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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준엄한 민심 확인한 4ㆍ7 재보선

송고시간2021-04-0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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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4ㆍ7 재ㆍ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와 이날 밤 11시 현재 중간개표 결과로 볼 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국민의힘에 돌아갈 것이 확실시된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한 선거 의미를 떠올린다면 제1 야당의 완승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1년 전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의 퇴조와 야당의 약진이 시사하는 바는 언제건 민심은 극적 변화로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며, 그것은 또한 자신을 온전히 대표하지 못하는 거대 양당 기득권 정당 체제에서 부동층이 보일 수밖에 없는 변화무쌍한 선택 때문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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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4ㆍ7 재ㆍ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와 이날 밤 11시 현재 중간개표 결과로 볼 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국민의힘에 돌아갈 것이 확실시된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한 선거 의미를 떠올린다면 제1 야당의 완승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민심은 준엄했다. 서울시장 오세훈 59.0% 대 박영선 37.7%, 부산시장 박형준 64.0% 대 김영춘 33.0%라는 승부 예측을 출구조사는 알렸고 이어 진행된 개표 상황에서도 이 대세는 유지됐다. 2016년 총선 이래 네 차례 연속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질주에 제동이 걸렸고, 패배를 거듭한 국민의힘은 일어설 기회를 잡았다. 여야는 그러나 승패에 연연하며 지지율이 100% 제 자산인 양 민의를 오독하기보다 한 표 한 표에 담긴 복잡한 마음을 곱씹어보는 것에서부터 새 출발 하겠다는 태도가 요구된다. 1년 전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의 퇴조와 야당의 약진이 시사하는 바는 언제건 민심은 극적 변화로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며, 그것은 또한 자신을 온전히 대표하지 못하는 거대 양당 기득권 정당 체제에서 부동층이 보일 수밖에 없는 변화무쌍한 선택 때문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선거판을 지배하는 것은 구도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수 야권은 단일화로 여야 일대일 싸움을 만들고 정부 심판론으로 전선을 갈랐다. 애초 야당에 유리한 선거였으나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이라는 요소가 힘 있는 여당에 덤을 안기리란 관측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4월 총선과 달리 그마저 여당을 외면했다. 코로나 전쟁은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정부의 방역 역량에 대한 평가는 낮아졌으며 여당에 힘 싣기 여론도 줄었다. 게다가 백신 접종과 민생 방어가 당정의 대응 능력을 계속 시험하는 가운데 집값 급등과 전월세난 등으로 민심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황에서 선거는 시작됐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와 청와대, 여당 의원의 '내로남불' 월세 인상이 기름을 끼얹었고, 그 탓에 그간의 정책 실패, 인사 독주, 다수결 정치의 오만이 밀어낸 민심은 불공정과 부도덕에 대한 실망으로 분출했으며 결국 야당 우위 표심으로 응축된 듯하다. 여당 소속 시장들의 성 추문 여파로 치른 선거이고, 민주당은 내지 말았어야 할 후보를 당헌까지 고쳐서 낸 선거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야당이 지기가 쉽지 않은 선거였다고 하겠다.

경고장을 받은 여당은 충격이 크겠으나 패배를 인정하고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바른 처방은 바른 진단만이 보장한다. 질서 있게 선거 책임론을 정돈하고 당과 정부를 정비해야 한다. 전당대회 등 당내 절차에 따른 새 지도부 체제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든 당의 쇄신은 필수일 것이다. 현실에 눈감은 강성지지층의 과대대표된 목소리에 얹혀 가거나 휘둘리는 인물과 리더십은 경계해야 한다. 논란의 재보선 참여를 위한 당헌 개정도, 총선에서 자신들이 주도한 선거법 개정 취지를 거스른 위성정당 참여 결정도 당원 투표를 통해서였다. 눈앞 당익에 하나둘 원칙을 저버리는 민주당을 보며 많은 이들은 이 당에 부여한 개혁 이미지를 유보했다. 때만 되면 촛불 민심과 촛불 정부를 말하는 민주당에 국민의힘과 다른 게 무엇이며 이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른 것은 또한 뭐냐는 추궁은 뼈아픈 것이다. 당원들에게 뜻을 묻고 당원들 뜻이니까 따라야 한다기보다는, 반드시 고수할 원칙이 있다면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은 한층 중요해졌다. 개혁의 방향성 측면에서라도 한 번의 선거에서 졌다고 공감대 넓은 정책을 뒤집는 것도 안 되지만 필요한 보완, 보강, 수정을 배제하는 것도 안 될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 경쟁과 레임덕 얘기가 맞물리며 팀 정신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정치에 열중하는 당 안팎 인사들의 파당적 견해와 무원칙한 차별화가 위기를 부채질할 우려도 있다. 혼돈 속에서도 당의 중심을 잡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로 가는 길을 닦을 관건은 지도부의 구심력과 유능함이 될 것이다. 정세균 총리 교체 등 개각에서 과거와 다른 혁신 인사로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국민의힘도 승리를 즐길 형편은 아닐 것이다. 가장 큰 승리 요인이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어서다. 반사이익을 번갈아 챙기는 것이 양당 체제의 속성이므로 이를 낮게만 평가할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보수 야권의 단일화 요인을 빼면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바람이 커서"(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오신환 공동선대위원장)가 최대 승인인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승리조차 당 밖 초빙 인사인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얻은 결실이란 점이다. 퇴장을 예약한 김 위원장 체제 이후 지도체제 정비가 당장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는 건 그래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속칭 태극기 부대와 절연하고 중도를 지향한 비대위 노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벗어난 옛 인물과 신념이 당 안팎을 다시 휘젓기 시작하면 지지율이 꺼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두 자릿수 이상 지지를 받는 대선 후보가 없는 것은 당의 불안한 미래와 직결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만 바라보며 '별의 순간'만 되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를 포함한 대선 주자군을 세울 새로운 공간과 대선 지지를 흡수할 신질서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부산 시정에서 시도될 차별화는 국민의힘에 순풍이 될 수도, 역풍이 될 수도 있겠다. 대선 전초전이 끝나자마자 대선 경쟁은 시작됐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안다고 했다. 하나의 큰 것이 대선이라면 누가 고슴도치가 될는지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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