의 지휘·감독하에 PA 간호사가 일정한 상황에서 의사를 대신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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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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