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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패가망신'이라지만…그물코 엉성한 투기조사

송고시간2021-03-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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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정부가 LH 사태 수습을 위해 신도시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으나 구멍이 많아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고기(투기 의혹자)를 잡기 위해 그물을 넓게 펴는 저인망식 조사에 나섰으나 그물코가 너무 엉성해 빠져나가는 고기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금주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조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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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와 배우자 친인척 조사는 미비…'반쪽' 논란

"지자체 조사 대상 확대로 토착 비리 발본색원해야"

전국농민회의 LH 직원 '농지투기' 규탄
전국농민회의 LH 직원 '농지투기' 규탄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정부가 LH 사태 수습을 위해 신도시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으나 구멍이 많아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고기(투기 의혹자)를 잡기 위해 그물을 넓게 펴는 저인망식 조사에 나섰으나 그물코가 너무 엉성해 빠져나가는 고기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도 높은 수사나 감사원 전면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금주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조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 사태의 실체 규명은 국토부가 주도하는 합동조사단이 공직자의 신도시 토지거래를 잡아내 수사 의뢰하면 국가수사본부가 주축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혐의를 밝혀내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초기 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Vg1hBCd7zN8

◇ 형제·자매, 배우자 친인척은 '노터치'

정부는 신도시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자체 관련 부서 공무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으로 조사 대상을 한정했다.

이렇게 되면 방계인 형제·자매와 배우자 쪽 부모·형제·자매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반쪽 조사 논란이 불거진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조사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데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조사를 확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형제·자매나 배우자 쪽 친인척을 조사하지 않고는 전수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직자의 형제나 4촌, 지인 등으로 조사 대상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게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관련 공직자와 배우자의 친인척을 모두 조사한다고 완벽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진짜 '꾼'은 자신의 신분을 가리기 위해 차명이나 법인 명의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업자에게 정보를 알려준 뒤 법인 명의로 투기하는 수법이 자주 동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사 당국이 돈의 흐름을 쫓아 투기적 거래가 의심되는 혐의를 파헤쳐야 실체 규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참여연대·민변이 7일 논평에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전국민적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명이 아닌 차명 투자를 하면 밝혀내기 어려운데다 형제자매나 배우자 친인척이 조사에서 제외되고, 조사 대상인 국토부가 조사를 맡은 데 대한 불신도 있다"면서 "이를 불식하기 위해선 범부처 합동특별수사본부에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민변 등 민간까지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으로 조사 범위를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배우자 친인척이나 차명으로 투기를 했다면 밝혀내기 어려워 이번 조사가 자칫 잔챙이만 일부 걸러내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논란 속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정부합동조사단은 민간에 대한 조사나 수사 권한이 없어 차명거래, 미등기 전매 등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지시했다.

[그래픽] 광명·시흥시 토지 거래 추이
[그래픽] 광명·시흥시 토지 거래 추이

◇ "지자체 조사 확대로 토착 비리 발본색원해야"

공직자의 땅 투기는 중앙 부처 공무원보다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이 더 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LH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포천과 시흥에서 이런 의심 사례가 고발됐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최근 신도시와 철도역 예정지 등에 투기한 의혹을 받는 경기 시흥시의원과 그의 딸, 포천시 간부급 공무원을 공공주택 특별법 위반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고발했다고 7일 밝혔다.

사준모에 의하면 포천시 간부급 공무원은 작년 9월께 도시철도 역사 예정지 인근 2천600여㎡ 땅을 배우자와 함께 40억원에 매수했는데, 이후 실제로 이 부동산 인근에 광역 철도역 도입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경우 전수조사 대상을 신도시 담당 부서 공무원으로 했는데 조사 범위가 너무 좁다는 지적이 많다. 토지, 건축 관련 비리는 중앙부처보다 실무를 맡은 지방자치단체의 토착 공무원들이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어서 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지자체의 도시개발이나 주택·건축 관련 공무원들은 붙박이 성격이 있어 서로 보직 순환을 하는 등 관계가 끈끈한데다 지역 건설, 건축 업자들과 업무 접촉이 잦아 유착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사를 대폭 확대해 토착 부패의 고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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