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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시골 대안학교의 작은 기적…수험생 28명 모두 대입 성공

송고시간2021-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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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으면 '부적응 학생들이 촌구석에서 열심히 공부해 대입에 성공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전인고등학교는 강원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에 있는 대안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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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년 소스쿨제 활성화로 대부분 적성 살린 학과 진학

학생 요구에 맞춰 다양한 수업 개설…외부 전문가 연계 풍성

전인고등학교의 다양한 교육 활동
전인고등학교의 다양한 교육 활동

[김성광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시골 마을 대안학교 고3 수험생 전원이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이 말을 들으면 '부적응 학생들이 촌구석에서 열심히 공부해 대입에 성공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학교는 사람들의 편견을 보란 듯이 부숴버린다.

전인고등학교는 강원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에 있는 대안학교다.

학교 주변으로는 온통 산과 밭만 있고 대중교통이라고는 2시간에 1대씩 다니는 버스밖에 없다.

여기에는 중학교 시절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학생 80명이 조금은 다른 배움을 꿈꾸며 전국에서 한데 모였다.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기존 공교육과 다른 배움의 길을 찾는 곳이다.

부적응 학생을 위한 섬세한 교육 또는 새로운 연대를 꿈꾸는 자연 친화적 교육을 흔히 떠올린다.

전인고는 기존 국가 중심 교육과정에서 한 걸음 더 뻗은 새 교육제도 차원의 대안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실험하고 있다.

춘천 전인고등학교
춘천 전인고등학교

[촬영 양지웅]

이 학교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학년제 소스쿨제'다.

학교에서 정한 수업을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학교가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다.

예컨대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교육 과정으로 건축 소스쿨 학급을 만든다.

게다가 해당 전공을 학생 1명이 원하더라도 해당 학급을 개설한다.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교사 역량이 부족하다면 외부 전문가와 연계해 교육을 포기하지 않는다.

전인고에는 현재 경제경영반, 사회복지·심리·교육반, 역사·문학, 사회과학반, 수학·컴퓨터반, 건축반, 생명과학·화학반, 미술반, 영화반, 음악반, 체육반 등 다양한 소스쿨 학급이 열려 있다.

또 무학년제도를 도입해 학년이 다른 선후배들이 서로 돕고 배우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한다.

충분한 진로 탐색 과정은 오히려 진학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인고등학교의 다양한 교육 활동
전인고등학교의 다양한 교육 활동

[김성광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졸업한 고고 3년생 28명은 모두 대입에 성공했다. 9명은 수도권 대학 신입생이 된다.

대학 진학률이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학생 대부분이 수능 성적이나 내신에 맞춰 대학을 정하지 않고, 소스쿨제를 통해 계발한 적성을 살려 진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A(18)군은 1∼2학년 시절 수업에도 잘 참여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교사의 권유로 게임 개발·기획으로 진로를 정한 뒤 해당 전공에 매진했다.

이에 올해 게임계의 서울대로 불리는 C문화산업대 게임학과에 진학했다.

검정고시로 중졸을 이수한 B(18)군은 전인고에 입학해 사교육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학교 교과 과정만으로 수능 국어·수학 1등급, 영어 2등급을 받아 수도권 유명 대학에 입학했다.

춘천 전인고등학교
춘천 전인고등학교

[촬영 양지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은 이 학교에 또 다른 기회였다.

실시간 화상강의 시스템과 비대면 수업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풍성하게 제공했다.

또 시골 학교지만 사회적 기업가 및 각 분야 전문가를 온라인으로 만나 학생 개성과 장점을 살린 입시 지도를 펼칠 수 있었다.

경제 소스쿨 담임인 김성광 교사는 "높은 진학률보다 더 큰 의미는 학생들 각자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한 학습 지도로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이라며 "학생의 성장이란 중학교까지 학습에 흥미가 없고 각종 어려움을 겪던 친구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배움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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