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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학생들과 행복 나누는 여성 CEO, 김명옥 대동장학회 이사장

송고시간2021-03-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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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김 이사장은 8일 "당시 내 나이가 41살이었다"며 "5남매를 키우는 것은 물론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혼자 약국을 도맡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1970년대, 당시 여성으로서는 하기 힘든 CEO 역할을 김 이사장이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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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별후 '여성 사장' 편견과 싸우며 약국 키워

장학금 수혜 학생만 615명…"감사 편지받으면 가장 뿌듯"

김명옥 대동장학회 이사장
김명옥 대동장학회 이사장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사장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학생이 장학금으로 도움을 받는다면 '잘살았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산 중구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모은 돈으로 16년간 장학사업을 벌여온 김명옥(90) 대동장학회 이사장.

그의 본격적인 인생은 남편과 함께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약국을 차리며 시작된다.

당시 약국은 남편이 경영했는데, 어느 날 큰돈을 사기당하더니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됐다.

김 이사장은 8일 "당시 내 나이가 41살이었다"며 "5남매를 키우는 것은 물론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혼자 약국을 도맡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1970년대, 당시 여성으로서는 하기 힘든 CEO 역할을 김 이사장이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약국을 이끄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자가 사장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사장으로 대우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여자 사장이 장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국회의원들이 찾아와 시비를 건 적도 있었다.

자기들에게 찾아와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는 이유 등에서 였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이 집 여사장이 왜 이렇게 건방져"라며 소리쳤다고 한다.

만취 상태였던 이들은 진열대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겁박했다.

화가 난 이사장은 직원에게 파출소장을 불러오라 시켰고, 결국 그 자리에서 이들을 무릎 꿇게 했다.

김 이사장은 "손님 중에는 여자인 저에게 굳이 약을 사려고 하거나, 뒤편에서 일하는 나에게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며 호통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당시 고충을 기억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김 이사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김 이사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

[촬영 박성제]

그러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김 이사장은 다른 약국에는 없는 비타민 등을 파는 등 뛰어난 영업 수완을 발휘했다.

다행히 약국은 나날이 번성했고, 딸에게 약국을 물려준 김 이사장은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김 이사장은 지금까지 번 돈을 어디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하다가, '학생을 잘 길러야 나라가 잘 산다'는 생각에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단이 2005년 10억원을 출자해 세워진 대동장학재단이다.

그는 "자녀들과 함께 산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모두 모아 매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아온 학생만 고등학생 446명, 대학생 169명으로 지급 금액은 7억8천여만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는 대상을 바꿔 대학생에게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김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취업난과 생활고가 겹치면서 대학생들이 특히 더 힘들 것 같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고맙다'며 편지를 보내올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더 많은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며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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