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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희박' 아내 호흡기 뗀 남편은 감형받을 수 있을까

송고시간2021-04-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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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56)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혐의로 피고인석에 선 중국교포 이모(60)씨가 법정에서 주어진 마지막 발언 기회를 통해 힘들었던 가정사를 이야기했다.

이씨는 "(호흡기를 뗀 뒤) 주차장 암벽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아들로부터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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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연명치료 거부, 자식에 부담 주기 싫었다" 집행유예 호소

검찰 "연명치료 일주일 불과, 합법적 중단 가능했다" 7년형 구형

인공호흡기
인공호흡기

[연합뉴스TV 제공]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아내와 먹고 싶은 것 참고, 어렵게 살면서 연명치료를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아내와 다짐했고 자식들에게도 알렸어요. 부담 주기도 싫었고요."

지난달 10일 춘천지법 103호 법정.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56)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혐의로 피고인석에 선 중국교포 이모(60)씨가 법정에서 주어진 마지막 발언 기회를 통해 힘들었던 가정사를 이야기했다.

이씨는 "(호흡기를 뗀 뒤) 주차장 암벽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아들로부터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씨 측은 "소생이 어렵고 병원비 부담에 범죄를 저질렀다"며 집행유예 내려달라고 호소했고,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짧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맞섰다.

배심원들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씨는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이씨와 검찰은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양형을 둘러싼 법정 2라운드는 이제 선고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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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명치료 지켜본 부부 "짐 되기 싫어, 연명치료 하지 말자"

이씨는 아내와 1985년 중국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수발하느라 힘들었지만 이겨냈고,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한국에는 아내가 2016년 먼저 입국했다. 이씨는 아내를 뒤따라 2018년 한국에 들어왔고, 두 사람은 경북 김천시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주로 치매 환자부터 노인, 중증 환자 등을 24시간 돌봤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으나 숙식이 제공되는 요양보호사는 이씨 부부에게 최적의 직업이었다.

고된 노동에 시달렸으나 힘들 때마다 부부는 서로 의지하며 버텼다.

이씨 부부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중환자들이 연명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모습과 가족 모두가 심리적·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에 아내는 종종 남편에게 "다른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으니 나중에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말자"고 했다.

아내는 부부간 대화에 그치지 않고 자녀에게도 "나중에 내가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말아라"고 일렀다.

연명치료
연명치료

[연합뉴스TV 제공]

◇ "여보, 편히 쉬어. 죄는 내가 다 안고 갈게" 호흡기 제거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19년 5월 29일 오후 1시께 아내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빈 병실에서 땀과 눈물을 흘린 상태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내를 발견했다.

곧장 아내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치료를 받게 했으나 병명이나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해 벤틸레이터(인공호흡장치)가 있는 대구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의료진은 이씨 가족에게 회복이 어렵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이렇다 할 아내의 병명이나 원인이 나오지 않자 같은 달 31일 아들이 사는 천안지역 한 병원으로 옮겼고, 인공호흡기를 떼기로 마음먹었다.

이씨는 자식들에게 "엄마는 편하게 보내자. 죄가 된다면 내가 안고 가마"라는 말을 남긴 뒤 6월 4일 중환자실로 향했다.

그리고 힘없이 축 늘어진 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던 아내에게 "여보, 편히 쉬어. 죄는 내가 다 안고 갈게"라는 말을 하고는 호흡기를 제거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했다.

이씨는 그렇게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 "소생 희박, 병원비 부담" vs "합법적인 연명치료 중단 가능"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씨는 살인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과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점, 하루에 20만∼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호소했다.

호흡기를 떼고는 중환자실을 빠져나온 뒤 의료진이 재삽관할 수 있었으나 방치했다며, 병원 측 과실도 있었음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반면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점과 합법적인 방법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에 주목했다.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를 받아보지도 않고, 섣불리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물음에 "요양보호사로 오래 일했기에 상태만 봐도 안다"는 이씨의 답변도 "전문 의료인도 아닌 피고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는 검찰 주장에 더욱 설득력을 높였다.

검찰은 '뇌 손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도 있었고, 이씨 가족이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도 법적 절차를 기다리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봤다.

결국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고, 1심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7일 열린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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