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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얀마 사태 유엔 군사개입 가능할까

송고시간2021-04-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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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한 군부의 발포 등으로 500명 이상이 숨진 미얀마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가 미얀마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입을 할지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생존의 위기에 놓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책임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이하 R2P)'을 미얀마 사태에 적용, 유엔 등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는 R2P의 개념과 연혁을 살펴보고, R2P에 입각한 대 미얀마 군사개입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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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 국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인 'R2P' 적용될지 주목

10년전 리비아 사태와 유사점…이론상 미얀마에 R2P 적용 가능

미중갈등 속 유엔안보리의 군사개입 합의 현재로선 난망

군인 피해 급히 달아나는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위대
군인 피해 급히 달아나는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위대

[양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얀마에서 유혈사태가 악화하는 가운데 3월31일(현지시간)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강경 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피해 급히 달아나고 있다. sungok@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정 인턴기자 =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한 군부의 발포 등으로 500명 이상이 숨진 미얀마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가 미얀마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입을 할지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생존의 위기에 놓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책임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이하 R2P)'을 미얀마 사태에 적용, 유엔 등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는 R2P의 개념과 연혁을 살펴보고, R2P에 입각한 대 미얀마 군사개입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 R2P란…주권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R2P의 개념은 일국에서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反)하는 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할 일차적 책임은 해당 주권 국가에 있지만, 그 국가 정부가 그럴 의지 혹은 역량이 없거나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당사자일 경우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국제공동체에 있다는 것이다.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엔은 R2P에 대해 "최악 형태의 폭력과 박해를 종식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라며 "유엔 회원국이 국제인도주의 및 인권법 하에서 가진 기존 의무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하는 범죄의 위험에 처한 국민들이 직면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발칸 반도와 르완다에서 양민 학살 사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불간섭 원칙과, 일국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의 책임 사이에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을 했고, 그것은 2005년 9월 유엔 총회때 열린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191개국 참가) 결과물에 담긴 각국 수반들의 정치적 공약으로 구체화했다.

당시 정상들은 "국제공동체는 유엔을 통해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및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돕기 위해 유엔 헌장 제6조와 8조에 따라 적절한 외교적 수단, 인도적 수단, 그 외 다른 평화적 수단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맥락에서 평화적 수단이 적절치 않고, 각국 정부 당국이 만약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부터 그들의 국민을 보호하는데 명백히 실패한다면 우리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7장을 포함한 유엔 헌장에 따라, 사안별대응(case by case) 원칙 위에 관련 지역 기구와의 협력 안에서 집단적인 조치를 적시에 단호하게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 바로 이 공약을 'R2P'라고 부른다.

이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결의 제1674호에서 이 같은 정상들의 공약을 상기하면서 무력 분쟁하에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R2P를 처음 재확인했다.

그후 50개 넘는 유엔 안보리 결의문과 정상 선언문이 R2P를 언급했고 유엔인권이사회도 많은 결의에서 R2P를 거론했다.

외교부 조약국장 출신인 임한택 한국외대 LD학부 교수는 "국내 문제 불간섭은 국제법상의 원칙이고, 그에 따라 과거 전통 국제법에서는 내부적 유혈사태는 국내 문제라고 규정했다"며 "그러나 대규모 인권유린이 동반되는 사태는 국제법상 인권 존중의 원칙에 따라 R2P를 적용해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의 새로운 경향"이라고 말했다.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R2P 입각한 무력사용은 '최후수단'"…10년전 리비아에서 처음으로 R2P 의거한 군사개입 이뤄져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R2P는 3개의 골조로 구성되는데, 구체적으로는 '각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 '각국이 자국민 보호를 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도울 책임', '한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때 국제 공동체가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할 책임' 등이다.

'R2P=군사개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R2P에 입각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군사 조치만을 의미하거나, 군사 조치로 직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R2P 관련 유엔 사무총장 특별고문인 이반 시모노비치가 유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따르면 '예방'(Prevention)이 R2P의 핵심이며, 각 국가가 자국민 보호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각국의 주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 국제사회의 집단적 조치의 경우 외교, 정치, 인도적 차원에서 모든 범위의 조치를 사용해야 하며 무력 사용은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고려돼야 한다는 '합의'가 유엔 회원국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한다.

또 R2P가 유엔 정상회의에서 도입된 원칙으로서 점점 그 정당성과 공감대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넓혀가고 있지만 그 법적 위치가 아직 '실정법'(lex lata)이 아닌 '법적 정의에 따라 있어야 할 법'(lex ferenda)에 해당하는 까닭에 R2P에 입각한 군사적 조치를 정당화할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런 한계 속에서도 R2P 원칙에 따라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한 전례는 있다.

아랍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3월 카다피 정권의 자국민 상대 무력행사에 맞서 서방 연합군이 대 리비아 군사공격을 단행하면서 R2P 원칙을 내세웠다.

유엔 안보리가 R2P에 입각해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골자로 하는 결의 1973호를 채택한 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리비아 내 카다피 측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 사례는 R2P를 언급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첫 군사개입 케이스로 기록됐다.

2011년 서방의 공습후 리비아 모습
2011년 서방의 공습후 리비아 모습

2011년 3월 리비아 카다피 군에 대한 서방의 공습 후 카다피측 탱크 위에 올라선 반군과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 "미얀마 사태에 R2P 적용 가능"…미중갈등 포함 국제정세 감안할때 군사개입 현재로선 난망

이번 미얀마 사태도 R2P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10년전 리비아 사태때 카다피가 그랬던 것처럼, 현재 미얀마 군부가 체계적·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해 대규모 살상이 벌어진 만큼 미얀마가 또 하나의 R2P 적용 사례가 될 요건은 충족했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리비아 내전 당시와 비교했을 때 미얀마 현지의 상황도 R2P을 근거로 한 무력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월23일자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기사에 따르면 가렛 에반스 전 호주 외교장관은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의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미얀마의 현재 위기는 분명히 R2P의 사안으로 다뤄질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R2P에 입각한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단인 군사 개입을 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 러시아가 이번 사태 대응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현격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이 R2P에 입각한 군사개입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엔안보리, 2월초 "미얀마 깊은 우려" 천명…중러 입김에 수위 낮아져 (CG)
유엔안보리, 2월초 "미얀마 깊은 우려" 천명…중러 입김에 수위 낮아져 (CG)

[연합뉴스TV 제공]

2011년 대 리비아 군사조치는 중국, 러시아가 기권했기에 가능했지만 현재의 심각한 미중 갈등 구도 속에 미얀마 사태에 대한 강대국들의 타산이 엇갈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R2P에 입각한 강력한 조치가 안보리 발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임한택 교수는 "R2P에 입각해 미얀마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고 리비아에서의 전례도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개입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정현 교수도 미얀마 사태에 R2P가 적용될 정당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현실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디플로맷'에 따르면 에반스 전 호주 외무장관 역시 R2P에 입각한 대 미얀마 군사개입의 현실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신 'R2P 도구함'에 있는 '실명 언급에 의한 망신 주기'(naming and shaming), 유엔이 비준한 '맞춤형 제재', 무역금수조치, 국제사법재판소 기소 경고 등의 조치가 미얀마 사태 종식을 위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Lrldj1ATcKs

[그래픽] 미얀마 유혈사태 희생자 추이
[그래픽] 미얀마 유혈사태 희생자 추이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sungg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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