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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보고서 변경시도도…트럼프식 코로나 대응 뒤늦은 증언

송고시간2021-03-3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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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트럼프 당국자 인터뷰…"초기 검사·물자생산 능력, 사실과 달랐다"

"일관된 메시지 못낸게 최대 실수…사망 10만명 이후 줄일 수 있었다" 후회도

백악관 복귀해 발코니서 거수경례하는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복귀해 발코니서 거수경례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0월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을 퇴원한 뒤 백악관으로 복귀해 블루룸 발코니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jsmoon@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전직 관료들의 뒤늦은 증언이 나왔다.

CNN은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 전쟁…전염병 대유행 의사들이 말한다'는 제목의 특집 방송에서 당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초기부터 과소평가해 백악관이 상황을 오도하거나 명백한 거짓말을 한 적이 있고, 심지어 정부 보고서를 바꾸려 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50만 명을 이미 넘어섰고,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에 40만 명을 초과했다.

데비 벅스 전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당시 백악관 사람들은 검사가 감염자 확진을 멈추는 수단이라기보다 확진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사가 많아지면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어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는 취지다.

그는 미국이 사망자 첫 10만 명을 넘어선 이후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사망은 좀 더 강력한 대응으로 완화하거나 줄일 수 있었다면서 "그것이 매일 나를 괴롭힌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 나선 데비 벅스 조정관 [EPA=연합뉴스]

지난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 나선 데비 벅스 조정관 [EPA=연합뉴스]

벅스 전 조정관은 "나는 매일 소외됐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백악관의 다수는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확산의 위험을 경고한 뒤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매우 불편한 전화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벅스 전 조정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상반된 자료를 너무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일례로 입원이나 사망보다 경제에 관한 우려를 강조하는 자료를 꼽기도 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미국인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1년 만에 5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낼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못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전문가들의 권고와 반대로 너무 일찍 경제정상화에 나서려고 압박할 때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파우치 소장은 당시 태스크포스 내에서 자신이 '배드 캅', 벅스 전 조정관이 '굿 캅' 역할을 맡았다면서 벅스가 자신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을 겪었을 것이라고 벅스 전 조정관을 지원 사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 '돌직구'로 통한 파우치 소장은 정권 교체 후 공직에서 떠난 이들과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후에도 백악관 고문을 겸직하며 중책을 맡고 있다.

코로나19 TF 브리핑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로나19 TF 브리핑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7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jsmoon@yna.co.kr

백악관이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거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부처에 압력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례로 브렛 지로어 전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전염병 대유행 초기인 작년 3월 백악관이 희망자 누구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준비가 되지 못한 상황이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필요한 의료용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자금 조달 등 이유로 계약이 늦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로버트 레드필드 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앨릭스 에이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CDC가 매주 발간하는 코로나19 관련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최소 한 차례 이상 바꾸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에이자 전 장관이 FDA의 코로나19 검사 관련 능력을 약화한 뒤 관계가 악화했다면서 이 과정에 분명 어떤 종류의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에이자 전 장관은 이런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고 CNN은 전했다.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살해 등 각종 위협에 시달리거나, 대선 국면에서 태스크포스 활동이 정체 상태를 맞자 파우치 소장, 벅스 전 조정관 등이 4명이 별도 모임을 꾸려 코로나19 상황을 계속 살폈던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레드필드 국장은 코로나19가 2019년 가을 전염되기 시작했고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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