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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격으로 숨진 '태권 소녀' 시신 도굴한 미얀마 군부(종합)

송고시간2021-03-0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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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와 춤을 사랑한 미얀마 소녀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목숨을 잃은 데 이어 군부가 그 시신을 도굴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의 실탄 사격을 은폐하기 위해 이 같은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돼 군부의 잔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현지시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지난 3일 쿠데타 반대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치알 신의 시신을 도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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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다음 날 묘지 봉쇄하고 시신 도굴…사건 조작 의도

로이터 통신 "시신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한 뒤 재매장" 보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권도와 춤을 사랑한 미얀마 소녀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목숨을 잃은 데 이어 군부가 그 시신을 도굴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찰의 실탄 사격을 은폐하기 위해 이 같은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돼 군부의 잔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총격으로 숨진 미얀마 19세 소녀
시위 현장에서 총격으로 숨진 미얀마 19세 소녀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현지시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지난 3일 쿠데타 반대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치알 신의 시신을 도굴했다.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와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이 같은 행각을 벌였다.

대규모로 거행된 치알 신의 장례식 다음 날 벌어진 일이다.

시위하다 미얀마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치알 신의 묘
시위하다 미얀마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치알 신의 묘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6일 목격자와 다른 독립 매체인 '미지마 뉴스'를 인용해 미얀마 당국이 전날 군경의 호위 하에 치알 신 묘에서 관을 들어 올린 뒤 시신을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하고 나서 다시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승용차 4대와 트럭 4대에 나눠 타고 온 군경 등 최소 30명과 전동 공구가 동원됐으며 현장에서 버려진 고무장갑과 부츠, 수술 가운 등이 발견됐고,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얀마 당국이 도굴한 묘지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들
미얀마 당국이 도굴한 묘지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들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치알 신의 머리를 벽돌로 받치기도 했다"면서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날 오전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국이 치알 신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인절'(Angel)로도 알려진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해 이 문구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피살 10대 시위 여성 장례식 참석한 미얀마 시민
피살 10대 시위 여성 장례식 참석한 미얀마 시민

[만달레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태권도를 배우며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던 치알 신은 시위 참여에 앞서 죽음까지 각오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와 함께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료 시위대는 물론 해외 언론인이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추모 글이 쇄도했다. '미얀마의 전사'라는 표현도 나왔다.

이에 앞서 군정은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건을 조작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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