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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임산부석 옆 연분홍색 좌석의 정체는? [이슈 컷]

송고시간2021-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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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진한 분홍색의 임산부 배려석 옆에 연분홍색 좌석이 논란이 됐는데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연분홍색 좌석은 교통약자를 위한 자리로 임산부 배려석과 색 조화를 고려하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입니다.

이 배경에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숨어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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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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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HYeO2oKyJU

(서울=연합뉴스) 최근 공개된 서울지하철 4호선 새 전동차의 내부 디자인 안.

진한 분홍색의 임산부 배려석 옆에 연분홍색 좌석이 논란이 됐는데요.

지하철에 여성전용석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죠.

하지만 이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연분홍색 좌석은 교통약자를 위한 자리로 임산부 배려석과 색 조화를 고려하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입니다.

이 배경에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숨어있는데요.

2013년 서울시 여성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은 현재 대부분 지자체에서 시행 중입니다.

서울지하철은 1호선부터 9호선 전 객차에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고 있고, 부산지하철은 출퇴근 시간 일부 호선에 여성만 타도록 하는 '여성배려칸'도 마련했죠.

하지만 이를 두고 '배려를 강요한다.','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계속 제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열차 한 량당 12석씩 교통약자석이 있음에도 임산부만을 위한 좌석을 또 만든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

임산부가 탔을 때 비켜주면 되는데 굳이 자리를 비워놓으라고 하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지적도 있죠.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사진이 퍼지는 등 자발적 배려보다 강제적 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여전히 좌석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데요.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사정을 토로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비임산부가 자리를 차지했으니 안내방송을 해달라는 민원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폭행·욕설 등 각종 사건·사고 역시 잊을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데요.

전문가들은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 팽배해진 '나만 손해 본다'는 인식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산부가 아닌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남성들은 '군 가산점은 차별이라고 폐지해놓고 여성들만 혜택받는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범수 교수 역시 "'똑같이 돈 내고 타는데 누구는 앉고 누구는 못 앉는다'는 식으로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널리 퍼져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제도가 완벽하게 시행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인데요.

교통약자 보호문화가 자리 잡는 과정의 '성장통'인 만큼 좀더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방석 등을 놓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하나의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는 만큼 무조건 갈등을 피하기보다 타인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대학생 한모(23) 씨는 "승객이 주의 깊게 안듣는 안내방송 대신 임산부 배려석의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다른 방식의 캠페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의 취지를 살리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텐데요.

부산은 무선 발신기를 지닌 임산부가 가까이 오면 배려석에 불이 들어오는 '핑크라이트'를 배부했고, 공항철도가 임산부 배려석에 비치했던 캐릭터 인형도 호평을 받았죠.

이하연 로지아출산연구소장은 "옷을 많이 껴입는 겨울철에 임산부 배지가 잘 보일지 의문"이라며 "좀 더 눈에 띄게 임산부임을 알릴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무엇보다 임산부를 보살피는 일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데요.

최혜영 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색 자체가 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좌석에 분홍색을 쓰면 성별 이슈로 넘어가는 측면이 있다"며 "사회적으로 합의된 상징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한영원 인턴기자 김지효

지하철 임산부석 옆 연분홍색 좌석의 정체는? [이슈 컷] - 2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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